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995
반야심경094
동봉
결분結分(09)
진실불허眞實不虛(3)
이세상의 온갖고를 남김없이 제거하고
참스럽고 실다워서 허망하지 아니하니
그러므로 반야로써 바라밀다 하는주문
내가이제 설하리니 그주문은 이러니라
能除一切苦真實不虚故說般若波羅蜜多呪卽說呪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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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불허眞實不虛!
사자성어四字成語 가운데
이토록 아름답고 멋진 말씀이 있을까
우리가《반야심경》을 정의할 때
이 넉 자를 벗어나 마무리지을 수 있을까
참眞하고 실實답고 크不고 빔虛이라니
아닐 불不 자는 부정사의 대표다
그런데 때로는 '크다'로 새기기도 한다
게다가 클 불不 자로 새길 경우에는
크기가 일반상식을 벗어났을 때다
크기의 상식은 다양하다
작은 데서 큰 데까지
가까운 데서 먼 데까지
낮은 데서 높은 데까지
착한 데서 나쁜 데까지 따위다
여기서 클 불不 자로 새길 때에는
너무나 커서 부피를 잴 수 없고
너무 멀어 그 끝을 알 수 없고
너무 높아 바라볼 수가 없고
너무 좋아 뭐라 표현할 수가 없고
너무 포악스러워 상상을 초월할 때다
참 진眞 자에 담긴 뜻으로는
진리, 진실을 비롯하여
본성, 본질, 참으로, 정말로 따위와
진실하다, 사실이다, 참되다, 명료하다
또렷하다, 뚜렷하다, 똑똑하다 따위이다
그렇다면 '참'이란 게 무엇일까
상식에 따르면 거짓이나 허례허식이 아니다
진실한 도리로 진리에 어긋나지 않음이다
일시적이거나 변하지 않는 것으로
상주불변常住不變함이다
이 '일시적이거나 변하지 않는 것'
나아가 '상주불변常住不變'이란 표현은
사실 진리인 듯 하지만 진리가 아니다
'항상常 고스란히 그대로住 있어
변變하지 않는不 게 진리'라고들 한다
"세상이 다 변해도 내 마음은 변치 않아!"
"몸은 늙되 마음은 늙지 않는다"고 하지만
변하지 않고 늙지 않는 것은 없다
마음도 늙게 마련이고 변하게 마련이다
진실眞實이란 변하지 않음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임이다
마음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하여
어른이 되어서도 늘 어린애로 살 수 없고
나이가 팔구십이 되어서도
자신의 나이에 적응하지 않는다면
한 마디로 이는 진리가 아니다
변치 않는 마음이라는 것은
상황 따라 변치 않는 절개를 가리킴이다
평소 눈물이 많고 잘 운다고 하여
축하할 자리에서 꺼이꺼이 곡을 하거나
평소 잘 웃는 성격이라 하여
남의 불행 앞에서 까르르르 웃을 수는 없다
상황 따라 웃을 자리에서는 웃고
울 자리에서는 함께 울어주는 게 필요하다
사전事典마다 사람마다 하는 말
상주불변常住不變이 진리라지만
단언하건대 제행무상諸行無常이 진리다
참됨은 순수하여 다른 것과 섞임이 없고
매우 천연스럽고 자연스럽다
참됨眞의 본질은 매우 간단하다
변화匕하면서 사실目적이고
사실적이면서 끊임없이 확장八해 감이다
확장은 우주宇宙라는 세계에서
공간宇의 3차원 세계만이 아니라
시간宙이라는 4차원 세계까지 포함한다
진리라는 것이 확장성八만 있고
수축성丷이 없다면 이는 진리가 아니다
이를테면 기쁠 열悅 자를 쓸 때
이처럼 확장八 자 '열悅'로 써도 좋고
축소丷 자 열悦 자로 써도 좋다
행복을 가꾸는 데는 3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참眞이고
둘째는 좋음善이며
셋째는 아름다움美이다
이들은 독립성이기도 하지만
언제나 나머지 둘을 함께 데리고 다닌다
참은 좋음과 아름다움을 붙좇아 따르고
좋음은 아름다움과 참을 붙좇아 따르며
아름다움은 참과 좋음을 붙좇아 따른다
마음은 매우 진솔한데
행동이 거칠고 겉모습이 볼품 없다면
진솔한 마음의 격格이 떨어지고
행동은 그런대로 착한 편인데
마음이 음흉하고 게다가 피부마저 거칠면
착함이 얼마나 좋게 다가올까
이와 마찬가지로
생김새든 피부든 다 괜찮은데
만일 속 마음이 진솔하지 않거나
하는 짓이 거칠면 고운 게 곱게 보일까
간딘스키가 내세운 점선면點線面,
이른바 dotted line and surface 구조는
예술적인 면에 있어서만이 아니라
그만큼 참眞 세계에서도 중요하다고 본다
좋음善과 아름다움美을 함께 지닌 참眞
이처럼 미美의 3요소를 갖춘 참 속에
실다움實과 큼不과 비움虛이 채워질 때
참眞은 가치로서의 참을 지닐 수 있다
따라서 이들 진실불허眞實不許야말로
소중함 가운데 소중함이다
참하고truth/the true
좋고good/the good
아름다움beauty/the beautiful은
행복한 삶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들이다
카메라를 고정시키는 삼각대에서
어느 한 다리라도 없으면
나머지 두 다리로는 불안하다
새나 사람처럼 생명을 가진 게 아니라면
두 다리로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다
진선미眞善美의 예술성도 그와 같다
진실불허眞實不虛는
삼각대 논리가 아닌 테이블 다리 논리다
네 개의 다리로 된 테이블이나
네 개 타이어로 굴러가는 자동차에서
가령 어느 다리 하나가 없거나
또는 어느 타이어 하나라도 없으면
나머지 셋으로는 서 있을 수 없고
세 개의 바퀴만으로 달릴 수는 없는 이치다
진眞, 실實, 불不, 허虛 넉 자는
《반야심경》을 받쳐주는 정의定義다
참眞으로 큰不 것은
겉으로 드러난 형체를 따르지 않고
차實되 늘 비어있음虛은
숨은 마음 세계를 고루하지 않게 한다
종전의 해석 '참眞스럽고 실實다워서
허망虛하지 아니不하니'도 좋지만
이런 뜻이 들어있음을 알고 나면
《반야심경》을 읽는 즐거움이 갑절로 는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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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幸福한 가을달秋夕♡
ㅡ 지난해 추석날 쓴 글 ㅡ
행복은 다행할 행幸 복 복福
다행할 행幸 자를 파자破字하면
고생 신辛에 열 십十자를 더한 것으로
행복은 시련과 아픔을 동반한 기쁨입니다
그냥 저절로 얻어지는 행복이 아닌만큼
노력으로 얻는 아픔의 기쁨입니다
저녁 석夕 자는
'추석秋夕'이란 단어에서는
'저녁 석夕'이라 새기지 않고
반드시 '달 석夕' 자로 풀이합니다
달 월月 자의 생략형이니까요
따라서 추석秋夕의 새김은
'가을 저녁'이 아니라 '가을달'입니다
가을달을 사랑하는 여러분!
오늘 저녁 '가을달'을 바라보시면서
시련과 함께 얻어진 '아픈 기쁨幸福'을
소중하게 만들어 간직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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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2017
가을달秋夕을 맞아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