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로이터통신 [Rueters] 2013-12-13 (번역) 크메르의 세계
[르뽀] '민주주의 반대' 반정부 시위에 나선 태국 상류층 사람들
High society hits the streets as prominent Thais join prote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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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Stevie Gell) 태국 최대 맥주생산회사인 '분럿 양조'(싱하맥주) 집안의 딸인 찟팟 피롬팍이 12월2일 시위현장에서 경찰 저지선 돌파용으로 동원된 중장비 운전석에 탑승하여 출정식을 갖고 있는 모습. |
기사작성: Andrew R.C. Marshall
(방콕) - 상류사회 사교계 잡지인 <타일랜드 태틀러>(Thailand Tatler)에 따르면, 찟팟 피롬팍(Chitpas Bhirombhakdi, จิตภัสร์ ภิรมย์ภักดี)은 26억 달러의 재산을 가진 가문의 상속녀이로서, 방콕(Bangkok)에서 "최고의 신부감으로 손꼽히는 젊은 여성"이다.
하지만 그녀는 최루탄을 다룰 수도 있고 중장비에 올라타기도 한다. 태국의 극우 반정부 시위대가 방콕을 폭력의 현장으로 바꿔버렸던 12월2일의 시위에서, 올해 27세의 이 아가씨는 경찰의 바리케이드를 부수기 위해 준비한 중장비 위에 올라탔다.
찟팟 양의 집안은 '싱하 맥주'(Singha Beer)를 생산하는 '분럿 양조'(Boon Rawd Brewery)를 소유하고 있다.([역주] '분럿 양조'는 찟팍의 아버지인 짬농 피넘팍이 대주주로서, 피넘팍 가문은 태국 재벌 서열 10위권 안쪽에 드는 위상을 갖고 있다. 참조 - "[분석] 포브스 선정 : 2011년 태국의 40대 재벌")
찟팟은 경찰이 이 중장비를 향해 고무탄과 최루탄을 발사하기 한참 전에 그 기계에서 하차했다. 하지만 그녀의 열성적인 행동은 태국에서 가장 유명한 가문들의 구성원들이 잉락 친나왓(Yingluck Shinawatra) 총리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바램을 갖고 거리로 쏟아져 나올 때 그들이 이전에 갖고 있던 중립적인 냥하던 모든 가식을 어떤 방식으로 던져버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들 상류층 시위대는 자신들의 부와 특권과 더불어 푸미폰 아둔야뎃(Bhumibol Adulyadej) 국왕에 대한 절대적 사랑을 갖고 있고, 그와 동시에 잉락 총리 및 그 오빠인 탁신 친나왓(Thaksin Shinawatra)전 총리에 대한 절대적인 혐오감도 갖고 있다. 탁신 전 총리는 이동통신 재벌 출신 정치인으로서, 2006년 9월 19일의 군사 쿠테타 때문에 실각했다. 상류층 시위대는 탁신이 부패했고 직권을 남용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 내에서 이들보다 덜 혜택받은 계층이면서 그 수가 줄고 있는 극-강경파 성향 참가자들이 거친 노상에서 잠을 청하고 있긴 하지만, 방콕에 거주하는 많은 수의 상류사회 구성원들에게 있어서,([역주] 이들 중상류층 사람들은 태국어로 '하이쏘'[Hi-So]라는 은어로 불림) 현재의 반정부 시위는 우아한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일상적으로 소모하던 여가를 --- 만일 완전한 대체물이 되지 못한다면 --- 적어도 보완해주는 성격은 갖고 있다.
'민주당'(Democrat Party) 주변의 메인 집회장을 방문했을 때, <타일랜드 태틀러>의 나팔라이 아리손(Naphalai Areesorn) 편집장은 탄푸잉(than phuying) 1명 및 여타 왕실 하사 칭호 소지자들을 만나고 있었다. '탄푸잉'은 서양의 '데임'(dame: [역주] '귀부인'으로 번역되며, 남성의 '경'[Sir]에 해당)에 해당하는 작위이다.([역주] '탄푸잉'은 평민 여성에게 하사되는 품계로는 최고의 품계이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이 우리 잡지에서 늘 보던 사람들이 저기에 있다. 모두들 명문가 사람들이고 '침묵하는 소수자'라 불리곤 하는 이들이다. 봐라. 그들이 더 이상은 침묵하지 않고 있다." |
저명한 태국 연구자 크리스 베이커(Chris Baker)는 태국의 은행이나 건설회사, 혹은 여타 대기업들이 친-탁신계 정당이나 현재의 야당인 '민주당'을 지원하는 일은 공공연하며 빈번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치헌금 관행과 비교해서] 다른 점은 이런 사람들을 시위 현장에서 볼 수 있다는 것 뿐이다. 부분적으로 볼 때, 그들은 시위 지도부가 '악마' 탁신이라 부르는 것에 반대하는 도덕적 십자군에 참가한 셈이다. 따라서 [그들이 볼 때] 자신들은 '선한' 민중들이고, 그렇기 때문에 오래 된 자제심 같은 것도 제거할 수 있는 것이다." |
반정부 시위대가 주장하는 내용들 중 많은 부분, 특히 보다 투명한 정부에 대한 요구 같은 사항들은 심지어는 잉락 총리 정권의 전통적인 지지자들에게까지 호소력을 지닐 수 있는 내용이다. 잉락 정권이 추진해온 쌀 수매 정책의 경우, 모호하고도 소모적이어서 농민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증대하고 있다.
그러나 상류층 시위대가 탁신의 충성파에 대한 모욕을 주는 일이 2011년 7월에 실시된 총선에서 잉락 정권에 투표하여 압승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던 약 1600만명의 유권자들에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는 못할 것 같다. 또한 이미 계층과 부, 그리고 정치적으로 찢어져버린 태국을 치유하지도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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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The Bangkok Post) 11월11일 방콕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대 참가한 중산층 사람들의 모습. 태국 극우 보수파 반정부 시위대는 대체로 때깔들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이들은 명품으로 무장한 번지르한 외관과는 달리, 푸미폰 국왕 우상화 세뇌를 통해 형성된 과격한 파시즘(=전체주의)의 세계관을 갖고 있다. [크세] |
협력적 시위
앞서 언급한 찟팟 피롬팍은 야당인 민주당의 여성 대변인들 중 한명이며, 태국의 가혹한 법률인 <왕실모독처벌법>(lese majeste laws: 불경죄 혹은 대역죄)과 관련하여 작년에 진행됐던 찬성 캠페인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이번 시위 기간 중 정부청사들로 난입하려는 반정부 시위대가 폭력적으로 변하자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하며 대응했다. 그 과정에서 찟팍은 의료 자원봉사자로 나서기도 했다. 그녀의 '인스타그램'(Instagram) 페이지에는 그녀 자신이 최루탄 가스를 맞은 시위대의 눈을 물로 씻어주는 사진이 게시되어 있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부상을 당하는 것을 보았다. 나는 직감적으로 그곳에 나가 도와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녀는 자신이 탑승했던 중장비의 기사가 고무탄을 맞아 의식을 잃었다고 말했다.
태국 보수파 반정부 시위대의 가두투쟁에서 또 다른 눈에 띠는 인사들 중에는 부동산 재벌인 시와라 잇사라(Srivara Issara, ศรีวรา อิสสระ) 씨가 있다. 그녀는 자신의 남편 송끄란 잇사라(Songkran Issara, สงกรานต์ อิสสระ) 씨와 함께 '찬 잇사라 개발 주식회사'(Charn Issara Development PLC.)를 경영하고 있다.
(자료사진: 태국언론 Manager) 시위 현장에서 포즈를 취한 시와라 잇사라(중앙)의 모습.
시와라 씨는 방콕에 위치한 자신의 기업 본사에서부터 자신의 독자적인 시위대를 이끌고 집권 '프어타이 당'(Puea Thai Party) 당사까지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그녀는 자신이 어떤 정당과도 관련이 없다면서, "나는 정말로 정치를 혐오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행진은 "범죄혐의를 피해 달아난" 탁신에 대한 역겨움 및 '민주당' 소속이었다가 최근에 국회의원직을 사임한 반정부 시위 지도자 수텝 트억수반(Suthep Thaugsuban) 전 부총리에 대한 충성심에서 기인한 것이다.
광고사업을 하고 있는 시와라 씨의 한 친구는 그녀를 위해 다음과 같은 시위용 슬로건도 만들어주었다.
시와라 씨는 행진계획을 자신의 '페이스북'(Facebook) 계정에도 공시했고, 전날 밤에는 직접 거리에 나가 홍보전단을 나눠주기도 했다. 그녀의 평화적 행진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참가했다. 시와라 씨는 자신의 활동을 '찬 잇사라 개발 주식회사'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일부로 여기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국가를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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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찟팟이 11월27일 밤 집회장 무대에 올라와, 보건부 등 정부청사 건물들 및 각 지방 도청들을 점거한 상황을 태국어 및 영어로 발표하는 장면. |
한쪽 편에 서기
한편, 자신들의 시위참가에 대해 더욱 경계하는 태도를 보이는 이들도 있다.
12월9일(월) 방콕의 가두행진에 참여한 10만명 이상의 사람들 중에는 펫 오사타누끄라오(Petch Osathanugrah, เพชร โอสถานุเคราะห์) 씨도 있었다, 그는 자신의 동생인 랏 오사타누끄라오(Ratch Osathanugrah, รัตน์ โอสถานุเคราะห์)와 함께 6억3천만 달러 정도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은 에너지 드링크 제조회사인 '오솟스파'(Osotspa)를 소유하고 있고, '시세이도'(Shiseido) 화장품의 태국 내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유명 가수 출신이기도 한 펫 씨는 태국 내에서 더벅머리 페터 스타일의 헤어스타일과 두꺼운 뿔테 안경, 그리고 희끗희끗한 염소 턱수염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이제 한쪽 편에 설 때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가문의 사업만큼은 정치와 별개로 유지하고 싶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동생인 랏을 지칭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형제가 정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우린 서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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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Siamdara.com) 펫 오사타누끄라오. |
잉락 총리는 내년 2월2일(일)에 조기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펫 씨는 그러한 일이 또 다른 친-탁신 정권을 들어서게 만드는 길일 뿐이라면서, 그러한 일은 반정부 시위만 더욱 심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잉락 정권에 투표했던 시골지역 태국인들에 관해서도, 펫 씨의 의견은 가차없지만 전형적인 [보수파의] 모습을 보였다. 즉 그들은 못 배웠고, 쉽게 선동당하며, 욕심도 많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시골 유권자들이 친-탁신계 정치인들에게 자신들의 표를 기꺼이 팔아먹기 때문에 선거제도 자체가 무의미하다고도 말했다. 펫 씨는 미국에서 교육을 받고 성장했는데, 그는 싱가포르의 경제성장을 이룩한 리콴유(Lee Kuan Yew, 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를 지칭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진정으로 민주주의에 호의적이진 않다. 나는 태국이 민주주의를 할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본다. 우리는 중국이나 싱가포르 같은 강력한 정부를 필요로 한다. 거의 독재정권이나 마찬가지지만 나라에 좋은 일을 하는 정부 말이다. 나는 리콴유 같은 지도자를 원한다." |
반정부 시위 지도자 수텝은 잉락 총리 정부를 대신하여 개혁적 마인드를 갖춘 '국민회의'(people's council)가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잉락 총리는 그러한 제안을 거부했다. 수텝의 주장은 태국의 학자들 및 심지어는 야당인 민주당의 일부 중진의원들까지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탁신의 지지세력이기도 한 대중주의 정치세력인 '레드셔츠'(UDD: 반독재 국가민주 연합전선) 운동은 만일 2월2일에 총선이 실시되지 못할 경우 자신들도 시위에 나설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탁신과 그 연합세력은 모든 선거에서 승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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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Gavin Gough) 12월1일 정부 청사 앞 방어벽 돌파 시위 현장의 모습. 태국의 극우 보수파 반정부 시위대는 최전방 사수대원들의 모습에서조차 럭셔리한 트렌드가 읽혀진다. 더구나 이들은 군부가 자신들 편이란 믿음 속에서 "총 맞아 죽을 일"은 없기 때문에, 대단히 과격한 행태를 서슴없이 보여주기도 한다. [크세] |
욕심많고 못배운 자들
팔라위 분낙(Palawi Bunnag) 씨의 조상들은 초창기 태국 국왕들을 위해 봉사했던 사람들로서, 태국 내 페르시아계 명문가의 후손이다. 그녀는 "우리 집 운전수들과 가정부들"에게 유권자 교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 자격도 갖고 있는 팔라위 씨는 반정부 시위 장소에도 자주 방문한다. 그녀는 태국 북동부 지방 주민들이 손쉬운 대출 같은 단기적 포퓰리즘 정책의 한계를 이해해야만 한다고 보았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들은 오직 자신들이 편해지는 삶만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장기적으로 자신들이 부채를 안게 된다는 생각은 못하고 있다. 탁신 정권은 모두를 탐욕스럽게 만들고 있다." |
하지만 태국 연구자 크리스 베이커는 아직도 유권자 매수 관행이 남아 있기는 해도, 그것이 더 이상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또한 대부분의 태국인들이 특권층 태국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많은 정보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커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방콕의 엘리트들과 중산층들은 태국의 시골 마을보다는 홍콩이나 보스턴, 파리 같은 곳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따라서 그들이 알고 있는 가난하고 못배운 시골 사람들의 이미지는 이미 20년은 지난 낡은 생각인 셈이다." |
"멋진 친구들"
많은 수의 태국 엘리트들은 탁신과 그 일가(=친나왓 가문)에 관해 혹평을 하곤 한다.
하지만 탁신 일가 역시 그런 비판을 가하는 이들과 동일한 부자 목록에 포함된다. <포브스>(Forbes) 지가 선정한 태국의 40대 재벌 목록에서 친나왓 가문은 총 17억 달러의 재산을 보유하여 서열 10위에 기록됐다. 또한 그들도 비판자들과 동일한 소수의 사교계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시와라 잇사라 씨의 장남인 워라싯(Vorasit)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레드셔츠' 지도부가 내뱉는 "살아있는 개소리들을 두들겨패줄 것"이란 글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탁신 전 총리의 아들인 빤텅태(Panthongtae)와 친구라고 밝혔다.
앞서 소개한 팔라위 분낙 씨는 바로 워라웃의 부인이기도 한데, 그녀 역시 "모두가 서로 아는 이들"이라고 하여 남편의 말을 입증해주었다. 그녀는 영국에서 탁신의 조카 루폽(Rupop)과 같은 대학에 다녔다.
이들은 친나왓 가문과 가깝기 때문에 남들보다 특별한 통찰들을 가질 수 있었다. 팔라위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집안 사람들은 멋진 친구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감춰두고 있는 생각도 알고 있고, 그들이 감춰둔 사업들도 알고 있다." |
(방콕현지 보완취재: Pairat Temphairojana 및 Khettiya Jittapong, 편집: Alex Richard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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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 자식들 말예요..
지들이 북동부 농민 자식으로 태어나 지주 아들한테 두들겨 맞아보거나,
자기집 운전수 딸로 태어나 주인집 아들에게 능욕을 당해봐도 이런 소리가 나올지 궁금해집니다..
제가 아는 레드셔츠 농민들이
최소한 이들보다는 태국에 대해 더 정확히 알고 있다고 생각되네요..
하긴 뭐, 남들보다 겨우 떡 하나 더 얻어 먹으면서도 "우리가 남이가"로 뭉치는 사람들이 있는 판에..
막대한 기득권을 갖고 있는 이들이 이제 기울어져가는 좋은 시절을 그래도 붙들어매어보자고 나서는 거야..
한편으로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지요
하지만 이제 작작 좀 해야지요..
그 동안 마이들 해묵지 않았나..
그나저나 이 자들이 모르는 게 하나 있지요..
맨날 탁신 "악마 만들기"에 나서고 있습니다만,
이들이 탁신을 피하려다 자칫하면 크메르루주를 만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하여간 태국 정치의 앞날은 예측이 불가능하네요..
참 어메이징 한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