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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직후 일본과 중국은 비밀스러운 조약을 맺고, 2600명의 일본 병력은 중국에 남아 국공내전에 투입된다. 당시 참전했던 80세의 노인 오쿠무라는 무고한 중국인을 죽여야 했던 악몽과 일본으로 돌아온 후 마주해야 했던 정부의 냉대로 얼룩진 과거를 반추하는 여정을 시작한다. 전쟁에 관련된 여러 사람들의 인터뷰를 담은 영화는 왜곡 없이 일본의 과거를 담고자 하는 역사적 노력이자 잔인했던 일본의 행동에 대해 화해를 청하는 조심스러운 손길이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은 끝났지만 중국에서 일본군의 전쟁은 끝난 게 아니었다. 중국에 진주하고 있던 일본군 상당수는 가족들이 있는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남아 또 다른 전쟁을 수행한다. 중국 국민당과 공산당의 내전. 일본군 지휘부는 국민당군의 편에 서서 공산군을 섬멸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명령에 살고 죽는‘천황의 군대’는‘자유진영’의 우월성을 입증하는 것이 패전국의 오명을 씻는 것이라고 여긴 듯 하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무고한 양민들이 일본군에 의해 학살당한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자신의 얼굴을 숨긴다. 동원된 군인들은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일본군 당국은 그것이 스스로 지원한 용병들의 전쟁이었다고 일관한다. 20세 전후의 꽃다운 나이에 참전, 많은 양민들을 죽였다고 고백하는 오쿠무라 노인은 가해의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일본이 결코 제대로 된 자신의 조국일 수 없음을 결연하게 선언한다. 가해자로서의 일본, 국가적 책임회피의 또 다른 희생양으로서의 일본인. 이 다큐멘터리가 진정성을 획득하는 것은 단순히 명령을 수행한 군인이 아니라, 참회하며 타자의 상처를 보듬으려는 인간을 보여주는 데에 있다. 그리고, 오직 그것만이 전쟁에 맞선 인간성의 희망이다. (전주국제영화제 - 정영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