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8.3봉
한계민예단지 내 찜질방에서 서너시간 토막 잠을 자고 풍경님과 이른 아침 밥을 먹으며 전날 원통의 봉화봉과 명당산을 다녀와 합류하기로 한 동그라미님에게 전화를 해보지만 불통이다.
여명이 밝아오는 도로 따라 미시령 쪽으로 걸어가면 들머리라 할 수 있는 한계 쉼터가 나오고 귀여운 강아지들이 떼로 뛰어 나오며 이방인들을 반긴다.
밭을 가로질러 북천의 물소리를 들으며 능선으로 들어가니 흐릿한 족적이 나타나고 선답자의 표지기 한 장이 걸려있어 시작부터 김을 빼버린다.
잡목들을 헤치며 땀을 흘리고 가파른 산길을 올라가다 보면 기다리던 동그라미님의 전화가 오는데 전날부터 우리가 있던 찜질방 TV 옆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해 어리둥절해 진다.
박무 사이로 44번국도를 내려다 보며 좁은 공터에 글씨 없는 삼각점이 있는 558.3봉에 올라 배낭을 베개 삼아 잠을 청하다 아침도 먹지 못하고 부랴부랴 출발한 동그라미님을 만난다.
▲ 한계쉼터 앞의 들머리
▲ 558.3봉 정상
- 능선갈림봉
왼쪽으로 공장 건물을 내려다보며 야산길을 따라가다 북쪽으로 능선이 휘는 갈림길을 내려가니 부인과 다정한 대화를 나누며 밭을 일구던 농부가 웬일로 왔냐고 큰소리를 지른다.
묘지들을 거푸 지나고 둔덕의 삼각점 비숫한 시멘트 석을 지나서 왼쪽에서 오는 홈 통길을 건너면 안산을 향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나뭇가지 사이로 울퉁불퉁 솟은 안산을 바라보며 바위지대들을 넘고 우회해서 올라가니 6.25 때의 격전지답게 오래된 벙커가 나타난다.
계속해서 앞을 막는 바위 지대들을 넘고 암봉을 뿌리 채 크게 우회하며 노송 늘어선 능선 따라 북천 쪽으로 또다른 지능선이 갈라지는 봉우리(약830m)로 올라가면 둥그런 공터에 벙커가 놓여있고 안산 쪽과 북천 쪽으로 다 표지기들이 걸려있다.
서서이 나타나는 초원 지대를 가로질러 묘지 1한 기를 지나고 고도를 높혀가며 북에서 동쪽으로 능선이 휘는 둔덕으로 올라서니 역시 벙커가 놓여있고 이어지는 능선 봉들이 모습을 보인다.
▲ 능선갈림봉 정상
- 안산
눈부시게 펼쳐지는 신록의 초원 지대를 만나 참나물과 곰취들을 뜯고 십이선녀탕 초입부로 뻗어나가는 지능선 상의 멋진 암봉인 942봉을 바라보며 암릉들을 거푸 우회한다.
거센 관목들을 헤치며 시야가 트이는 전망대 바위로 올라서면 앞이 탁 트여 한계리에서 올라온 능선이 한 눈에 펼쳐지고, 대청봉과 가리봉이 운무 속에 모습을 드러내며, 942봉의 깍아지른 암벽이 험준하고도 아름답게 보인다.
조금씩 떨어지는 빗방울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942봉으로 능선이 분기하는 1161봉을 넘고 앞에 높게 솟은 1257봉을 바라보며 암봉들을 오른다.
구상나무와 진달래들이 아름답게 치장하고 있는 암릉으로 올라서니 역시 지나온 능선이 잘보이고, 안산은 좀 더 가깝게 다가오며, 지능선의 선바위들이 멋지게 시야에 들어온다.
암벽을 오른쪽으로 휘돌아 1257봉을 넘고 본격적으로 쏟아지는 빗줄기를 맞으며 계속 나타나는 암봉들을 우회하고 넘어 내려가 갈직촌에서 올라오는 뚜렷한 등산로와 만난다.
차디찬 비바람을 맞으며 진녹색으로 펼쳐지는 초원 따라 암봉들을 잇달아 넘고 삼거리에서 직진해 삼각점(설악24/2004재설)이 있는 안산(1430.4m)에 오르면 날이 서서이 개이며 치마바위와 고양이바위 등 기암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역시 지나온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지나온 능선
▲ 전망대에서 바라본 942봉
▲ 암릉에서 바라본 안산
▲ 지나온 암릉과 942봉
▲ 지능선의 선바위
▲ 암릉
▲ 안산 정상
▲ 안산에서 바라본, 지나온 능선
▲ 지능선의 암릉
▲ 안산에서의 조망
▲ 안산에서 바라본 가리봉
- 1097.1봉
진달래들이 피어있는 아름다운 기암들을 둘러보다 바람을 피하며 소주를 곁들여 점심을 먹고 온갖 야생화들이 살랑거리는 암릉을 지나 대승령 갈림길로 가니 밧줄이 쳐져있고 많은 등산객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십이선녀탕 갈림길을 지나 곰취를 따가며 멧돼지들이 마구 파헤친 흐릿해진 초원 길을 따라가면 앞에 1369봉이 우뚝하고 운무 속에 응봉이 험준한 모습을 보인다.
몇년전 아니오니골에서 응봉 능선을 타고 올라와 비 바람을 피해 소주를 들이키던 추억을 떠올리며 1369봉을 넘고 펑퍼짐한 능선 따라 음지골쪽으로 능선이 갈라지는 1214봉을 넘는다.
앞이 트이는 바위에서 흑선동 계곡으로 뻗어나가는 지능선을 바라보다 봉우리를 내려가면 뚜렷한 등로는 음지골 쪽으로 휘어지고 이어지는 능선으로는 족적이 흐릿하다.
쓰러진 나무들을 넘고 전에 붙혀놨던 내 표지기를 찾아보다 앞에 험준한 암봉으로 서있는 1097.1봉을 바라보며 빽빽한 잡목들을 뚫고 내려간다.
안부에서 다행히 암릉 옆으로 난 족적을 따라 둔덕에 오르고, 바위지대를 우회하고 구상나무들을 헤치며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100여미터 떨어진 1097.1봉으로 올라가니 삼각점은 없지만 벼랑에서는 앞이 시원하게 트여 내려온 능선이 잘 보이고 흑선동계곡 쪽으로 짙은 비구름이 뭉실뭉실 떠올라 환상적인 광경을 연출한다.
▲ 기암
▲ 뒤돌아본 안산
▲ 안산의 암벽
▲ 1097.1봉에서 바라본, 지나온 능선
▲ 1097.1봉에서 바라본 흑선동계곡의 운해
- 785봉
앞에 간 동그라미님을 따라 지능선으로 내려가다 돌아와 울창한 수림속에서 갈림길을 어렵게 찾아 북능으로 들어가면 족적도 없고 울창한 철쭉들이 앞을 막는다.
다시 쏟아지는 빗줄기를 맞으며 나뭇가지들을 헤치고 연신 바위에 미끄러지며 적적한 오지 숲을 바삐 내달리니 젖은 몸은 덜덜 떨려온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빗소리만이 울려오는 숲 따라 천연보호구역 표시석이 서있는 829봉을 넘고 갈림길을 만나 북서 방향인 왼쪽으로 꺾어진다.
뚜렷하게 나타난 족적을 보며 흰 줄이 매져있는 능선을 뚝 떨어져 내려가다 오른쪽으로 흐르는 능선을 발견하지만 그냥 트레버스 해서 사면을 치고 올라간다.
다시 능선으로 붙어 가파른 숲을 헤치고 올라가면 흰색 암릉이 나오는데 운무에 가린 수직 절벽지대에 오금이 저리고 닳은 등산화가 못 미더워 조심스레 우회해서 올라간다.
소나무들을 잡고 암봉을 내려가 고산 처럼 끝이 없이 나타나는 가파른 능선을 헤치며 역시 거친 암릉에 노송들이 서있는 785봉을 어렵게 올라간다.
- 음지골
더욱 거세지는 빗줄기를 흠뻑 맞으며 뚜렷한 능선을 따라가다 보니 554.5봉을 거쳐 백담 학생야영장으로 이어지는 북서쪽이 아니고 북동쪽인데 백담계곡으로 빠지는 북동능은 거리는 짧지만 절벽이 있을 것 같아 포기한다.
조만간 날은 어두어질 것이고 제 능선은 찾지못해 불안해져 아까 트레버스 했던 계곡으로 떨어져 안전하게 하산하기로 의견을 모은다.
829봉을 향하여 되돌아가며 펑퍼짐하게 갈라지는 지능선들에 방향 감각을 뺏기고 우왕좌왕하다가 그냥 계곡 쪽으로 빠른 하산을 결정한다.
무릎까지 빠지는 낙엽에 미끄러지며 잔돌이 흘러내리는 너덜 사면을 한동안 치고 내려가면 음지골 상단이 나오고 뚜렷한 소로가 보여 모두들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푹신하고 완만한 낙엽 길 따라 오른쪽으로 이어갔어야 할 능선을 바라보며 아기자기한 소와 폭포를 한동안 지나 내려가니 옛 백담학생야영장이 나오고 힘들었던 산행은 끝이 난다.
도로를 따라 동서울 버스를 바로 탈 수 있는 용대리로 향하다 시간이 없어 구만2교 앞의 한 펜션앞에서 비에 젖은 옷을 대강 갈아입고 택시를 불러 원통으로 나가면 종일 비에 젖었던 몸은 사시나무처럼 떨려온다.
첫댓글 등산화 때문에 더욱 고생 많으셨습니다. 동그라미님은 아침부터 굶고 시작하여 "춥고 배고픈" 산행이 되어 버렸네요 ㅋㅋㅋ
풍경님도 고생 많으셨어요. 785봉에서는 정상의 바위지대를 넘어야 북서릉을 찾을 수 있었는데 비 때문인지 아쉽게 되었습니다. 북동릉으로 계속 갔어도 큰 문제는 없었을 듯 합니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믿지 않겠지만, 등산화 덕으로 킬문님께 같이 가자는 말도 들어보고, ,,,ㅋㅋㅋ 나중에는 나무잎들이 젖은 바지에 닿을 때마다 마치 칼에 베이는 듯 했습니다. 으,,,추워! ^**^
고생들 많으셨네여... 전 쉬운코스로 널널 산행했는데... 공연히 미안하구먼유 ㅠㅠ
길도 없고 봉우리가 다 암봉입니다. 가을에는 좋을 것 같더군요.
일요일에 저도 박지산 갈려고 하는데 돌아올때 혹 시간 맞으면 진부까지 태워주세요! 저는 숙암으로 내려옵니다.
10명이 가는데 아마 6시경 하산하겠죠...하산후 전화드리죠...
멋지고 흥분되네요..저도한번 다녀 와야하겠어요^ 잘 보고 갑니다.
멋진 산행 잘 보았슴다. 가져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