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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전국 국민생활체육 대축전'
'한일 생활체육교류 육상대회'
1500미터 은메달
400미터 은메달
1600(400*4) 계주 은메달
그리고 덤으로 뛴 3000미터 동메달
다시 돌이켜봐도 가슴이 뛴다.
달리기를 하면서 가슴 뿌듯한 보람과 영광을 누려본 기억이 수없이 많지만 이번만큼 많은 기쁨을 한꺼번에 안아본 적은 ... 글쎄??
여수!
2002년 나에게 쓰라린 패배의 아픔을 안겨 주었고, 2004년엔 개인최고 기록 달성과 함께 명예를 되찾게 해 줬던 바로 그 곳,
그 곳에 다시 내려간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감회가 남 다르다.
금요일 저녁 운로가 모는 로디우스에 정식형님, 경희누님, 그리고 오태근, 이정순씨에 해찬맨까지 도합 7명이 몸을 싣고 있다.
생활체육의 전국체전이라고 불리는 아주 큰 행사이고 대회의 권위도 지역마라톤대회와는 비교할 수 없이 크지만 어디까지나 '축제'가 아닌가?
내려가는 사람들의 얼굴들이 긴장보다는 즐거움과 설레임으로 가득차 보인다.
2시간 반동안 달려 도착한 곳은 어느 한적한 시골동네 모텔로 전북지역 육상선수단의 숙소.
전주에서 저녁을 먹고 내려왔기 때문에 별다른 할일 없이 내일 경기를 위해 일찌감치 잠자리에 든다.
하지만 옵저버로 따라온 오선수와 정식형님은 어디가서 술을 한잔 하고 온다나?
몸이 피곤했었는지 객지에 나와 대회를 앞두고도 깊은 잠을 잔것 같다.
하지만 해찬맨은 몸이 몹시 안좋은지 열도 나고 유난히 춥다고 호소를 한다.
에이구 참 큰일이네!
아침을 먹고 대회장소인 망마경기장으로 이동하는데 한30분 이상 걸린다.
숙소가 상당히 외곽에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맨 첫 경기는 도로경주로 남여 10Km와 5Km가 잠깐의 시차를 두고 동시에 치뤄진다.
이름을 많이 들어본 난다긴다 하는 전국구들이 총출동한것 같다.
코스가 상당히 어려운 곳임에도 10Km선두권은 35분대에서 형성되고 우리의 주운로 선수는 아깝게도 메달권에서 벗어났다.
5Km부문에 출전한 박경옥씨 또한 아쉬움을 달래고 만다.
이정순씨가 연령대 3위를 차지하며 동메달을 차지하는 것으로 첫번째 경기는 막을내린다.
100미터 경기에 이어 내가 출전하는 1500미터 경기가 정오경에 시작되는데 연령대별로 따로 경기를 진행하기 때문에 소집된 뒤 기다리는 시간이 제법 길다.
한일교류전을 겸해서 열리기 때문에 각 부문엔 일본 선수들도 간혹 섞여 뛰는데 우리나이로 70이 넘은 영감님이 발군의 기량으로 우승,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다.
젊은 시절 엘리트선수였다지만 지금도 달리는 자세나 기량 등 모든것이 전혀 영감님의 스타일이 아니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가히 평생운동의 본보기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팍팍!
드디어 내 차례가 돌아왔다.
연령대는 40~44세, 35~40세 층과 더불어 가장 센놈(?)들이 많은 부문이다.
역시나 함께 뛰는 사람들 몸부터가 이태껏 본 연령대완 다르다.
각 시도에서 무려 13명이나 선수등록이 되어 있었는데 소집하는 과정에서 '눈치작전'과 '알아서 빠지기(어차피 메달권에 못 들거면)' 등을 통해 최종 출전하는 맴버는 6명인가? 까막까막...기억이???
목표는 메달획득!
3인 이상 출전한 종목에서 메달을 따야만 종합점수에 반영이 되기 때문에 반드시 입상을 하리라고 다짐을 해본다.
일단 선두로 치고 나가는 사람은 내버려 두고 2위권에서 견제를 하다고 마지막에 한바퀴 남았을때 최종 승부를 건다는게 작전이라면 작전인데...
첫바퀴 직선구간에서 의외로 눈치작전이 치열하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고 스타트 직후 엄청난 속도로 뛰쳐 나가는게 일반적인데 이게 너무나 이상하네???
첫 코너를 돌고 난후 비로소 선두 한사람이 치고 나가고 2위 그룹에선 아직도 별다른 반응이 없다.
'야 이놈들아 좀 치고 나가봐라!'
'야, 자꾸 선두가 멀어지쟎아?'
몸 좋은 선두주자는 예초에 우승후보로 예상했던 사람이긴 하지만 그보다도 더 잘뛰게 보이는 사람은 지금 2위권에서 눈치작전을 하고 있는 사람 중 하난데 빨강 런닝에 '육군체육부대'라고 씌여 있던가...?
하여간 엘리트 선수처럼 보이는 이 사람이 왜 여기 이렇게 머물고 있는지 알수가 없다.
첫바퀴가 1분10초 내로 끊어지는게 보통인데 오늘은 1분20초 가까이 되는 것 같다.
두번째 바퀴도 속도가 좀 올랐지만 대열은 변함이 없고 선두만 자꾸 멀어진다.
세번째 바퀴에 접어들며 이제 더이상 기다릴 수가 없다.
서너명 군집을 이루고 있는 2위 그룹에서 뛰쳐 나간다.
어이가 없게 아무도 따라붙지 않는다.
' 사람들이 모두 헛게비...뻥카였나?'
하지만 좋아할 수만 없는 것이 선두주자는 이미 100미터 가량이나 멀어져 있어 자력으로 추격을 하기엔 역부족이다.
퍼져 준다면 몰라도...
선두와의 거리는 막판까지 꾸준히 줄였지만 피니쉬를 통과할때까지도 차이는 제법~
기록은 5분01초이고 순위는 2위, 은메달을 획득했다.
예전에 몇차례 1500경기에서 4분40초 내외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떨어지는 결과지만 어차피 순위싸움이 아닌가?
첫 경기의 결과에 기쁨을 만끽하며 우헤헤~
시간이 한시가 넘었고 그동안 미뤄놓은 점심을 썰렁한 천막에서 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박은영씨가 들이닥치며 외마디 소리를 지른다.
"아니 형님 지금 밥 먹으면 안돼! 쫌 있다가 400 뛰어야 되는디...."
"뭔 소리여? 언제 400에도 등록 되어 있었남?"
내려오기 전 인터넷을 통해 출전종목을 조회했을때 분명히 1500하고 1600계주만 나왔었고 ID카드도 그 두종목만 발급받았는데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대회책자에도 분명히 해당종목에 출전자 이름이 기록되어 있다.
밥을 절반정도 먹었는데....
'허~400이라? 400'
400은 단거리에 가까운 종목이라 상당히 낮선데...
더군다나 세퍼레이트 코스로 자기 레인만 뛰고 스타팅블록을 쓰니까 긴장감이 한결 더하는 스피드게임이 아니던가?
목표는 60초,
매 100미터를 15초에 뛰어야되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목표이다.
더군다나 지난번 연습할때 68초가 나왔었으니...
이 경기는 메달이고 뭐고 그냥 내 자신과의 싸움이다.
남들이 잘뛰건 못뛰건 작전을 걸수도 없고 또 그럴 시간여유도 없는 경기니까...
스타팅블럭을 처음 사용하는 것이라 참 어색하고...
"제자리에~"
"차려~"
"탕!"
5번 레인, 참 좋은 레인을 부여받았다.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있고 안쪽과 바깥쪽을 한꺼번에 살필수 있으니....
장거리가 '체력'이라면 단거리는 '기술'이라고 하던가?
달리는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팔치는 부분에서는 전문적으로 훈련이 된 선수출신들하고 마라톤쪽 동우인하고 확연히 차이가 난다.
3코스를 통과할때까지도 좌우에는 아무도 없었는데 마지막 코너를 회전하다보니 2번레인에서 주자가 삐져 나온다.
아직도 코너가 남았는데...
직선주로에서는 조건이 똑같지만 곡선주로에서는 당연히 바깥레인 주자의 남은거리가 더 기니까....
그냥 최선을 다해서 흐트러지지 않게 피니쉬까지 죽~ 뻗어보는거야!
그렇지! 게운하게~
1'00".34
2위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자다가 떡을 얻어먹은 기분으로 그저 흐믓~
우리 일행은 경희누님이 멀리뛰기에서 4미터 83인가를 뛰어 일본선수까지 제치고 당당히 1위, 금메달을 땃고 오선수가 남의 대타로 출전한 멀리뛰기에서 은메달을 추가한 것으로 첫날 경기를 마쳤다.
토요일은 숙소를 시청근처 모텔에 얻어 이동이 한결 수월하다.
저녁을 먹으며 한잔씩들 건넨 술이 이후에 본격적으로 노래방과 횟집까지 이어지고 ...신난다~♬
일행들 대부분은 전주로 조기 귀가하고 정식형님, 경희누님과 나까지 셋만 남았다.
내일은 주종목 1600계주가 맨 마지막에 있으니 술을 한잔 먹는 것도 걱정할게 없다.
잔류파 셋이서 남은 밤을 멋지게 보내기로 하는데 먼저 택시를 타고 돌산섬으로~
우와~ 경치 좋다!
돌산대교의 야경을 마음껏 구경하고 중앙동 포장마차 촌으로 가서 쐬주까지 한잔 더, 꺼~억!
2시 무렵에야 숙소에 돌아와 짧은 잠을 자고 나니 날이 왜이리 빨리 밝지?
에궁~한시간만 더 잤으면...!
날씨가 몹시 차겁고 바람이 거세다.
둘쨋날 맨 첫 경기는 남여 3000미터 부터 시작하는데 전북에선 30대후반 부문에 무려 넷이나 되는 사람이 올라있던 것이 막상 소집을 하고 보니 단 한사람도 남아있지 않다.
그 쟁쟁한 양석철, 주운로, 김성익, 신하길이 다 어디로 갔나?
게다가 40대부문에 나종태님도 안 보이고...얼레?
모두가 다 밤사이에 야반도주를???
다들 사정은 있겠지만 그래도 단 한사람도 없이???
최대인원 출전부문에서 졸지에 남 뛰는 것만 구경할 처지가 되어버렸으니...
갑자기 선수단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시합시간이 10여분 밖에 남지 않았는데...게다가 소집은 완료가 되어가는 것 같고...
어쩔수가 없다!
구국의 결단으로 나선다.
"내가 뛰어 보겠다!"
서둘러 운로의 배번을 찾아 들고 소집계에 등록을 한다.
'아~이럴줄 알았으면 ....어제 술을 작작 마실걸....'
3000미터 30대 후반부문에 총10명의 엔트리 가운데 우리팀 넷을 빼면 6명, 그런데 그 가운데서 덜렁 3명만 소집에 응했다.
총 4명 가운데 한명만 제치면 메달을 딴다.
하지만 어느 한사람도 한치의 티끌도 보이지 않는 쟁쟁한 호화맴버로 잘못하면 괜히 남의 대타로 애향심을 발휘한다고 하다가 개망신만 당할 처지에 놓였다.
게다가 출발직전엔 느닷없이 30대 초반 부문의 두명까지 함께 끼워 넣는다.
20대엔 신청자가 김두철 한사람만 있었는데 안 왔으니 아무도 없는 것이고 보면 40세 이하 청년부 전체가 한꺼번에 경쟁하는 셈이다.
'나에게 목표는 오직하나 메달을 따는 것이니, 다른 부문 사람은 신경쓸 필요도 없고 오직 한사람만 잡아서 꼭....'
첫바퀴가 1분18초로 돌아간다.
좀 빠른감이 들어 페이스를 조절하려는데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나간다.
7바퀴 반을 돌아야 되는 경기기 때문에 의외로 후반에 퍼지는 사람도 나올것 같아서 앞주자들과 적당한 거리만 유지하고 뒤따라 가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밤사이 관리가 제대로 되지 못한 몸이라 후반으로 갈수록 속도가 떨어지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아직도 내가 목표로 하는 단 한사람은 내 뒤에 있지 않은가?
저 사람만 뒤에다 놔두면 내 목표는 달성하는 것이고 여기서 죽기살기로 힘 빼놓으면 나중에 주종목까지 영향을 받으니....!
맨 마지막 피니쉬를 앞둔 직선주로에서 스피드를 한껏 올리며 앞주자를 위협하니 관중석에선 환호가 터져 나온다.
그냥 맛만 ...
어차피 잡아봐야 다른 부문 사람이라 소용이 없지만 내가 지치고 힘들어서 못뛴게 아니란 것을 보여줘야 될 것 같았다.
또 스피드 감각도 살려놔야 이따가 써 먹을테고...
11분01초, 3위
남의것 동메달이지만 또한번 시상대에 서니 기분은 째진다.
50대 부문에선 정식형님이 12분대로 1위를 차지하며 어제의 노메달을 앙갚음.
그 다음 경기는 200미터
애초에 40대부문 불참자를 대신해서 뛰기로 했었는데 가만히 보니 등록자가 제일 많은 부문으로 무려15명이나 되어 2개조로 나눠서 경합하게 되어있다.
시상은 기록순으로 자를테고...
사람이 너무 많고 또 이부문엔 단거리 선수출신들이 쟁쟁하기 때문에 사무국장도 출전을 만류한다.
유관장님이 30대 후반부문에 대타로 출전하게 되는데 소집에 응하면서부터 출발직전까지 계속 망설이는 발언이 이어진다.
"에이 그냥 소집만 하고~"
"출발만 한 다음에...바로 빠져 나와야지~"
대학에서 단거리를 전공한 분이 저정도 망설일 정도니까 나같은 사람은 출전 안한게 천만 다행이다.
괜히 망신만 톡톡이 살뻔 했다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40대 부문에서 막상 기록을 체크해보니 ... 이런?
두 조 모두가 28초 대에서 1위가 랭크된다.
아무리 맞바람이 거세다지만 저 기록이면 내가 혼자서 연습때도 나오던 기록인데...
'아깝다! 한번 뛰어 볼걸~'
이어서 유관장님이 출전하는 30대후반 부문이 출발선에 자리한다.
모두 다섯명,
여기서는 25초대에서 1위가 나오며 유관장님은 아쉽게 4위로 라인을 통과~
투포환 경기가 예상보다 오랫동안 진행되는 관계로 대회의 대미를 장식하는 1600계주가 지연이 된다.
중간에 빵만 조금 먹으며 요기를 하고 대회순서를 기다리는데 예초에 명단에 올라있는 쟁쟁한 맴버(주운로, 김성익, 강기상, 나종태) 중 나 한사람만 남아있고 나머지는 대타로 채워야 될 형편이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운로 대신 정구형님이 성익 대신에 김인중, 그리고 임종만씨가 들어와 간신히 맴버가 구성되었다.
출전팀은 넷
제주도, 경기도, 서울, 전북
순서는 1번주자 김인중, 2번 주자 문정구, 3번 임종만, 4번 강기상
맨 마지막 하일라이트인 계주종목에서 4번 주자를 하게 되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한없는 영광이다.
모든 사람들이 손에 땀을 쥐고 집중하는 가장 흥미진진한 이 시합에서~
맴버들의 면면을 주~욱 살펴보니 제주도가 가장 자세가 나온다.
서울이 제일 엄벙해 보이고 경기도는 날렵한데...
1번주자는 각자 자기레인으로 돌고 2번 주자 120미터 진행 뒤 백스트레치 쪽에서 오픈으로 전환 되기에 1600계주는 더욱 흥미진진하다.
세퍼레이트와 오픈이 공존하고 단거리처럼 스타팅 블록이 등장하면서도 전체적인 거리는 1600미터라는 중거리가 되니까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
김인중씨는 엘리트 선수출신이고 아직도 자신이 세운 중학교때 기록이 깨어지지 않고 있을 정도로 잘 나가던 사람, 역시나 첫 주자 선택이 탁월했다.
간발의 차이이긴 하지만 1위로 인계~
하지만 2번 주자인 정구형님, 역시 나이는 못 속이는지 짧은 거리 스피드에선 다소 밀리는 듯 보인다.
갑자기 꼴찌로 내려 앉았다.
'어이쿠 저런!'
3번 주자 임종만님이 한사람을 따라 잡아 3위가 되어 나에게 바톤이 건네어진다.
신난다!
마치 달리기 위해서 태어났다는 착각이 든다.
이렇게 쟁쟁한 선수들 속에서 관중들의 환호성을 들으며 앞주자를 따라잡는 이 기분, 아~ 이 기분!
바톤을 건내받고 채 50미터도 달리지 않았을때 경기도 선수를 따라 잡고 속도를 유지하며 달려가는데 아쉽게도 1위 제주도와는 너무도 거리차가 크게 벌어져 있다.
이미 100미터나 차이가 났기 때문에 따라 잡지는 못했지만 거리차는 어느정도 줄여가며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한 것 같다.
이 시합 자체가 강기상을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이 느껴진다.
한없는 영광,
한없는 기쁨,
일찌기 이렇게 자랑스러워 본적이 없었다.
4분12초로 2위, 은메달이 하나더 추가 되었지만 마음속엔 금메달보다 더 큰 메달이 주렁주렁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