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모임 회장님과 문화부장님 그리고 전라권협의회 회장님, 저 이렇게 넷이서 광주시교육청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전국독서새물결모임에서 독서능력검정시험에 관한 협조공문을 교육청에서 광주시 각 학교와 도서관에 3월 25일 보낸 것을 3월 31일 알게 되었었습니다. 그래서 그 동안 어도연의 공문을 기다리면서 이 독검과 관련된 자료를 모으고 지난 토요일 서명운동을 통해 받은 용지들을 모아 담당장학사를 만나러 갔었습니다.
어떠한 과정 속에서 새물결의 독검시험 공문을 보내게 되었는지 들어봐야 했고, 공문을 보내게 된 교육청의 입장은 무엇인지, 앞으로 이와 관련하여 어떻게 할 것인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장학사님은 예전에 "전국독서새물결운동추진위원회-대한출판인협회-와 같은 단체로 알고 있었으며 교육방송국이 후원하는 것을 본데다 새물결모임의 임영규회장도 아는 사람이었고, 그동안 독서대상을 통해 좋은 독서문화를 이루는데 기여한 점을 감안하여 그다지 고민해 보지 않고 공문을 보내게 되었다고 합니다. 새물결이 보내온 공문을 보면서 독서인증을 1등급에서 10등급까지 급수를 나누는 것과 많은 액수의 응시료를 받는 것이 마음에 조금 걸렸지만 그냥 보냈다고 합니다.
그래서, 새물결 공문에 "생활기록부 등재가능"이라고 쓰인 부분을 보지 않았느냐고 묻자 보지 않았답니다. 사실 이 부분에서 저는 많이 실망했습니다. 어떻게 각 학교와 도서관에 공문을 보내면서 어떤 내용의 공문인지 알아보지도 않고 고민해 보지도 않고 보낼 수 있는지... 수 많은 공문들 가운데 하나이니까 그냥 대강 훑어보고 보낸 모양이지요.
우리 어도연과 동화읽는어른모임에서는 이 시험이 폐지되는 그날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입장을 말하면서 그동안 어떤 단체들과 연대해서 어떻게 반대운동을 하고 있는지 보여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이렇게까지 할 만큼 중요하고 심각한 일이냐고 소모전 아니냐고 자꾸 그러시더군요. 절대 아니라고 했지요. 그냥 두면 한자인증시험처럼 몇 년 안에 60만명이 시험본다고 예상문제집 풀고 있을지 모른다고 했지요. 그때 가서 반대 하겠습니까?
장학사님께서는 독서경시대회를 10년동안 해 오면서 이 경시대회를 통해 아이들에게 주는 효과에 대해 예를 들어가며 말하시더군요. 상고를 다니는 학생이 그동안 의기소침해서 지내다가 이 경시대회를 통해 상을 받게 되었는데 이 학생에게 이 상은 독서상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하시더군요. 옆에 계셨던 장학사님께서도 이러한 방법으로라도 아이들에게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의외로 책에 재미를 느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하시더군요 . 이렇게 시작된 책읽기가 평생을 갈 수 있을까요? 그래서 그럴 수는 있겠지만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잖느냐고 짚었지만 이해하셨는지...이런 얘기가 오고 가는 것을 보면서 이게 벽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 책을 읽는지 책을 읽어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근본생각이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모임이 더 다져지고 의지를 모아 활동을 넓혀나가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시간 가량 얘기를 하면서 담당장학사님께서 당신이 공문을 꼼꼼히 보지 않고 습관적으로 보낸 것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시고 왜 우리가 독서능력검정시험을 반대하는지에 대해 인지해 주시면서 (물론 끝까지 소모전이지 않느냐는 얘기를 했었습니다.) 바로 다시 공문을 발송하시겠답니다. 내용은 이 검정시험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이 이렇게 있다는 것과 생활기록부 등재는 절대 안된다는 것으로 해서 다음날(그러니까 오늘) 보내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광주에서는 서석중학교에서 시험을 보는데 이 장소에 대한 교육청의 역할(섭외)가 있었는지 물었더니 전혀 무관하답니다. 이런 시험이 있다는 것을 안내만 해 주었지 그 어떤 역할도 새물결에서 협조해 달라고 하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고민하지 않고 보낸 모양입니다. 그러다 보니 서석중학교는 새물결에서 직접 섭외가 된 곳으로 여겨집니다. 서석중학교가 예전부터 학교자체적으로 독서인증제를 실시해 오던 학교였답니다.
그런데, 시교육청에 시정을 요구하고 우리의 입장을 얘기하자 해서 일정정도 변화가 있었는데, 도교육청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전라권 지역모임(여수)에 알아보았습니다. 시교육청과 같은 내용으로 공문을 보냈다면 여기도 찾아가 독검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밝히고 시정을 요구해야 하니까요.
알아보니, 여수시내 학교나 도서관에 독검과 관련하여 교육청에서 보내온 공문은 없었답니다. 도교육청에서 공문을 보냈는데 여수시 교육청에서 보내지 않은 것인지, 도교육청에서 처음부터 보지 않은 것인지, 새물결에서 도교육청에 보내지 않은 것인지는 아직 확실히 모르겠습니다. 그래 독검에 대한 반응은 없는데 오늘 확인된 바로는 3개 학교에서 독검 홍보포스터가 붙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새물결과 관계된 교사들이 붙인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른 지역을 더 확인해 본 다음 혹시라도 공문발송이 확인이 되면 도교육청도 찾아가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오늘 목포 신입교육 강의가 있어서 갔다가 이런 얘기 하면서 목포 회장님께 알아봐달라고 했는데 빨리 연락주시면 좋겠어요.
시교육청 장학사님 말씀처럼 이렇게 많은 단체가 연대해서 반대하고 있고 목소리를 높이니 많은 사람들이 응시도 하지 않을 것 같고 금방 없어지겠다고 하신 것처럼 빨리 없어지고 이런 말도 되지 않는 발상이 다시는 생겨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신입교육들로 매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계실 여러 회원님들 힘드시겠지만 조금만 더 힘내서 독서능력검정시험을 꼭 폐지시킵시다. 잘하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