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궁지에 몰린 ‘좋아요 제국’… 사방에서 “싫어요”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위기가 닥쳤다[WEEKLY BIZ]
일러스트=안병현
최근 미국 사회는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의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나며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28억명의 가입자를 거느린 거대 인터넷 기업이 “돈 버는 데 혈안이 돼 자체 알고리즘(algorithm)이 사회를 분열시키고, 인간성을 파괴하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내부 고발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페이스북에서 수석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한 프랜시스 하우건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자사 앱인 인스타그램이 10대 청소년의 정신 건강을 크게 해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방치했고, 문제가 될 만한 게시물을 자동 삭제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도 유명인이 올린 논란성 게시물은 지우지 않았다. 하우건은 “문제 해결을 위한 건의가 많았지만, 마크 저커버그 CEO(최고경영자)가 모두 묵살했다”고 폭로했다.
페이스북 내부 고발 사건을 계기로 유해 콘텐츠를 퍼뜨리고, 고도의 알고리즘으로 이용자를 조종하는 소셜미디어 산업 전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스마트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 세계 인구의 57.6%인 45억5000만명이 소셜미디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들의 하루 평균 이용 시간은 2시간 27분에 달한다. 전체 인터넷 이용자(48억8000만명) 중 소셜미디어를 쓰지 않는 사람이 6.6%(3억2000만명)에 불과하다.
이렇게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대부분 페이스북과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이용자를 플랫폼에 최대한 오래 붙잡아 두기 위해 가짜 뉴스나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콘텐츠를 방치하는 전략을 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최근 트렌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태다. 소셜미디어의 부도덕성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소셜미디어 광고 중단을 선언하고, 미 의회는 규제책 마련에 팔을 걷어붙이는 등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소셜미디어 업계가 사면초가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사면초가에 빠진 소셜미디어
소셜미디어 콘텐츠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페이스북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미국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는 고등학생이 60대 장애 교사를 폭행하고 다른 학생이 이를 촬영해 틱톡에 올려 큰 충격을 줬다. 경찰은 이 사건이 10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선생님 때리기’라는 틱톡 챌린지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WP는 페이스북을 비롯해 인스타그램⋅스냅챗⋅틱톡 등의 소셜미디어가 불법 마약 거래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알고리즘이 이용자 성향에 맞는 콘텐츠만 추천하면서 ‘확증 편향(偏向)’을 부추겨 갈등을 심화시키고, 가짜 뉴스로 사회를 혼란에 빠뜨린다는 지적도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받는 단골 비난이다. 지난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딜레마’에는 페이스북⋅트위터 등에서 일했던 이들이 등장해 광고 수익을 올리는 데 열중하는 소셜미디어 기업들의 행태를 폭로해 큰 화제가 됐다.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각종 개인 정보와 검색어 기록, 방문 사이트 이력 등을 수집한 뒤 알고리즘에 따라 입맛에 꼭 맞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제공해 이용자의 사고와 행동을 조종하고 자사 플랫폼에 중독시킨다. 이용자가 옛 연인의 사진이나 영상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외로운 상태’라고 판단해 데이트 앱 광고를 보여주는 식이다.
이런 비윤리적 행태 때문에 소셜미디어에 대한 여론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 성인 3명 중 2명(64%)은 소셜미디어가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답했고, 10명 중 1명(10%)만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포털에서 AI(인공지능) 뉴스 추천 서비스를 운영하는데, 추천 알고리즘의 공정성 시비가 끊이질 않는다.
들끓는 여론에 기민하게 움직인 곳은 시장과 정치권이다. 지난해 스타벅스가 모든 소셜미디어에 광고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후 페이스북에 광고 중단을 선언한 기업은 코카콜라⋅유니레버⋅펩시콜라⋅버라이즌 등 160여 곳에 달한다. 미 의회에서는 연일 청문회를 열어 소셜미디어 기업에 경영진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 의회에서는 소셜미디어의 무분별한 개인 정보 수집과 알고리즘 남용을 규제하는 법안 마련을 위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소셜미디어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 효과는 주가로 나타난다. 국내외 주요 소셜미디어 기업 주식을 담고 있는 미래에셋 ‘글로벌X 소셜미디어 ETF(상장지수펀드)’의 지난 3개월 수익률은 -10%로 미국 S&P 500과 나스닥 지수가 같은 기간 2~3%가량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페이스북이 지난 3분기 비교적 선방한 실적을 발표했는데도 모건스탠리, JP모건, 웰스파고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페이스북 목표 주가를 6~13%가량 하향 조정했다.
◇애플 견제, 트렌드 급변으로 설상가상
‘비호감’으로 전락한 소셜미디어 기업들에 스마트폰 업계의 맹주 애플의 견제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지난 4월 애플은 아이폰에서 특정 모바일 앱을 사용할 때 해당 앱이 이용자의 검색 기록이나 활동 내역을 수집하는 것을 허용할지 말지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개인 정보 보호 정책’을 개정했다. 이로 인해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이용자의 검색 기록을 이용한 맞춤형 광고를 하기 어렵게 됐다. 페이스북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광고 비율이 98%나 될 만큼 소셜미디어 기업들의 광고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모바일 메신저 스냅챗을 운영하는 스냅은 최근 시장 예상치를 3%가량 밑도는 3분기 매출(10억7000만달러)을 발표하면서 “애플 정책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3분기 실적을 발표한 페이스북은 “광고 성장세가 둔화됐다”며 4분기 예상 매출을 월가 전망치(348억달러)보다 낮은 315억~340억달러로 제시했다.
급변하는 온라인 트렌드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점도 소셜미디어 업계가 맞닥뜨린 난관 중 하나다. 소셜미디어 시장은 다른 산업과 달리 지배적 지위를 확보해도 트렌드를 주도하는 10~20대의 변화를 발 빠르게 따라가지 못하면 금세 점유율이 하락할 수 있다. 2000년대 중반 미국 소셜미디어 시장을 석권했다가 페이스북에 밀려 몰락한 마이스페이스, 2000년대 국내 소셜미디어의 절대 강자였다가 서비스를 종료한 싸이월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때문에 소셜미디어 업체들은 젊은 층의 지지를 잃으면 언제든 그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강박증에 시달린다.
시장조사 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12년에는 미국 10대 42%가 페이스북을 가장 중요한 소셜미디어로 생각했으나 작년에는 그 비율이 2%까지 곤두박질쳤다. 2012년 페이스북에 인수된 후 10대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페이스북의 성장을 견인해온 인스타그램 역시 위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 서비스 업체 파이퍼 샌들러가 올해 조사한 ‘청소년들이 가장 좋아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순위에서 인스타그램은 스냅챗과 틱톡에 밀려 3위에 그쳤다. 미국 코넬대 브룩 더피 교수는 “인스타그램의 과시적이고 작위적인 문화에 사람들이 싫증 내기 시작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가 입수한 인스타그램 내부 문서에 따르면, 아담 모세리 CEO 등 경영진들은 “10대를 잃는 것은 ‘파이프 라인’을 잃는 것과 같다”며 큰 우려를 나타냈다.
◇전자상거래, 메타버스에서 돌파구
코너에 몰린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돌파구 마련에 필사적이다. 최근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집중 육성하는 분야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다. 수억 명의 이용자를 확보한 만큼 플랫폼 안에 쇼핑몰 기능만 제대로 갖추면 ‘제2의 아마존’이 될 수 있다는 계산에서 나온 전략이다. 페이스북의 경우 작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숍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개인이나 중소기업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무료로 온라인 상점을 열 수 있고, 앱 채팅 기능을 통해 고객과 실시간 소통할 수 있다. 지난 6월 기준 숍스 월 방문객은 3억명이 넘고, 활성 상점은 120만개에 달한다.
중국에서 10억명이 넘게 쓰는 위챗에서는 소매 업체들이 소셜커머스 공간에 온라인 매장을 만들어 디지털 광고와 인플루언서 마케팅, 물건 판매를 한 번에 할 수 있다. 트위터⋅틱톡 등 다른 소셜미디어도 이커머스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네드 시걸 트위터 CFO(최고재무책임자)는 “광고에 ‘구매’ 버튼을 도입해 바로 물건을 살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최대 메신저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는 전자상거래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6월 카카오톡 내 선물하기, 쇼핑과 같은 플랫폼 기반 전자상거래 사업을 하는 계열사 카카오커머스를 흡수⋅합병했다.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소셜미디어를 통한 글로벌 전자상거래 매출은 894억달러(약 105조원)에 달하며, 2027년에는 7배 가까이로 늘어난 6045억달러(약 7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페이스북은 2014년 VR(가상현실) 전문 기업 오큘러스를 인수한 이후 ‘메타버스(3차원 가상 세계)’ 시장에도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 회사는 저커버그 CEO가 지난 7월 “페이스북은 향후 5년 안에 소셜미디어 회사에서 메타버스 기업으로 재탄생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힌 뒤 최근 사명을 아예 ‘메타(Meta)’로 바꿨다. 삼성증권 김중한 수석연구원은 “애플이 하드웨어(아이폰)와 소프트웨어(iOS)를 장악해 IT 패권을 차지한 것처럼 페이스북은 VR 기기를 기반으로 메타버스화된 거대 플랫폼을 구축하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 기능별·세대별 분화 빨라진다
곳곳에서 경보음이 울리고 있지만, 거대 소셜미디어 기업들의 매출이 급감하거나 영향력이 갑자기 줄어들 것이라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페이스북의 경우 이미 글로벌 범용 플랫폼이 됐고, 그 외에 다른 소셜미디어들도 수억~수십억 명이 수시로 접속하면서 외부와 소통하는 일상 채널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카카오가 비윤리적 경영을 한 것이 드러난다 해도 이미 카카오톡이 깔아놓은 소통 및 쇼핑, 콘텐츠 인프라에 빠져있는 이상 카카오톡 앱을 지우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수년간 페이스북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고, 규제 움직임이 강화돼 왔지만 페이스북의 월간 활성 유저(MAU)는 지난 2분기 기준 28억9500만명으로 2년 전(24억1400만명)과 비교해 20% 늘었다.
소셜미디어 산업 자체도 빠른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2010년대 중반에 비해 성장 속도가 약간 더뎌지긴 했지만, 지난해에도 소셜미디어 산업은 전년 대비 9.2% 성장했다. 특히 아시아(17%)와 아프리카(14%) 같은 신흥 시장에서 성장 속도가 빠르다.
다만 페이스북 같은 범용 플랫폼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지면서 소셜미디어가 갈수록 세대별⋅기능별로 세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가령 중장년층 이용자들은 네이버나 카카오톡, 페이스북 같은 앱 하나로 뉴스⋅메신저⋅사진⋅동영상 등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편이지만, 젊은 층은 메신저는 스냅챗, 짧은 동영상은 틱톡, 긴 동영상은 유튜브, 사진은 인스타그램 식으로 나눠 활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트렌드가 점차 확산될 것이라는 얘기다.
개인 정보 보호에 민감해지면서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범용 플랫폼 대신 소그룹에 특화된 소셜미디어가 점차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심규진 스페인 IE대 교수는 “소셜미디어는 네트워킹(사람 간의 연결)이라는 단순한 서비스 기능을 넘어 세대와 문화를 대표하는 미디어 상품이기 때문에 새로운 플랫폼에 의해 핵심 가치가 대체되는 순간 사망 선고를 받는다”며 “새로운 니즈를 반영한 플랫폼 론칭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셜미디어(Social Media)
소셜미디어는 ‘웹2.0′ 기술에 기반해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지향하는 서비스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웹2.0이란 누구나 손쉽게 데이터를 생산하고 인터넷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사용자 참여 중심의 인터넷 환경을 가리킨다. 즉 전 세계 모든 사람 또는 집단이 글·사진·영상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자유롭게 만들어 올리고,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모두 소셜미디어라고 할 수 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틱톡, 카카오톡과 같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뿐 아니라 영상 기반 쌍방향 소통 채널인 유튜브, 각종 뉴스와 지식·생활 정보를 공유하고 커뮤니티 활동을 할 수 있는 네이버 등의 포털사이트도 모두 소셜미디어 범주에 들어간다.
☞알고리즘(algorithm)
사용자의 이용 기록과 각종 개인 정보 등을 토대로 이용자 개인에게 ‘맞춤형’ 콘텐츠나 광고를 보여주는 일련의 규칙이나 전반적인 시스템을 뜻한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업체의 알고리즘은 이용자가 어떤 콘텐츠를 소비했는지, 어디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좋아하는 주제는 무엇인지 파악해 이용자가 선호하는 콘텐츠를 선별해 제공한다.
첫댓글 PR의 주요 툴로 활용되었던
소셜미디어(페이스북)의 변화를 잘 읽어여만 할 듯합니다.
참고자료 차원에서 정리해 봅니다.
아유 제길 흥 어찌보라고 깨알같은글씨 많은 정보
난 못보네 못봐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