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취임 1년을 맞았다. <노동과세계>가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을 만나 취임 1주년을 맞은 소회와 2011년 민주노총이 주력해야 할 사업과 투쟁, 또 조합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등을 들어봤다. 김 위원장은 올해 비정규직 문제를 사회의제화해 민주노총 중심사업으로 전환하고, 감동과 희망을 동반한 진보정치 대통합을 이뤄내야 한다고 밝혔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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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임 1주년을 맞은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이명익기자 | △취임 1년을 맞아 지난 한 해를 평가한다면?=제가 출마를 결심하게 된 배경은 민주노총에 혁신의 새바람을 일으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지난 1년은 민주노총 존재감과 가능성, 우리 조합원들 역동성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사실 민주노총은 국민 속에서 잊혀졌거나 냉담한 취급을 받았다. 예를 들어 성폭력사건 이후 포털사이트에 민주노총이 마치 성폭력집단인 것처럼 묘사됐다. 한 때 우리 사회를 들었다 놨다 할 정도의 기백을 갖고 중요한 세력으로 역할을 하던 민주노총이 같은 노동자이며 다정한 벗이자 우군인 국민에게 지탄 받았다.
언론에 오르내리며 시민사회와 연대진영의 많은 관심과 기대, 애정 어린 비판 속에 지난 1년을 달려왔다. 제 가장 큰 평가의 지점은 지난해 4월 타임오프 전면시행에 따른 총파업 총력투쟁전선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것이다. 두고두고 평가돼야 한다. 누가 뭐래도 위원장에게 큰 책임이 있다.
작은 성과가 있다면 민주노총을 믿고 민주노조를 사수하기 위해 투쟁한 조합원과 간부들의 헌신과 노력의 결과다. 한계나 아쉬움이 있다면 지도부의 부족함에서 비롯됐음을 말씀드린다.
저는 ‘승리하는 청년 민주노총’을 케치프레이즈로 걸었다. 진보정치 대통합, 시민사회 연대 등 중요한 사회 이슈를 통해 민주노총이 진보진영 맏형으로, 든든한 세력으로 조금씩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고 본다. 지난해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성폭력보고서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지난날의 잘못을 깊이 성찰하고 대안을 내놓은 우리 진정성이 조금은 보인 것 같다. 있어서는 안 될 성폭력사건이었으며, 민주노총이기 때문에 2년 간 많이 토론했다고 본다. 또 민주노총이기 때문에 보수언론에서 절대 못할 거라고 했던, 아무도 예상 못한 ‘통과’를 성사시켰다.
△취임당시 주창한 각종 혁신에 대해 평가한다면?=총연맹 사무총국 혁신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 총국이 어려운 조건에서 맡은 바 업무를 수행했다고 본다. 우리 운동진영 고질적 문제인 회의시간 엄수에서부터 출퇴근 등은 회계감사 지적에서 보듯 상당히 개선됐다. 각종 문서양식도 체계를 갖춰가고 있다. 여기 멈출 것이 아니라 진보운동 본성인 혁신과 통합을 통해 일관되게 더 박차를 가할 것이다.
저는 취임 후 젊은 간부들이 더 도전적 급진적으로 사고할 것을 주문했다. 지난해 민주노총이 생기고 나서 가장 대폭적 인사를 단행했다. 6개 실장을 비롯해 많은 동지들이 재배치됐다. 걱정과 우려가 많았지만 업무 공백 없이 지도부 의중에 맞춰 혁신하며 노력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하고 싶다.
민주노총 내셔널센터는 더 큰 꿈을 가져야 한다. 나라를 운영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키워야 한다. 우리는 세상을 바꾸는 민주노총이다. 단순한 실무자에 그쳐선 안 되며 끊임없이 자기개발을 해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말자. 치열한 자기고민, 급진적 생각, 창조적 아이디어를 통해 도전하자.
의결기구를 통해 위원장이 지명한 상집의 중집 의결권을 제한하는 혁신안을 통과시켰다. 30여 차례 중집회의를 하면서 때로는 민감한 사안에서도 상대방을 존중하며 유회나 무산 없이 높은 지도력을 발휘했다. 정치방침이나 성폭력보고서 등을 둘러싸고 밤샘회의를 하며 성과를 도출했다. 산별연맹 위원장들과 지역본부장들에게 깊이 감사드리며 존경의 인사를 보낸다.
중앙위도 세 차례 다 유회 없이 안건을 처리했다. 다만 올해 대의원대회에서 성원 미달로 모든 안건을 처리 못한 것은 제 정성이 부족했던 것 같다. 대회를 준비한 동지들과 대의원들에게 죄송하다. 이후 대회에서는 더 이상 그런 일이 없도록 조직내부 혁신을 통해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
지역본부 강화 관련해서는 예산이나 인력을 대폭 지원해야 하지만 의무금 납부율이 떨어져 실질적 지원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다만 현대차·GM대우 비정규직, 한진중공업, KEC, 전북 버스 등 주요 투쟁들을 통해 지역본부 역할이 높아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적 격변기에서 지역본부의 진보정치운동 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은 더 높아질 것이다. 6.2선거 모범사례를 통해서도 지역본부 역할을 절감했다. 미조직 비정규 사업, 최저임금 투쟁 등 전략사업 전진기지도 지역본부다.
위원장이 너무 지역본부 위주로 사업하고 산별연맹 사업을 소홀히 한다는 평가도 있다. 돌아보니 그런 것도 없지 않았다. 민주노총 가맹골간조직인 산별연맹과의 사업을 우선해 진행하면서 그 결의에 기초해 지역본부 지원을 강화할 것이다. 물론 산별대표자회의도 강화해야 한다.
△임기 2년차 위원장으로서 민주노총 각급 조직들에게 강조하고 당부할 것이 있다면?=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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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임 1주년을 맞은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이명익기자 | 위기는 계급대표성 위기이며 내부 혁신과 민주주의 위기였다. 제가 생각하는 위기의 본질은 사상이념적으로 분명한 비전, 방향성과 지향성을 제시하지 못한 문제다. 민주노총이 열심히 싸우긴 하는데 과연 무엇을 하려는 건가, 자기 존재이유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물리학에서도 그렇듯이 방향성 없는 힘은 표류하고 만다. 우리 지향점과 목표를 노동존중사회로 명확히 하자. 기업하기 좋은 자본중심의 나라가 아닌 노동하기 좋은 나라, 노동자가 행복한 나라다.
우리는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 우리가 바꾸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며, 우리가 실현하려는 세상은 어떤 것인지를 분명히 하자. 궁극적으로 우리 전략과 노선을 확인하고, 조합원들 가슴을 뛰게 해서 세상을 바꾸는 민주노총으로 우뚝 서 사회변혁적 노동운동을 하자는 것이다.
사상이념적 위기와 방향을 상실한 민주노총, 80만으로 덩치는 크지만 지향점을 둘러싸고 일종의 혼선을 빚으며 위기를 고착시켜왔다. 사회변혁적 노동운동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그렇다면 방향성만 있다고 될까? 밀고 나가는 힘, 동력은 무엇일까? 민주노총 총단결을 최우선시하는 노동계급의 통합적 지도력이다. 신자유주의가 만든 노동계급 내 분절을 통합하고 그 지도력에 기초해 사회에 손을 내미는 사회연대전략을 전개해야 한다. 올해 최저임금과 비정규직 문제를 전면에 내걸어 구체화된 사업을 진행할 것이다.
민주노총 절대다수 조합원이 대기업 노동자들이다. 세상을 바꾸자고 할 때는 우리 것을 던지며 비정규직 동지들에게 손을 내미는 진정성이 필요하다. 그래야 ‘민주노총이 변하는구나’ 하며 노동계급 대표세력임을 시민사회와 제정당이 인식할 것이다.
우리 내부도 단결하지 못하면서 세상을 바꾸자고 하면 누가 믿겠는가. 정규직-비정규직이 하나 돼 노동계급이 단결하며 사회연대에 나서야 한다. 민주노총 사업 중심성을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전환하는 것을 올해 역점사업으로 두고 있다.
그 속에서 사회연대전략도 실현될 것이다. 계급 내 총단결이 이뤄지면 사회연대가 부수적으로 따라와 동력이 될 것이다. 힘 없는 방향성 역시 표류할 수밖에 없다. 세상을 바꾸는 민주노총으로 방향성을 설정하고, 계급 내 총단결을 통해 통합적 지도력을 갖고 전진하자.
△2011년 한 해 민주노총 가장 핵심사업은?=비정규직 문제를 사회의제화해 민주노총 주요사업으로 옮겨놓는 것, 진보정치 대통합 이 두 가지가 올해 민주노총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일부에서는 민주노총 위원장이 딴 거 신경쓰지 말고 두 당을 통합하고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드는 데만 전념하라고, 민주노총 말고는 못한다고도 한다.
하지만 상층의 압박만으로 통합이 성사되지 않는다. 또 단순한 진보정당 통합으로 새 정당 건설을 말할 순 없다. 감동과 스토리가 필요하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손잡지 못하는 통합은 안 된다는 것을 관철시켜야 한다.
최저임금투쟁을 국민임투로 성사시켜내고, 전략조직화사업을 성과적으로 수행해 복수노조시대에 공세적으로 조직화하고 급감한 노조조직률을 끌어올려야 한다. 노동 없는 복지, 노동 없는 진보는 소용없음을 설득해야 한다.
공세적 전략조직화를 통해 100만 민주노총 시대를 여는 비정규직 핵심사업을 성과 있게 해낸다면 그 힘을 바탕으로 진보대통합도 성사될 것이다. 두 가지는 별개 문제가 아니다. 우리 힘과 조직력이 강화되면 통합은 기본적으로 될 것이며, 우리가 꿈꾸는 집권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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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12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서 열린 '민주노동당 당사 개소식'에 참가한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이 진보양당 관계자와 시민단체 대표들과 함께 진보집권을 희망하는 떡을 자르고 있다.이명익기자 | △진보정치 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대해=통합의 키는 우리 조합원들이 쥐고 있다. 대통합으로 가는 것은 이미 시대적 역사적 요구다. 이미 도도한 흐름이 형성됐고, 반하는 세력은 필연적으로 소멸할 것이다. 여전히 일부에서 역사적 흐름과 요구에 반하는 논리를 주장하지만, 사소한 문제제기는 중요치 않다. 통합은 기정사실이다. 문제는 국민과 조합원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주는 통합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민주노총 80만 조합원이 새 진보정치의 주인으로 서야 한다. 민주노총은 충분한 저력을 가졌으며, 적극 후보를 발굴하고 출마해야 한다. 정당에 맡기면 알아서 하겠지 하는 안이함은 버리자. 제 역할은 진보정치 통합의 도도하고 거대한 흐름을 광범위하게 아래로부터 만들어내는 것이다. 저는 통합을 거스를 수 없는 불가역적 위치에 놓고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그 주역으로 나설 수 있도록 다양한 아이디어와 수단, 방법들을 만들어 낼 것이다.
진보정치 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염원으로 제시하며 뚜벅뚜벅 나아갈 것이다. 이것은 무한정 미룰 일이 아니다. 시간표에 맞게 진전돼야 된다. 통합은 진정성과 실력 두 가지 모두를 필요로 한다. 지난 1년 간 진정성만으로 안 된다는 것을, 실력을 키워야 함을 절감했다.
△민주노총이 국가고용전략2020 폐기와 한미FTA 중단을 촉구하며 2011년 투쟁을 선포했는데=올해 노사관계는 노동악법 속에서 저들이 들고 나온 복수노조 시행이 민주노조운동에 독이 될지 약이 될지, 우리가 어려움을 뚫고 화를 복으로 바꿔 민주노조운동 일대 도약을 할지, 아니면 노동운동이 마지막 결정타를 맞게 될지의 문제다. 우리 내부 혁신과 투쟁에 달렸다.
노동정책에 있어서 이명박정권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의 결정판으로 던져진 국가고용전략2020이 이 정권에게 독이 될까, 약이 될까? 저는 단언컨대 이 정권이 무너진다면 이 정책으로 무너질 것을 확신한다. 전면적 파견업종을 확대하고, 개별근로조건을 악화하려는 시도는 이명박정권 레임덕을 종결짓게 될 것이다. 저들은 노동유연화를 통해 자본천국을 만들려 하지만 우리는 이를 통해 이 정권의 끝을 볼 것이다.
노동정치분야도 분당사태 이후 올해 진보정치 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통해 전화위복이 될지, 우리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나락으로 떨어질지는 민주노총 올해 사업과 투쟁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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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임 1주년을 맞은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이명익기자 | △민주노총 조합원과 국민대중에게=지난해 제가 투쟁하는 동지들을 향해 가장 많이 한 말 중 하나가 “여러분이 오늘의 전태일이며 민주노총이다”란 말이다. 이 순간에도 투쟁하는 그 동지들이 진정한 이 땅의 전태일이고 민주노총 주인이다. 투쟁하는 동지들이 용기를 잃지 않도록 승리하는 그날까지 함께 할 것이다.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다. 잘 이겨낸다면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이 반드시 올 것이다. 그날을 위해 반격할 날을 기약하며 참고참고 또 참자. 80만 조합원이 현장을 굳건히 지켜주길 바란다.
민주노총은 2011년을 맞아 세상을 바꾸는 민주노총으로 거듭날 것을 결의했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수사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 새로운 비전과 대안을 스스로 만들자. 절망의 시대에 그나마 민주노총이라는 조직이 있어서 이 시기를 넘길 수 있었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기 위해 민주노총은 다시 일어설 것이며, 실제 준비돼 있다. 크게 사고 한 번 쳐야 되지 않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