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어 서 보았는가?
우리나라 문화유산에 대한 예찬을 국립 박물관장을 지내셨던 최순우님께서 쓰신 책에 담겨 있는 글귀이자 책 제목이기도 하다.
대학시절에는 그냥 스쳐지나갔었던 부석사 무량수전의 전각을 새삼 다시 오르고 싶게 만든 글귀였다.
천년 고찰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
실은 나는 이제까지 영남루 바라기였다. 대학 시절 국사를 선택하여 유적지 답사로 처음 온 영남루에 홀딱 반한 후 오로지 최고의 누각으로는 영남루였었다.밀양에 시집 온 후로 출 퇴근시는 내내 목을 쑥 내밀어 영남루 바라기로 눈에 그리고 가슴에 누각의 아름다움을 담았고, 볕 좋은 날이면 한시라도 거닐 수 있는 내 정원의 정자 같아 두 딸아이와 손을 잡고 올라 기둥에 기대어 책 읽었었던 기쁨이 있던 곳이어서 늘 최고의 단하나뿐인 내마음의 숨겨진 단 하나의 최고로 아름다운 누각으로 존재 했었는데,영주 부석사의 무량수전에 올라 무량수전의 단아한 배흘림 기둥을 보고는 영주 부석사의 무량수전을 또 하나 내마음의 보물 장소로 담아 두게 되었다.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의 배흘림 기둥.
배흘림 기둥은 기둥 높이의 3분의 1 지점이 제일 굵고 위는 아래보다 더 가는 기둥인데 이렇게 기둥에 배흘림을 두는 것은 구조상의 안정과 착시현상(錯視現象)을 교정하기 위한 심미적인 착상에서 나온 수법으로 서양건축의 엔타시스와 같은 것이라 한다.
그러나 부석사에 이르러 무량수전에 오르는 순간 아무런 다른 설명을 들을 필요를 느낄 수 없었다.
그냥 최순우님의 글귀에 동감의 탄성만이 울릴 뿐이었다.
‘나는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 서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자답했다’던 최순우 박물관장님의 그 글귀에의 절절한 공감을 느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무량수전의 바라기가 되었다지만 마냥 바라만 보고 서 있을 무한한 시간도 없고 ,아사달을 향한 아사녀의 그리움에 비친 무량수전의 그림자가 드리울 영지도 없고하여 그저 휴대폰에 담은 무량수전의 인증샷으로만 그리울 때마다 들여다 볼 밖에...
늘 현재의 시간 속에 서 있지만 미래의 시간에는 나를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세워 둘 것이다.
2014년 새해 어느 날 ..
영주행 기차 창가에 앉은 나는
송수권 님의 시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어’를
가만히 읊조리며 기차 창 밖에 빠르게 스쳐 가는 눈 쌓인
소백산의 능선들을 가슴에 담고 있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어’
천고에 몇 번쯤은 학이 비껴 날았을 듯한 저 능선들,
날아가다 지쳐 스러졌을 그 학 무덤들 같은 능선들,
오늘은 시끄럽게 시끄럽게 그 능선들의 떼 울음이
창해를 끓어 넘친다
만상이 잠드는 황혼의 고요 속에
어디로 가는지 저희들끼리 시끄럽게 난다
부석사 무량수전 한 채가 연화장을 이룬
그 능선들의 노을빛을 되받아 연꽃처럼 활짝 벌고
서해 큰 파도를 일으키고 달려온 善妙낭자의 발부리도
마지막 그 연꽃 속에 잦아든다
장엄하다
어둠 속에 한 능선이 자물리고 스러지면서
또 한 능선이 자물리고 스러지면서
하는 것
마침내 태백과 소백, 兩白이
이곳에서 만나 한 우주율로 스러진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제가 편집해서 한글파일 만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