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작년 말 집안 행사에서 노래를 너무 무리해 부르다 성대를 상하고 말았다. 말하는 것은 상관이 없는데 노래를 부를 때 고음부분에서 소리가 갈라져 나왔다. 그래서 한 달 전 이비인후과에서 성대 내시경검사를 받았는데 성대에 작은 물혹이 하나 생겨 있었다. 젊은 의사는 노래하고 상관이 없으면 그냥 놔두어도 좋으나 노래를 제대로 하려면 3개월은 말도 노래도 멈추고 정양하라고 했다. 그래서 그 젊은 의사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黙言修行의 날들.
그리고 맞은 관악산 고건산행일. 관악산 지킴이 용성이와 항상 10여분 지각하는 영경이와 함께 산행을 했다. 산행 시작 전 내 처한 상황의 설명이 필요해 묵언연유를 적은 핸드폰 메모방을 열어 친구들에게 보여주었다.
관악산 산행이다.
이번 산행 안내도 용성이가 해 주었다. 서울대 공학관까지 시내버스를 타고 들어가 그곳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이 코스는 처음이었다. 어딘지도 모르고 용성이 뒤만 따라 가는데 험한 바위산을 넘고 넘었다. 그 길 많은 사람들이 함께 오르고 있었다. 숨어 있던 경관이 눈앞에 펼쳐지고 오르면 오를수록 관악산은 여러 얼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연주대 근처까지 오르다 관악사지터로 방향을 틀어 그곳에서 점심을 들었다. 뜨거운 라면에 맑은 소주 몇 잔, 그리고 칡차에 사브레가 어우러졌다. 내려오는 길은 사당동 쪽으로 잡았다. 그 내림 길 가득 따뜻한 햇살이 우리와 함께 했다.
사당동으로 내려왔다.
한 횟집에서 과메기와 막걸리로 뒷풀이를 했다. 꽁치를 동해안 바닷바람에 반 건조시킨 과메기는 갈색에 윤기가 돌았다. 김에 다시마 한 장을 펼치고 그 위에 된장을 바른 과메기 한 점, 파와 마늘쫑과 마늘을 올려놓고 돌돌 말아 입속에 넣었다. 말은 못해도 맛은 알 수 있다. 이 겨울 동해안 바다의 깊은 맛이 입속에 가득했다. 그 집 둥그런 천정 등기구가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해 주었다.
1월 산행도 관악산에서 했다.
2월 산행도 관악산에서 했다.
여기에는 어떤 사연이 숨어 있었다.
口足畵家인 영수 친구가 잠실체육관에 있던 아뜰리에를 보라매공원 근처로 옮겼다는 소식은 내가 1월 산행 후기에서 전한 바 있다. 그런데 그 아뜰리에가 2호선 신림역에서 도보로 10분정도의 거리에 있었다. 그래서 산행 후 영수 아뜰리에를 방문하려 했었는데 영수 일정하고는 맞지 않았다. 아쉬움이 남았지만 영수가 3월에 전시회가 있다고 해서 3월 산행은 그 일정에 맞추어보기로 영수와 약속을 했다.
입춘은 이미 지났고 우수, 경칩도 멀지 않았다.
숨어 있던 친구들도 3월이면 얼굴을 보여줄 것이다.
봄은 이미 와 있고 이제 우리의 만남은 꽃을 피울 것이다.
친구들아. 그날을 함께 기다려보자.
첫댓글 영주대장, 빨리 묵언수행 끝내고 다시 노래하게 되기를...
"향수" 한번 같이 불러보자니까~~
기도하는 마음으로...
영주영경이반가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