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불교 현장을 가다

[들구름지기]

대만불교 현장을 가다<1>/ ‘저력’ 어디서

근래 들어 ‘대만불교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 50여년이란 짧은 기간에 불교의 현대화, 생활화, 세계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사부대중이 함께 수행 정진하는 도량’을 발원한 나주 불회사 회주 정연스님과 함께 지난 2일부터 9일까지 대만불교 현장을 찾았다.

<사진> 대만에서 오신채를 금하는 출가승의 계율은 철저했다. 어디를 가더라도 ‘소식(素食)’으로 불리는 채식식당이 있어 스님들도 계율을 지키며 외부식사가 가능하다.






승속 상호신뢰로 ‘정토세계’ 가꿔


계율 철저히 지키는 ‘출가승 모습’ 인상적

‘인과사상’바탕, 생활 속 불교실천 몸에 배



대만불교에서 가장 먼저 접한 것은 계율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의식주 중에서도 먹는 것에서 두드러졌다. 술과 육식은 물론 오신채를 금하는 출가승의 계율은 철저했다. 어디를 가더라도 ‘소식(素食)’으로 불리는 채식식당이 있어 스님들도 외부에서 식사가 가능하다.

수행자들의 지계가 ‘겉으로 보여지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다가는 오산이다. 출.재가 불자뿐 아니라 대만의 모든 이가 ‘수행자의 식사는 당연히 그러하다’는 것이다. ‘때로는 수행자가 육식을 해도 무방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상상할 수 없다’는 답이다. 일반식당에서도 채식요리가 가능하지 않으면 스님들에게 올리는 공양을 정중히 거절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출가 수행자가 지계청정 율사이기에 개인의 수행이 증장할 뿐 아니라 불자들의 신뢰가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대만불교에서 볼 수 있었던 승가와 재가불자의 상호 관계는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마음 깊숙이 우러나오는 존경심이었다.

이같은 철저한 계율은 수행자로서 당연한 것이지만, 대만이 비교적 ‘작은 섬’이라는 환경도 영향을 끼친 듯하다. 섬의 특성상 뜻이 통하면 지역 내에서 일사불란하게 진행할 수 있다. 제주에서도 몇해 전에 ‘불법탁발 금지’운동을 펼친 적이 있다. 당시 제주 불자들은 탁발행위를 발견하면 지역불교신문사에 연락을 했다. 신문사에서는 호법단과 함께 현장에 출동해 승려증과 탁발 신고증을 요구하여 종단협의회가 인가한 탁발이 아니면 철수시켰다.

다음으로 만난 대만불교는 ‘아미타불’ 인사였다. 어디에서든 스님과 불자간에 ‘아미타불’하며 합장한다. 설령 합장을 하지 않더라도 스님을 향한 일반인들의 ‘아미타불’ 염불인사는 빠지지 않는다. 사찰마다 염불당이 있고, ‘나무아미타불’ 염불 수행이 끊이지 않았다.

대만의 유일한 한국사찰인 홍법원 주지 성관스님은 대만불교의 저간에 깔린 사상으로 ‘정토사상’을 꼽았다. ‘나무아미타불’을 염하며 극락정토에 왕생하기를 기원하는 정토신앙은 대만불교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특히 정토에 왕생하고자 하는 ‘인과사상’은 생활 속에 스며들어 ‘불교 생활화’가 자연스럽게 되고 있다.

대만=이준엽 광주ㆍ전남지사장
[불교신문 2510호/ 3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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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불교 현장을 가다 <2>/ 대만인들의 실천행

대만인들의 인과(因果)와 스님에 대한 신뢰는 자연스럽게 실천행으로 이어진다. 실천행은 보시와 자원봉사에서 두드러진다. 불자들은 정기적으로 사찰에 기부하고, 시간을 내서 직접 몸으로 봉사한다. 대만불교는 대부분 사찰에서 자체적으로 수행, 교육, 포교가 동시에 이루어진다. 분야별로 대표적인 사찰을 꼽는다면 포교-불광산사, 교육-북고산사, 수행-중대선사, 구호-자제공덕회로 나눌 수 있다. 이들 사찰과 단체를 참배하면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엄청난 규모에 놀란다.

불광산사 스님이 일과 지작에 앞서 청소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불광산사에서 자원봉사자가 쓰레기 분리 작업을 하고있는 모습.

보시ㆍ자원봉사 실천


사찰 수익사업 대신 ‘정기 기부’로 운영

불자들 도량 곳곳서 봉사 손길 ‘인상적’


1994년도에 기공해 2001년도에 낙성한 포리의 중대선사는 현대에 건립된 종교사원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혹자는 로마 교황청, 티벳 포탈라궁에 이어 세계 3대 종교사원으로 꼽을 정도이다. 115m 높이(37층)의 초대형 건물은 10리 밖에서도 가까이 있는 듯이 보인다.

이같이 대만 어디를 가나 곳곳에서 대형사찰을 만나게 된다. 사중에서 생활하는 대중은 물론 참배객까지 매일 수만 명이 수행하는 도량이다. 규모가 크다보니 사찰재정을 어떻게 충당하는지가 가장 큰 의문이다.

<사진> 대만 중대선사-금세기 최대 규모의 종교사원으로 꼽힌다.

대만의 사찰은 특별한 수익사업을 펼치지 않고 대부분 불자들의 보시에 의존하고 있다. 천도재를 비롯한 각종 기도금과 보시함이 주류를 이루는 한국불교와 달리 대만의 불자들은 금융기관을 통해 정기적으로 일정액을 보시한다. 정기적인 보시는 사찰자산을 예측할 수 있고, 이는 사찰을 계획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한다.

일찍부터 세계화를 시도한 대만불교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 살고 있는 불자와 회원들이 많게는 수백만 명씩 정기적으로 보시를 한다. 더구나 불자들의 보시금을 투명하게 사용하는 것도 대만불교의 자랑이다. 모든 기부금에는 영수증이 따르는 대만경제 시스템도 한 몫 한다. 대만 불자들의 신행은 보시에 그치지 않는다. 재적사찰에서 자원봉사하는 것이 생활화됐다. 사찰입구부터 만나는 이들은 하나같이 자원봉사자이다. 그들은 봉사자 가운을 입고 안내에서 경비, 청소, 건설에 이르기까지 도량 곳곳에서 일하고 있다. 도량을 참배하다보면 스님과 자원봉사자들이 경내에서 청소를 하는 모습을 쉽게 만나게 된다. 자원봉사는 조직적으로 운영한다. 미리 사찰측에 날짜와 자원봉사 시간을 알려 봉사장을 배정받는다. 매일 출근을 하다시피 하는 봉사자에서 주말, 요일별로 봉사에 참여한다.

자제공덕회에서 참배객 안내를 맡고 있는 귀금자(66ㆍ貴金子)씨 부부는 아르헨티나에서 사진관을 운영했다. 11년 전, 조카 병문안차 대만 자제공덕회 병원에 왔다가 소외된 이들을 위한 스님과 불교인들의 구제활동에 감동했다. 그 뒤 자제공덕회 아르헨티나 지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다가 5년 전 귀국해 여생을 봉사로 보내고 있다.

오랜 이민생활을 하면서 심리적으로 불안한 생활을 했던 귀 씨 부부는 “자원봉사를 통해 마음이 편안해지고 건강을 되찾았다”고 한다. 자원봉사자에게 주어지는 작은 특혜까지도 다른 사람을 위해 쓰는 이들은 “사후에도 자제대학에 시신을 기증하겠다”며 환희심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이준엽 광주ㆍ전남지사장 maha0703@ibulgyo.com
[불교신문 2511호/ 3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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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불교 현장을 가다 <3>/ 정토세계 건설의 시작 ‘교육’

대만 사찰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사부중(비구 비구니 우바이 우바새)이 함께 생활하며 수행, 정진한다. 한국 사찰이 비구, 비구니 사찰로 엄격히 구분되어 있는 것과는 색다르다. 재가자도 사찰에서 방관자이기보다 주인이 되어 자원봉사는 물론 포교, 정진에 있어 각자의 위치에서 제 몫을 다한다.





사부중 하나 돼 수행·전법 행해


출가ㆍ재가자 함께 공부하는 모습 ‘눈길’

‘선 교육 후 득도’ 출가시스템 저변 넓혀


사부중이 하나되어 수행과 전법을 행하는 가장 큰 원동력은 교육이다. 한국의 강원과 같은 역할을 하는 불학원, 불학연구소 등에서는 출가자와 재가자가 함께 공부한다. 교육과목도 불교뿐 아니라 일반학교의 교과목을 개설해 놓은 불학원이 많아 개방적이다. 물론 스님들을 위한 전문 교육기관도 운영하고 있다.

‘교육을 통한 인간 정토세계 구현’을 주창하는 타이페이 북부 법고산사는 중화불학연구소, 선학원, 법고대학 등 다양한 교육기관이 자리해 있어 사찰이라기보다 캠퍼스를 연상케 한다.

<사진> 불광산사 불학원-처음 불광산사가 이곳에서부터 시작됐다.

불광산사는 대만뿐 아니라 미국,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 등 전세계 16개국에 불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불광산사 한켠에는 외국어로 진행하는 교육시설이 별도로 자리해 있어 불교의 세계화를 위한 인재양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대만의 출가 시스템은 ‘선 교육, 후 득도’이다. 출가에 앞서 불학원이나 불교대학에서 교육을 받고 계를 받아 출가한다. 교육은 2~6년 과정이며, 졸업생은 출가 수행자가 되어 사찰에 남거나 재가 수행자가 되어 사회에 나가 맡은바 제 역할을 다한다.

일반인을 위한 사회교육 사업도 활발해 불광산사, 중대선사 등 많은 사찰에서 초, 중, 고는 물론 일반대학을 설립해 사회를 선도하고 있다.

특히 자제공덕회가 운영하는 의과대학은 자제병원 의료진을 배출하기위해 개설되어, 이제는 대만을 대표하는 의과대학으로 손꼽히고 있다. 대만불교의 교육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방송과 문서를 통한 교육에 앞장서 대만의 출판, 언론,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사진> 불광산사가 운영하는 보문중학교 입구.

불광산사, 자제공덕회를 비롯해 5곳의 사찰과 단체에서 케이블TV 방송국을 운영하고 있다. 대만 전역에 방송되는 불교TV 채널에서는 스님들의 법문, 불교관련 다큐, 불교드라마 등 포교, 교육 프로그램이 24시간 방영된다. 또한 불교관련 각종 정기간행물은 물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일간지와 수백종의 불교관련 서적을 발행하고 있다.

이처럼 언론, 출판, 학교 등 다양한 불교관련 기관의 전문요원은 불학원 졸업자들이 맡고 있어 불교학교는 대만에서 인기가 높은 편이다. 불광산사 국제부에서 번역일을 하고 있는 묘제(妙齊)스님은 이민 2세로 캐나다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던 중에 불교를 만났다. 사찰에 있으면 마음이 편해져 자원봉사를 하다가 불학원에 입학했고, 졸업과 함께 출가했다. 스님은 ‘부처 되기보다 불교를 더 많은 이에게 알리는 일’에 힘쓰고 있다. 그것이 더 즐겁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대만=이준엽 광주·전남지사장

[불교신문 2512호/ 3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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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불교 현장을 가다<4>/ 개산조 중심의 불교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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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대만불교를 제대로 파악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만불교를 살피면서 한국불교에 비해 몇 가지 면에서 부러워 보였다. 먼저 우리가 어려워 하는 한자로 된 경전을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대만불자들은 자기나라 글이기에 경전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볼 수 있다. 부처님 말씀에 대한 깊은 이해는 쉽게 바른 실천으로 나타날 수 있다.

사찰마다 다른 수행·포교 ‘독특’

한 스승 중심으로 발전…의복·의식 ‘제각각’

출가·재가자 구분 없이 도량서 생활 ‘눈길’

용맹정진도 한국과 달리 연중 2주만 실시해

<사진설명> 불광산사에서 새벽예불을 마치고 공양간으로 향하는 수행자들.

이런 측면에서 한글 역경사업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또하나는 온화한 기후이다. 대만의 늦겨울 날씨는 맑은 날이 없어 체류기간 내내 우중충했다. 그렇지만 온화한 기후는 대만의 거대한 사찰불사를 가능케 하는 요인의 하나로 작용한다. 추운 겨울이 없어 난방을 하지 않아도 되고, 이는 사찰운영에 큰 부담을 덜어주기 때문이다.

반면에 대만불교가 한국불교에 비해 우려되는 부분도 엿볼 수 있었다. 경제적으로 급성장한 대만도 개인주의가 만연해 있는 편이다. 사회흐름에 따라 대만의 수행자들도 개인화 되어간다는 평이다. 대중의 화합을 중하게 여기는 한국불교에 비해 자기가 맡은 일 이외에는 관심이 적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개산조를 중심으로 수행, 포교를 펼치는 것에서도 엿볼 수 있다.

대만을 대표하는 불광산사, 중대선사, 법고산사, 자제공덕회가 모두 개산조 한분을 스승으로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의복, 의식, 수행방법이 각각 다르다. 각 사찰 간 상호 교류가 부족한 것도 눈에 띈다. 또한 한 스승 밑에 남, 녀 구분없이 출가하며 비구, 비구니 수행자가 한 도량에서 함께 생활하는 것도 비구, 비구니 사찰이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는 한국불교와 다르다. 개산조가 열반에 든 이후에도 이러한 조직이 계속 유지될 수 있는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사진설명>불광산사 참선 수련장. 이곳에서 참선을 하다 누워 잠을 잘 수 있다.

깨침을 향한 수행에도 한국불교와 크게 비교가 된다. 대만에서 수행을 대표하는 사찰인 포리 중대선사를 찾았을 때는 마침 ‘춘계 선칠(禪七)’ 정진기간이었다. 선칠 정진은 한국의 안거와 같이 일 년에 두 차례 일주일간 용맹정진하는 것으로 대만불교 수행으로 자리잡았다. 선칠 정진은 새벽 4시30분에 기상해 오후10시30분 취침하기까지 하루 10시간 참선정진을 한다. 45분 정진하고 15분 포행하는 선칠 정진은 근기에 따라 화두선, 수식관, 실상관 정진을 한다.

400석 규모의 중대선사 대선당(大禪堂)에는 비구 80여 명, 비구니 150여 명이 정진하고 있었다. 일년 180일, 하루 24시간 화두를 놓지 않는 한국의 선방에 비해 깨침을 향한 개인 정진이 턱없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싶다. 물론 이것은 겉으로 보여지는 것만 보고 느끼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대와 주변여건에 따라 도리어 장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중대선사는 재가자도 일정기간을 정해 선칠 정진을 한다. 초심자는 3개월간 수식관을 교육받고, 그 후 중.고급으로 나누어 3개월씩 참선 심화교육을 받는다. 초급교육을 마치면 중대선사에서 열리는 재가자 선칠 정진에 참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