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ㆍ추계 야구 혼자 6승
“이젠 내년 프로야구 신인왕이 목표입니다.”
지난 9월 16일 끝난 대학야구 추계리그 최우수선수 오승환의 다부진 각오다. 오승환은 올해 대학야구 춘·추계리그에서 혼자 6승을 거두며 단국대의 양대 리그 석권을 이끌었다. 특히 추계리그에선 4게임에 출전해 3승, 방어율 1.45, 탈삼진 46개의 특급 피칭을 뽐냈다. 최고 146㎞의 빠른 볼에 제구력이 좋아 올 대학야구 최고 투수로 손꼽히고 있다. 오승환은 신인 2차 1순위로 삼성에 지명돼 내년에 프로무대를 밟는다.
하지만 오승환은 2년 전만 해도 부상으로 신음하던 불운의 유망주였다. 도신 초등학교 5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그는 한서고에 진학할 때까지만 해도 촉망받던 꿈나무였다. 시원시원한 투구폼으로 빠른 직구를 뿌려대 ‘메이저리그 스타일’이라는 별명도 붙어다녔다.
그에게 불행이 찾아온 것은 한서고 1학년 때. 갑작스럽게 오른쪽 팔꿈치 부상을 당해 더 이상 공을 던질 수 없었다. 2학년 때 경기고로 전학해 외야수로 변신했지만 졸업 후 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다행히 그를 눈여겨본 단국대 강문길 감독의 부름을 받아 야구를 계속하게 된 오승환은 1학년 때인 2001년 11월 팔꿈치 인대 수술을 받은 뒤 피 나는 재활훈련을 계속 했다. 낮에는 웨이트 트레이닝, 밤에는 튜빙(특수고무줄을 당기는 훈련)으로 손목과 팔꿈치 힘을 키워갔다.
2년여의 재활프로그램을 소화한 그는 지난해 춘계리그에서 다시 마운드에 섰고 1년 만에 팀의 기둥투수로 성장했다. 올 초 국가대표로 선발돼 태극마크를 달았을 뿐만 아니라 지난 6월 프로야구 신인 2차 드래프트에서 삼성에 1번으로 지명되는 기쁨을 안았다.
“공을 다시 힘껏 뿌릴 수 있게 됐을 때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요. 그래서 모자 챙 안쪽에 ‘나는 행복하다’고 새겨놨어요.” 오승환은 “프로의 지명을 못 받았더라도 의지를 갖고 끝까지 하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온다는 것을 알았다”며 “한국 프로야구의 주축 투수로 활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