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집 아기 노래비,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한 제주민예총의 정책토론회가 지난 24일 제주도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제주도가 사업의 타당성을 이유로 ‘섬집 아기’노래비 건립 위탁사업을 미뤄온 제주문화예술재단에서 음악협회 제주도지회로 위탁 사업기관을 변경한 가운데 열려 주목을 받았다.
발제자 김수열 시인은 ‘섬집 아기’ 노래비의 주인공인 원로 작곡가 이흥렬의 친일행적을 공개하면서, 건립반대 의사를 분명히 피력했다.
김 시인은 ‘청산하지 못한 역사3(반민족문제연구소 간)’에 소개된 ‘항일민족 음악가로 둔갑한 일제 군국가요의 나팔수’라는 이흥렬의 기록을 인용, “그는 1940년대 총독부 부민음악회에서 ‘대일본의 노래’, ‘흥아(興亞)행진곡’ 등을 반주, 일본 군국가요 대합창 무대를 빛냈고, 일본 군국가요 보급에 앞장선 친일 음악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표적인 친일작곡자의 노래비를 아무런 연고 없고, 아무런 관련도 없는 제주에 제주도민의 어떠한 의견수렴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세우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반대급부에도 불구하고 제주도가 밀어붙이기로 강행한다면 제주도야말로 21세기 친일 자치단체라는 오명을 지울 수 없게 된다”며 “지금이라도 노래비 건립 계획을 그만두기 바란다”고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토론자 강원철 도의회 의원, 심규호 제주문화포럼 원장도 △도민공감대가 없고 △제주정서와 맞지 않고 △도민혈세로 친일파의 노래비를 세운다는 데 반대한다고 밝혓다.
다른 토론자 오영순 민요패 소리왓 대표는 “‘섬집 아기’의 노래말 중 ‘굴’, ‘섬그늘’이 제주에 없다”며 “차라리 제주민요비를 관광자원차원에서 세워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상철 오현고 음악교사와 현행복 성악가는 ‘섬집 아기’의 정서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신중론을 제기했다.
이 교사는 “‘섬집 아기’의 전체적인 정서(가사.멜로디의 서정성)’는 절해고도 제주에서 모진 풍파를 헤쳐온 제주인의 정서와 무관치 않다”며 “이 노래의 마땅한 연고가 없다면, 이 노래의 전체 정서상 제주도가 알맞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현행복씨는 “가사 내용을 가지고 전체 의미를 해석하거나 제주정서를 언급한 것을 경계한다. 친일의 꼬리를 달아서 이흥렬의 행적과 음악활동까지 폄하해선 안된다”며 “이흥렬의 노래가 애창되어 한국인의 정서를 일깨워준 것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 불참해 눈총을 산 제주도 관계자는 25일 “노래비 건립문제는 이흥렬의 친일 행적과 상관없이 추진할 것”고 건립 의사를 분명히 했다.
노래비 건립을 제안한 이영조씨(고 이흥렬의 차남)는 “아버지의 친일행적에 대해선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밝히고, “한국의 섬의 상징으로 제주에 노래비를 건립하려 했던 것인데 섭섭해도 제주도민의 공감대가 없다면, 철회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