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3. 01. 24
국보급 삼국유사 왕력편 조선초기 판본 공개
『故 손보기(孫寶基) 소장본 연세대기증..새로운 사실 많이 보충』
▲손보기 교수(1922. 7. 7 ~ 2010. 10. 31.) / 壽 88세
▲손보기(교수가 연세대에 기증한 삼국유사
삼국사기와 더불어 한국고대사 양대 문헌으로 평가되는 삼국유사의 여러 판본 중에서도 지금까지 발견된 것보다 가장 이른 시기에 속하는 조선시대 초기 판본이 공개됐다. 더구나 이번에 공개된 삼국유사 중에는 글자가 탈락하거나 잘못된 곳이 많아 한국고대사학계에서 특히 애간장을 태운 대목이 많은 왕력편(王曆篇. 역대 왕조별 왕의 족보)이 포함됐다.
이를 통해 기존에 잘못 알려지거나 알 수 없던 사실을 수정하고 보충해 준다는 점에서 이 자료는 획기적인 발견으로 평가된다.
연세대는 구석기 고고학자 겸 서지학자로 이 대학 사학과에 오래 봉직하면서 대학박물관장을 역임한 고(故) 손보기(1922-2010년) 교수가 소장하던 삼국유사 1책 목판인쇄본을 유족에게서 최근 기증받았다고 15일 말했다.
이번에 기증된 1책은 신라ㆍ고구려ㆍ백제ㆍ가야의 역대 왕에 대한 간략한 족보 기술 모음집인 '왕력편'과 삼국시대 각종 기이한 이야기를 모은 '기이편(紀異篇)' 권1과 권2로 구성된다. 전통시대 서적은 단행본 1권으로 엮인 묶음을 책(冊)으로, 그것을 구성하는 각 챕터를 권(卷)으로 일컫는다.
연세대는 이 기증본을 검토한 결과
"삼국유사 1책이 낙장 없이 완벽한 상태이며, 출판상태로 보아 조선 초기에 간행된 것이 확실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고 말했다. 연세대는 "손보기 교수(유족) 기증본을 남아 있는 초기 간행본 권2(보물 제419-2호. 성암고서박물관 소장)와 대조해본 결과 완전히 같은 동일 판본임을 확인했다"면서
"같이 1책으로 묶인 왕력 편과 권1 또한 판면 상태로 보아도 동일 판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고려말 일연 스님 저작으로 알려진 삼국유사는 조선 중종시대인 1512년 경주에서 간행한 목판본인 이른바 '중종 임신본(中宗 壬申本)'이 완전한 형태로 전하는 가장 오래된 판본이다.
그 이전에는 언제, 누가, 어디에서 찍었는지를 알 수 있는 자료가 거의 없었다.다만 빠르면 고려말, 늦어도 조선 초기에는 찍었을 판본이 최근 들어 발견되기는 했지만 이마저도 전질이 아니라 일부만 공개됐을 뿐이다.
특히 삼국유사를 구성하는 여러 편 중에서도 오직 왕력편만큼은 유독 글자의 탈락이나 오류가 심한 데다,
중종 임신본 이전으로 올라가는 판본이 발견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이번 손보기 소장본 왕력편은 그 가치가 '국보급'으로 평가된다.
▲고 손보기 교수가 소장하다 유족이 연세대에 기증한 조선초기 판본의 삼국유사 왕력편
세부. 선덕여왕과 진덕여왕, 태종무열왕, 그리고 문무왕에 이르는 신라 중대 왕실 족보에 관한 기술이다.
붉은 선을 친 부분이 기존 정덕본 삼국유사 왕력편과는 다른 대목이다.
예컨대 기존 중종 임신본을 통해 신라 태종무열왕 김춘추의 어머니 천명부인(天明夫人)은 죽은 뒤에 받은 이름인 시호가 문정(文貞)이라 했지만 이번 조선초기본에서는 문진(文眞)으로 쓰였다.
신라 진덕여왕 아버지는 국기안(國其安)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자료에서는 국진안(國眞安)으로 드러났다.
또한 진덕여왕의 어머니 아니부인은 아버지가 기존 자료에는 이름이 '奴'이며 사후에 '○○갈문왕(葛文王)으로 추봉되었다고 했지만 이번 자료에서는 기존에 탈락한 갈문왕 이름이 '만천(滿天)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임신 정덕본에서는 김춘추의 아버지를 '용춘탁문흥갈문왕'(龍春卓文興葛文王)이라 했지만, 이번 손보기 소장본에는 '용춘 각간 문흥갈문왕'(龍春角干文興葛文王)이라 했다. 그의 아버지가 생전 이름이 용춘으로 최고 관위는 각간(角干)이었다가 그의 사후에 김춘추가 즉위하면서 문흥갈문왕으로 추봉되었다는 사실을 명확히 해주고 있다.
서지학자인 신승운 성균관대 교수는
"귀중한 왕력편 판본을 손보기 선생이 소장하고 계셨다는 사실은 이 분야 전문가들은 다 알고 있었지만, 선생이 생전에 공개하지 않아 그 전모를 알 수가 없었다"면서
"이번에 공개한 자료는 임신 정덕본 이전에 나온 유일한 왕력편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고대사 전공인 서영대 인하대 교수는
"왕력편은 왕들의 족보라는 점에서 글자 한 글자 한 글자가 다른 책보다 더없이 중요한데 이번에 조선 초기 판본이 마침내 공개됨으로써 기존에 품은 한국고대사의 의문점 상당수가 해소될 것"
이라고 기대했다.보통 판본이 오래일수록 그 책의 원래 모습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이번에 공개된 왕력편은 그런 측면이 많지만 후대 판본에 비해 문제가 있는 구절도 발견된다.예컨대 진흥왕의 어머니 지소부인(只召夫人)은 기존 임신 정덕본에서는 '모량리 영실 각간의 딸'(牟梁里英失角干之女)이라 했지만, 손보기 소장본에는 '모량리 영실 백구의 딸'(牟梁里英失伯口之女)이라 해서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게 돼 있다.
한편 연세대는 오는 16일 오전 11시30분 본관 2층 소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자료를 공개할 예정이다. 그 외 손 교수 측이 기증한 기증품으로는 평양지역 장로교 선교사 매퀸(윤산온)이 소장했던 태극기 1점과 고문서22점, 도서류 5,319책, 토기·도자기류 35점 등이 포함됐다. <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201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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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른본' 삼국유사는 국보급..지정신청"
연세대 "삼국유사 조선초기판 이젠 다 갖춰"
연세대는 16일 학교 본관에서 고 손보기(1922-2010) 교수 소장본인 조선초기 삼국유사 고(古)판본의 기증식을 개최하고 이 자료를 언론에 공개했다.
이날 기증식에서 손 교수 유족을 대표해 고인의 미망인 김서영(83) 씨가 왕력편(王曆篇)과 기이편(紀異篇) 제1권과 제2권의 3권으로 구성된 삼국유사 1책을 다른 유품과 함께 정갑영 총장에게 전달했다.
이 자리에는 손 교수의 장남으로 이 대학 보건대학원장인 손명세 교수도 참석했다.
김서영 씨는 이번 기증이 1941년 특대장학생이 되어 전액 장학금을 받은 이래 타계할 때까지 70년 동안 연세대와 인연을 쌓은 파른(손보기의 호)의 뜻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연세대가
"역사연구뿐만 아니라 선사고고학-구석기학까지 더욱 훌륭한 교육과 연구환경을 이룩한다고 믿는다"
고 말했다.
정 총장은
"이 기증본을 손보기 선생의 호를 따서 '파른본'으로 부르고자 한다"면서
"고인과 유족의 뜻을 받들어 조속한 시일 내에 이번 삼국유사의 가치를 조명하는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관련 영인본도 출간하며, 나아가 '파른석좌교수'를 도입하겠다"고 화답했다.
김도형 연세대박물관장은
"이번에 기증받은 '파른본'은 전문가 검토 결과 조선초기본이 확실하다는 판단이 섰다"면서
"그 가치는 이것과 같은 조선초기 판본이지만 일부가 탈락된 송은본(松隱本. 곽영대 소장)이 국보(306호)라는 점을 고려할 때 국보급 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따라서
"이번 파른본을 중심으로 삼국유사 판본 전반에 대한 학술적 조사와 검증 등을 거쳐 (문화재청에) 국보 지정을 신청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관장은 무엇보다 이번 파른본이 다른 판본에 비해 인쇄 상태가 확연히 좋은 점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파른본이 공개됨에 따라 삼국유사는 조선초기 판본을 거의 완벽하게 갖추게 됐다.
지금까지 온전한 삼국유사 판본으로 가장 오래된 것은 조선 중종시대인 1512년 경주에서 이계복(李繼福)이 목판으로 찍어낸 이른바 '중종 임신본'(정덕본이라고도 함)이었다. 하지만 삼국유사 후반부인 송은본에 이어 그 전반부인 파른본이 보충됨으로써 조선초기에 판각된(목판으로 찍어낸) 삼국유사는 거의 온전한 모습으로 복원이 가능해졌다.
파른의 아들 손명세 교수는
"이번에 연세대에 기증하기 전 파른본은 약 1년 반에 걸쳐 종이류 보존처리 전문가인 박지선 용인대 교수에게 의뢰해 보존처리를 했다"
고 말했다.
한국고대사 전공인 하일식 연세대 교수는
"조선초기 판본 중에서도 이번 파른본은 연세대라는 공공 기관에 기증돼 학계에서도 공적 이용이 가능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아울러 가장 오래된 이번 왕력편은 그 가치가 말할 수 없이 크다"고 평가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