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소에서 가게를 오래해본 사람이라면 아마 거의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손님이 제아무리 난생 처음 본 사람일지라도 가게 안으로 들어온 이상
가게주인은 일부러 손님의 성향을 파악하려 굳이 애를 쓰지 않아도
들어오는 순간에 이미 저절로 성향이 파악되어져버린다는 사실말이다.
그래서 어쩔때는 무당같은 예민한 감으로 인해 사람에 대해 알지 않아도 될 것까지 또, 알고싶지 않은 것까지
알게된다는 사실에 스스로 두렵기조차 할때도 있다는 사실말이다.
그제 오후에 우리 미용실에 왔던 그 뚱땡이 할망구도 한자리에서 25년을 운영한 내 예리한 촉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뚱땡이할망구가 웃으며 뒤뚱뒤뚱 들어오는 순간에 이미 쌔한 기운이 현관문으로부터 들어와 내 전신을 휘어감아버렸으니말이다.
직감적으로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망구는 60대 후반쯤 되어보였는데, 다짜고짜 파마가격부터 물었다.
"55000원입니다"
"40000원에 해줘요"
사실 우리묭실 할매들 파마가 50000원이었는데, 아무래도 깎을 것 같아서 깎을걸 감안하여 순간 기지를 발휘하여 5000원을 더높여서 부른 것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깎아달라는 것이었다.
"안 됩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안 됩니다"
"아이 그냥 40000원에 해 줘요"
"안 돼요"
이미 안 좋은 느낌이 왔기에 제발 할망구가 다른 미용실로 가 줬으면 하고 가격을 안 깎아 주는 것이었는데, 할망구는 내 속내를 전혀 눈치 못채고
계속 깎아달라는 말만 했다.
내가 지지 않고 계속 안깎아주니 할망구도 지쳤는지, 그럼 50000원에 해달라고 했다.
원래의 가격으로 하는 것이었지만, 나는 지는 척 , 할 수 없다는 듯이 체념하는 연기를 하며, 까운을 입히고, 머리를 시작했다.
커트를 하는데, 할망구는 느끼하게 웃으며,
"잘생긴 남자가 잘라주니까 너무 기분이 좋다, 손길이 어쩜 여자손길보다 더 부드럽네"
하며 나를 띄워줬는데, 평소 워낙 자주 듣는 소리이다보니 그리 새삼스러울것이 없었지만(고품격유머^^),
할망구로부터 그 말을 들었을때는 왠지 손발이 오그라들고 모골이 송연( 毛骨悚然 털과 뼈가 쭈뼛 설 정도로 겁난다)한 느낌을 받았다.
할망구는 계속 웃으면서 얘기했지만 그 받는 느낌이 너무 사특( 邪慝 -요사스럽고 간사함)해서 빨리 머리를 해치우고
미용실 공간 밖으로 1분이라도 빨리 내쳐서 할망구와의 인연의 고리를 끊어내어버리고 싶었다.
내 바램이 신에게 닿았는지 머리는 신속하게 끝났고, 뚱땡이할망구는 올때처럼 뒤뚱뒤뚱 걸으며 갈길로 갔다.
다시는 당신의 머리에 내 부드러운 손길로 아름다운 미용기술을 펼칠날이 결코 다시는 오지 않기를 바라며 굳바이, 아듀, 사요나라!
할망구가 가고 나서 미용실을 치우고 있는데, 경대앞에 웬 보라색 옥으로 된 펜던트가 놓여있었다.
그 펜던트가 질긴 인연이 될 복선인가싶은 생각에 한숨이 나왔다.
다음날이엇다.
남자손님 머리를 자르고 있는데, 할망구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나는 빨리 가지고 나가라는 의미에서 서랍속에 챙겨둔 펜던트를 꺼내어
"이거 찾으러 왔죠" 하고 손에 냅다 쥐어주고 다시 또 냅다 남자손님에게로 달려가서 가위질을 이어갔다.
그런데 할망구는 가질 않고, 줄을 못봣느냐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줄은 못 봤는데요"
하니 쇼파에 앉아 줄을 찾아야 한다며 내가 일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이엇다.
남자손님이 나가고, 줄을 잃어버렸다 하니 나는 줄을 찾기시작했따.
먼저 바닥을 눈으로 훑어보고, 눈으로 훑어봐도 없으니, 빗자루로 쓸어보고, 그래도 없으니 쓰레기통을 뒤져보고,
그래도 없으니 쓰레기통을 바닥에 뒤집어 스레기를 펼친 다음에 뒤적뒤적 찾아보고, 그래도 없길래,
이번에는 롯드 담아놓은 대야를 뒤져보고, 그래도 없어서, 이번에는 타올이며, 물을 받아놓은 세탁기 속까지
다 뒤져봤다. 혹시 파마보에 붙어있나 하고 파마보도 살펴보고, 커트다이도 다 뒤져보고, 경대쪽 다이도 속속들이 살펴보고,
드라이롤 바구니도 뒤져보고, 한번에 안 찾아지니 두번 세번 반복해서도 뒤져봤다.
그런데 특이할만한 사항으로 이 할망구가 처음에만 짧게 대충 찾는시늉만 조금 하고는 이후부터는 내가
그렇게 몰입해서 목걸이 줄을 찾는데도 모른척하며 쇼파에 앉아서 잡지만 보고 있는것이 아닌가.
찾고찾고 또 찾기를 거의 1시간을 반복하다 결국 못찾아 지쳐서 내가,
"아무리 찾아도 없는데요" 하니
"그래도 찾아야지요"
이 즈랄을 하고 있는것이었다.
나는 이때부터 뭔가 께름칙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자아속에 웅크린채 30년전 동네 양아치와 반말문제로 주먹다짐을 한 이후로 여태까지 잠을 자고 있던 여러 인격중에 가장 포악한 악마의 인격이
맘의 근원에서 마치 자궁속 태아가 엄마배를 차듯 꿈틀거리며 스멀스멀 외부로 기어나오려 하고 잇음이 느껴져왔다.
나는 하던 모든 동작을 팽개치고 카운터의자로 가서 턱하고 걸터 앉았다.
발을 꼬고 팔짱을 꼈다.
그리고 뚱땡이 할망구를 향해 야리듯 노려보기시작했다.
내가 계속 째려보고 있음에 어떤 느낌을 받았나 할망구는 잡지를 넘기다 말고 내쪽을 힐끔 쳐다보았다.
힐끔 쳐다보다 나랑 눈이 마주쳤는데 순간 못 본체 시선을 얼른 외면하는 것이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할망구가 내게 사기를 치고 있다는것이 느껴졌다.
나의 뇌는 슈퍼컴퓨터에 버금갈정도의 급속도로 연산을 진행하기시작햇다.
추리를 해 보았다.
'왜 줄은 안 놔두고 펜던트을 두고 갔을까?'
'그렇다, 펜던트만을 두고 가야지 줄까지 놔두고 갔더라면 내가 다 찾아줬을테니 시비걸게 없다'
'펜던트만을 두고 가야 펜던트는 잇는데 왜 줄은 없느냐며 시비걸거리가 생긴다'
'할망구는 내게 시비를 걸어 목걸이 줄값에 대한 보상을 바라고 있는것이다'
'파마값 갂을때 언뜻 보였던 찌질한 성격을 감안해서 생각해보면 목걸이 값은 못받아도 적어도
파마값환불정도의 보상은 충분히 받아낼수 잇을것이라는 확신을 하고 온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할망구는 미용사인 나를 엄청 쉽게 본 것이다. 분명 다른 미용실에서도 이런 치사한 빙법으로 이익을
획득한 경험이 있을것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할망구는 일반적인 상식과 너무 먼 행동을 하고 있다.
일반적인 상식의 사람이면, 분실물을 잊어버리고 이렇게 오랫도안 찾다 못 찾으면, 연락처를 남기고,
나중에라도 물건이 나오면 연락달라는 식의 행동을 한다.
10사람중에 10사람이 다 그렇게 행동한다.
그런데 이 뚱땡이는 너무 상식과 괴리된 짓을 하고 있다.
수상하다'
"어떻게 할까요~~~~~~~~~~"
내 자아속에 웅크려 있던 악마의 정체성이 드디어 포효를 하는 소리였다.
"아 왜 큰소리를 쳐요, 빨리 찾아야지요, 못찾으면 보상을 해줘야지요, 18케이 목걸이라 비싼건데, 아저씨가 가져간것 같은데..."
"뭐 내가 가져갔다고 그리고 뭐~~~~~보상~~~~~~~~~~~보오~~~~사~~~~~~~앙~~~~~~~~~~~~~~~~~아무리 찾아봐도 없는데,
내가 가져갓다는 증거 잇어, 또 여기서 잃어버렸다는 증거 잇어! 엉!! 증거 잇냐고~~~~~~~~~~~~~~~~!"
"아이 깜짝이야 왜 그렇게 소리를 질러요"
"됐어 됐고, 우리끼리는 더 이상 해결할 방법이 없고 경찰을 부르자고"
"좋아요 경찰 불러요"
"그래 빨리 신고해"
"알았어요"
그러더니 할망구는 핸드폰을 만지막거리기 시작했다.
"신고했어!"
"아뇨 아직 안했어요"
누르는척 하더니 신고 안했다니 더욱더 수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내가 할께"
하며 나는 카운터 전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경찰서죠, 여기 미용실인데 이상한 여자가 와서 목걸이를 내 놓으라는데, 수상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라서요, 그래서 신고햇어요 빨리 와 주세요"
잠시후 경찰 두명이 지구대로부터 출동을 했다.
나는 시종 할망구의 얼굴을 관찰했다.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경찰양반 이 할매가 어제 우리묭실에서 파마를 하고 갔는데, 이 펜던트를 놔두고 갔더라고요, 그래서 챙겨놨는데, 자기 18케이 목걸이 줄이 사라졌다며 나한테 보상해달라는거에요,나한테 가져갓다는거에요, 생각해보세요, 내가 목걸이를 가져갈 생각이었으면 펜던트를 챙겨놨겠어요 펜던트도 못봣다고 해야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알 수가 없게 돼서 완전범죄가 성립되는데 제가 그런 멍청한 짓을 하겠습니까 "
"시디티비 있습니까"
"있는데 꺼뒀어요"
경찰과 우리는 여러말이 오갔는데 할망구는 예상과 달리 자신의 본색이 점점 탄로나는 지경으로 사건이 진행되어서인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계속 하는 말을 반복하고 두서없이 말을 했다.
"아저씨 가방줘봐요"
횡성수설하는 자신의 약점을 환기시키려는 수작같았다.
나는 냅다 미용실 골방문을 열고 들어가서 내 짐가방을 들고와서 할망구한테 던져주며
실컷 뒤져보라고 했다.
"실컷 뒤져봐, 아니 이왕이면 미용실 여기저기 다 뒤져봐"
그랬더니 할망구는 점점 불리해지는 입장때문에 해까닥 이성을 잃은듯, 정말로 미용실 여기저기를 다
뒤지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냉장고 아래를 열어보더니 다시 냉동실을 열어보고 아래열어보고 위 열어보고 세번정도를 반복하더니,
다시 칫솔통을 뒤집어보고 별 쇼를 다 하는 것이었다.
확실히 해까닥한게 분명해보였다.
"이젠 해까닥 해버렸나, 뒤지랜다고 다 뒤지냐 미친거 아니여, 아니 아무리 뒤지랬다고 남의 냉장고,
칫솔통을 뒤지는 사람이 어딨어! 엉!"
경찰들도 더 봐줄수가 없었는지,
"그만 하시고요, 찾아봐도 안 나오지 않습니까, 여기서 잃어버렷다는 증거도 없고요, 그럼 방법이 딱히 없어요,
분실신고 하는 수밖에 없어요"
나는 옳다꺼니 하고서,
"분실신고 하라잖아, 빨리 신분증 꺼내서 주민증록번호 적고 분실신고해~~~"
내가 이렇게 말하는데도 할망구는 못들은 척 아무 반응이 없었다.
신분증얘기에 아무 반응이 없는 걸로봐서 뭔가 구린구석이 있는 여자인것이 분명했다.
신분증이 아무래도 큰 약점일것 같아 그 약한 부분을 한번 더 공략했다
"신분증 꺼내서 분실신고 하라고! 신분증 없어~~~신분증"
그래도 할망구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분명 이런식의 방법으로 가겟집에서 사기를 여러번 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신분증 꺼내라고, 신분증..."
"사장님도 이젠 그만하세요"
내가 너무 쎄게 나오는게 경찰들도 안 좋아보였는지 그만하라며 나를 가로막았다.
"아주머니, 분실신고 안 하실거면 이제 빨리 돌아가세요"
이렇게 말하자 할망구는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고, 온지 거의 2시간만에 경찰들과 함께 밖으로 사라졌다.
세사람이 계단으로 내려가며 서로 뭐라뭐라 말하는 것 같아 문을 빼꼼이 열고 귀기울여, 그들이 하는 소리를 들어봤따.
"아주머니 이제 여기 다시 오시면 안돼요"
"예~"
위기의 순간에 영웅처럼 나타나 나를 도왔던 내 악마정체성도 다시 잠을 자러 자기 집으로 돌아가고
미용실의 모든 소란이 사라졌다.
조용한 정체성인 원래의 나는 카운터 의자에 앉아 분을 삭이며 여러가지 생각을 해 보았다.
원래의 조용하고 사려깊은 나로 돌아오니 그 할망구에게 너무 심하게 대했던것이 안니가 약간 미안하기도 했다.
만에 하나라도 할망구가 진짜로 목걸이를 우리미용실에서 잃어버렸을지도 혹 모를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절대 할망구는 우리 미용실에서 목걸이를 잃어버리지 않았을것이다.
만일 정말 잃어버렸다면 아무리 경찰에 의해 강제추방을 당하는 상황이라도 파마값 5000원을 깎으려고 그렇게 끈질기게
고집을 피우는 찌질한 인성이라면 분명 수십만원은 족히 될 18케이 금목걸이를 결코 포기하지는 않고, 내게 자기 연락처를 남겨놓으며 나중에 찾게 되면 꼭 연락달라고 신신당부를 했을것이 분명한데 전혀 그런 당부도 없이 떠나버렸기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자신의 자존심을 깎는 심한 말을 그렇게 해 대며 혼쭐을 내는데도 찍소리 한번 못하는것은 자신의 정당하지 못한
행위를 무의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여간에 아주머니 ! 다시는 사특(간사하고 요사스런) 한 아주머니의 머리에 내 부드러운 손길로 아름다운 미용기술을 펼칠날이 결코 다시는 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굳바이, 아듀, 사요나라!
추신: 글속에 반말 표현이 많은것은 글을 흥미지게 하려 연출한 것일뿐 실제 현실에서는 존댓말을 썼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