지난 11일 부산 남포동 부산극장.제6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파노라마’ 부문을 통해 김기덕 감독의 신작 ‘나쁜 남자’가 처음으로 공개됐다.사전에 관람표가 일찍 매진돼 그의 신작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이 단적으로 드러났고 베를린 국제영화제 관계자들과 외신기자 등은 2층 좌석을 가득 메워 김감독에 대한 호기심의 시선을 나타냈다.
세상에 대한 절망과 저주,분노 속에 사창가에 기생하는 깡패 두목 한기(조재현)와 그의 탐욕스럽고도 악한 시선에 사로잡힌 채 매춘의 나락으로 떨어진 여대생 선화(서원)의 이야기.
짓밟힌 육체를 부여잡은 채 고통스러워하는 선화,그리고 그녀를 비밀 유리를 통해 몰래 지켜보며 속죄와 절망 사이를 오가는 한기의 운명적 인생을 그린 ‘나쁜 남자’는 가히 김기덕 영화의 ‘종합판’이라 할 만하다.
김감독이 “‘나쁜 남자’는 ‘파란 대문’의 전편이었어야 했다”고 밝혔듯이 ‘파란 대문’에 등장한 새장여인숙을 다시 보여주고 ‘섬’의 서정처럼 조재현도 말이 없으며 ‘악어’에서 시체와 다름없는 여자를 강간하던 분노와 저주의 눈빛,비열함을 거두지 않는다.
또 비밀 유리를 통해 철저하게 짓밟히는 여자를 관찰하는 모습은 ‘야생동물 보호구역’을 연상시킨다.밑바닥 인생들의 소외와 폭력이라는 김기덕의 오랜 주제는 도발적인 소재와 함께 드라마의 흐름을 더 탄탄하게 얽어놓았다.
김감독은 영화 상영이 끝난 뒤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한기와 선화의 운명적인 만남,그리고 그 운명이란 것이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진행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나쁜 남자’는 오는 12월 개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