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조개 속살이 꽉 찼다. 조개에 봄나물을 넣어 끓인 된장국은 생각만 해도 식욕을 돋운다.조개는 겨울을 지난 봄이라야 제 맛이 난다. 술을 많이 마시고 난 뒤 조개국을 마시면 특유의 시원한 감칠맛은 혹사당한 간장을 해독시키는 작용을 한다.
조개류로는 모시조개, 대합조개, 가막조개(바지락조개), 피조개, 새조개, 홍합, 백합 등 종류가 많다. 조개류는 쫄깃쫄깃하고 달착지근한 감칠맛이 특징이다.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며 강정 작용이 뛰어난 타우린이 많은 식품이다. 타우린이란 물질은 체내지방분해를 도와주며, 콜레스테롤의 흡수를 억제한다. 단백질은 많고 지방의 함량은 적어 살찌기 쉬운 사람에게는 더없이 좋은 식품으로, 글리코겐, 철분이 많아 빈혈의 예방, 치료에도 좋다. 또 어린이 성장에 필수적인 아연도 많고, 티록신을 다량으로 뇌에 공급하여 정신적인 능력을 강화시켜주는 식품이다. 그래서 조개는 스테미너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조개요리의 기본은 조개를 잘 해감시키는 것이다. 모시조개는 깨끗이 씻어 바닷물 정도의 소금물에 넣고, 바지락은 맹물에 담가 어두운 곳에 반나절 정도 두어 해감시킨다. 조리직전에 손으로 껍질과 껍질이 서로 부딪히도록 잘 씻어야 하는데 덜 씻으면 비린내가 남는다.
며칠 보관하려면 손질한 조개를 찬물에 담가 랩을 씌워 어두운 곳이나 냉장고에 보관하거나 물기를 빼고 비닐봉지에 넣어 냉동시킨다. 조리할 때는 해동시키지 말고 그대로 가열해서 먹는다.
섬진강의 재첩은 예로부터 명산물로 손꼽히는 손톱만한 크기의 작고 까만 조개다. 작지만 국을 끓이면 뽀얀 국물이 아주 맛이 좋은데 아미노산, 호박산 외에 비타민12가 육류나 간과 맞먹을 정도로 많아 간의 해독에 좋다.
국을 끓이는 조개는 크기가 작은 것으로 하고 오래 끓이면 조갯살이 질겨지므로 국물이 끓어오르고 조개 입이 벌어지면 바로 불을 끈다. 국물을 깨끗이 하려면 끓인 국물도 일단 거즈에 밭여 사용하는 것이 좋다. 조개를 주재료로 끓이는 조개탕일 경우는 껍질째 담아내는 것이 좋고 조갯살만 넣고 끓이면 깨끗한 맛이난다. 조개탕을 끓일 때 마지막에 청주를 넣으면 탕국의 맛이 돋우어진다.조개는 주로 탕, 찌개, 전골에 많이 넣으며 살을 발라서 전을 부치거나 껍질에 도로 채워 찜이나 구이를 한다.
조선조 세도정치가 김좌근의 첩인 나주 기생 양씨는 조정의 인사에 간여하여 뇌물을 받고 벼슬을 팔았다. 양씨의 막강한 세력을 아는 사람들은 나합(羅閤), 즉 나주합부인이라고 불렀다. 나합이라는 단어 중 합(閤)은 합하(閤下: 각하와 같은 말로 옛날에 대신들이 집의 대문 옆에 작은 문을 설치해 놓은 데서 비롯되었다.)에서 따온 것이다. 나합 때문에 국가의 기강이 어지러워지자 신정왕후가 나합을 불러 " 너를 나합이라 부른다는데 그게 정말이냐? " " 저를 천시하여 나주의 계집이란 뜻으로 조개 합(蛤)을 써서 그렇게 부른 것으로 압니다" 재치있는 답변을 하였다.
그러나 조개는 닫힐 때 강력한 힘과 두 쪽의 물림이 빈틈없이 잘 맞는다. 같은 크기의 조가비를 맞추어 보아도 서로 물리지 않기 때문에 일부일처의 교훈으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