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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물방울 이라는 만화 덕분에, 서울의 몇몇 음식점에서는 홍역을 치르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와인을 주문하는 손님들마다 만화에서 나오는 대로 높은 곳에서 가늘게 디캔팅을 해 달라는 주문 때문이라고 한다.
와인을 마시기 시작하면서 언젠가 한 번은 마주치게 되는 주제 중에 하나가 바로 디캔팅 (Decanting)이다. 초심자는 물론이지만, 제법 와인을 안다고 하는 사람들 조차도 왜, 언제, 어떤 방법으로 디캔팅을 하여야 하는지를 몰라 혼란스러워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또한 혹자는 모든 와인에는 침전물이 있는 것으로 오해하여 끝까지 따르지 못하게 하거나, 디캔팅을 한 후에 서빙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모든 것들은 와인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부족해서 생기는 일이며, 행여 독자들이 이런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도록 간단하게 디캔팅의 목적과 대상, 방법 등에 대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디캔팅이란 무엇인가
디캔팅은 영어로 딴 그릇에 옮기다, 이동하다 라는 뜻으로,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와인을 원래 담겨져 있던 병에서 디캔터 (Decanter)라고 부르는 다른 용기로 옮겨 담는 과정을 말한다. 이때 디캔터로 사용되는 용기로는, 다른 빈 와인 병이나 손잡이가 달린 물병, 또는 특별히 이 목적을 위하여 제작된 유리나 우아한 모양의 크리스털 제품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미처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경우에는, 임시적으로 와인을 옮겨 담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어떠한 그릇도 디캔터의 역할을 할 수는 있다. 물론 사용되는 용기들이 꼭 비싸거나 모양이 우아해야 되는 것은 아니지만, 품위 있는 와인서빙을 위하여는 제법 고급스럽게 만든 용기가 필요할 수도 있다.

디캔팅은 언제 필요한가
디캔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생산된 와인 병 밑에 남아있는 세디먼트(Sediment) 라고 부르는 침전물, 또는 잔유물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다. 간혹 찌꺼기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찌꺼기라는 말이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필자는 이제부터는 잔유물이라고 부르겠다. 이름이야 어찌 불리든, 이것은 발효과정에서 역할을 다하고 죽은 효모, 단백질, 그리고 포도껍질에서 떨어져 나온 아주 미세한 타닌, 색소입자 같은 각종 물질이 한데 뭉쳐진 결합체인 것이다. 이러한 잔유물은 와인의 발효와 숙성과정에서 거의 필연적으로 생기게 되며, 이들 모두는 건강에 유해한 성분이 없는 아주 자연물질들이다.
과거 생산기술이 제대로 발달되지 못했던 시절에는 대부분의 레드 와인에는 이런 잔유물이 있었다. 그러나 현대의 고도화된 와인생산과정에서는 철저한 정화(Fining)와 여과과정(Filtering)을 거치게 되므로, 대부분의 잔유물은 병에 주입되기 전에 제거된다. 특히 현대의 소비자들이 맑은 와인을 선호하는 추세에 있으므로, 이들 과정이 더욱 강화되어 서빙 시에 추가적으로 디캔팅이 필요한 와인의 종류는 아주 적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몇 가지의 예외는 있을 수 있다.
와인생산자에 따라서는, 이런 잔유물을 제거하는 여과과정에서 와인의 독특한 향과 맛의 입자들을 함께 잃게 될 수도 있으므로 의도적으로 잔유물을 제거하지 않고 병에 주입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포르투갈 산 알코올강화와인 빈티지 포트 처럼 생산초기부터 와인을 병에 넣고 아주 오랜 기간 숙성을 시키는 경우에는, 침전물의 존재는 필연적이며 또한 양도 아주 많다.
또한, 종종 색이 짙고 타닌이 많은 와인 중에는, 병 속에 반짝거리는 작은 유리조각 같은 결정체가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다. 당연히 소비자들은 심각한 와인불량으로 생각하여 반품을 하거나, 품질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는 가장 많은 이유 중에 하나가 되고 있다. 이것은 발효과정이 끝난 후에 생겼던 처음의 잔유물과는 달리, 주석산 칼슘이 시간이 감에 따라 응고하여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 현상은 와인생산업자들에게는 최대의 난제 중에 하나로 남아있으며, 또 시간이 오래 되가면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서 근본적인 완전한 해결책은 없다. 그러나 이들 또한 정화와 여과과정을 포함한 다양한 방법으로 병에 주입되기 전에 상당부분은 제거되고 있다. 보기와는 달리, 비록 먹어도 맛이 다소 씁쓸할 뿐 건강에는 아무런 해가 없으므로 너무 예민해 할 필요는 없다. 외국의 경우에는 와인 뒷면에 이 와인에는 반짝이는 물질이 섞여 있을 수도 있으나, 건강에는 아무런 해가 되지 않는다. 고 써 붙여 놓은 와인도 있다. 그리고 독일의 경우에는 이보다 더 낭만적이다. 이 회사는 와인의 뒷 레이블에 이 와인에는 와인 다이아몬드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 것은 전적으로 자연적인 물질입니다 라고 써 놓았다.
이러한 잔유물은 아주 어린 와인에는 없으므로, 잔유물이 있는 와인은 차라리 오래 숙성된 와인이라는 표징이 될 수도 있다. 맑은 와인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에 따라 강력한 여과방법을 쓰게 된다면 오히려 와인 고유의 특성인자를 함께 잃게 되는 위험이 있으므로 와인 잔유물에 대해 소비자들의 이해가 필요하다 하겠다.

에어레이션이 필요할때
한편, 일반적으로 알고 있듯이, 와인을 공기와 접촉시키려는 목적이 있는 경우에도 디캔팅을 한다. 이때는 디캔팅이란 말 대신에 ‘에어링(Airing, Aeration)’이라고 구별해서 부르기도 한다. 또한, 오랜 동안 병 속에 꼭꼭 갇혀 있던 와인을 숨을 쉬게 한다는 의미로 ‘숨쉬기(Breathing)’ 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목적의 디캔팅이 필요한 와인으로는 타닌이 많이 들어있는 거친 맛을 가진 숙성초기의 레드 와인들이다. 이러한 어린 와인들이 공기 중에 있는 산소와 접촉하게 되면 씁쓸한 맛을 내는 강한 타닌 맛이 부드럽게 순화되게 된다.
그러나 좋은 와인은 당도, 산도, 알코올 농도, 타닌뿐만 아니라 과일향의 강도여부 등 많은 요소들이 모두 조화롭게 균형을 이룬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단지 타닌 맛만 순화되었다고 해서 와인의 절대적인 맛이 크게 향상되지는 않는다. 특히 어린 와인의 경우에는 타닌뿐만 아니라 과일 향 또한 강하며, 산도도 높아서 디캔팅을 통하여 아주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마시기에 다소 부드러워 지고, 과일 향이 조금 살아나는 효과는 있을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디캔팅을 통하여 어린 와인의 장점인 넘치는 활력과 상큼한 특성이 차라리 무뎌질 수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또한, 모든 와인이 공기와의 접촉을 통해서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화에서는 99년 산 고급와인인 부르고뉴의 명품인 피노 누아 DRC 와인을 디캔팅
하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이 보다 더 오래되고 좋은 와인인 경우에는 오랜 동안 병 속에서 잘 발달된 오묘한 향취를 디캔팅 과정에서 잃게 되는 위험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결과적으로 득보다는 실이 훨씬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방의 명품인 바롤로와 같은 와인은 성격상 아주 강한 타닌을 가지고 있으므로, 디캔팅을 하면 대부분의 경우 더 향상된 맛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특별히 공기접촉을 위한 디캔팅은 필요 없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잔속에 따라진 와인을 몇 번 가볍게 돌려서 작은 소용돌이를 일으킬 정도면, 충분히 디캔팅한 효과를 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디캔팅을 하는 방법 중에서 가장 피해야 하는 것은 병을 개봉한 상태로 몇 시간 그대로 놔두는 것이다. 이때 병의 입구는 너무 작아서 바라는 공기와의 접촉은 거의 일어나지 못하며, 단지 본인이 음미해야할 와인향만 공기 중으로 날릴 뿐이다.
디캔팅을 하는 마지막 경우는 테이블 분위기를 살리기 위한 목적이 있다. 짙은 색의 매력 없는 와인병 보다는 세련되고 우아하게 만들어진 투명한 용기에 담겨진 붉은 와인이 훨씬 더 매혹적일 수가 있다. 이때는 용기와 함께 잔 등 모두가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소품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디캔팅을 하는 방법
디캔팅에 사용되는 용기는 기본적으로 빈 공간이 있는 것은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디캔팅하는 목적에 따라 용기의 모양과 방법 등이 조금씩 달라질 수있다.
디캔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유의 할 점은, 어떠한 경우에도 디캔팅에 사용되는 용기는 청결한 상태여야 하며 세척제나 기타 다른 냄새가 남아 있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주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 생산되고 보관되어온 와인의 제 맛과 향을 음미하기 위해서는 마지막 단계까지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선 잔유물을 제거하기 위한 디캔팅의 경우에는 용기모양에 특별히 제한은 없으며, 각자의 취향과 마시는 분위기, 와인의 수준에 맞추어 선택하면 된다. 그러나 오래된 와인의 경우에는 향의 보전을 위하여 되도록이면 서빙을 하기 바로 직전에 디캔팅을 하는 것이 좋고 또한 용기도 마개가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경우에는, 잔유물이 병 밑바닥에 모두 가라앉도록 서빙하기 몇 시간 전부터 병을 똑 바로 세워 놓을 필요가 있다. 특별히 이 목적을 위하여 병을 비스듬하게 뉘어 놓을 수 있는 바스켓(basket)이나 요람(Cradle) 등은 시중에서 구할 수 있다. 디캔팅을 하는 방법으로는 병 밑에 가라앉아 있는 잔유물들이 다시 떠오르지 않도록 아주 조심스럽게 디캔터에 와인을 붓는 것이다. 이때 병목이 잘 보이도록 불을 밝혀서 잔유물이 병목에 보이면 즉시 디캔팅을 멈추면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큰 잔유물을 거를 수 있는 거름 채를 디캔터 위에 놓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잔유물은 아주 미세한 가루정도의 입자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에어링이 목적인 디캔팅의 경우에는 되도록 많은 공기와 접촉시키는 것이 목적이므로 병목은 다소 좁으면서 밑바닥이 넓은 용기가 바람직하다. 또한 디캔팅을 하는 방법도 아주 간단하다.
디캔터의 안 쪽 벽면에 와인의 줄기가 강하게 부딪치도록 쏟아 부으면 된다. 이후에는 디캔터의 병목을 잡고 한, 두 번 크게 돌려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디캔팅 시간은 너무 오래 소요하지 않는 것이 좋은데,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략 30 분에서 2시간 정도면 좋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와인을 디캔팅 하기 전에 그 목적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오래된 고급와인의 경우에는 병 안의 잔유물을 제거하기 위한 경우에만 그것도 서빙하기 직전에 디캔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어리고 타닌이 강한 와인의 경우에는 득과 실을 정확하게 계산하기가 어렵다. 이때, 좋은 등급의 와인인 경우에는 디캔팅 보다는 병 속에서 몇 년을 더 숙성시키는 것이 차라리 좋은 방법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디캔터가 결코 지니의 마술 병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참고로, 외국에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식당에서 와인을 서빙 받을 때 디캔팅을 요청하는 사례는 흔하지 않다.
첫댓글 신의 물방울을 읽어봐야겠어요


디켄딩 할때 상온에서 30분~2시간 보관하면 온도가 많이 상승하지 않나요? 아님, 다른 보관 방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