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살아가면서 나의 삶을 힘들게 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그중에 가장 힘든 것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일들인데, 아프리카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시간관념이 없다.
한국에는 “나에게 있는 것은 돈과 시간뿐“이라는 농담이 있는가 하면, 아프리카에는
“돈은 정말 없으나 있는 것은 오직 시간뿐“이라는 농담을 만들어주고 싶을 정도로
시간들이 많아 보인다.
어제도 망가냐에 유스센터 건립에 관한 행사가 있어서 오전 9시30분에 도착했는데,
11시가 되어 행사가 시작되었다. 나는 아침부터 집에서 나오느라 좀 늦은 감이 있어 미안한 마음으로
도착하니까 200명이 모여야 할 곳에 5사람만 와서 앉아 있었다.
준비하는 사람들도 전혀 미안해하는 기색 없이 아주 온유한 미소를 머금은 채,
나를 한 시간 반 동안이나 따가운 아침 햇살에 시달리게 했다,
나는 루수빌로 직원들에게 책망하듯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한다.
“교수님은 꼭 제시간에 가는 걸 좋아하시니까 제시간에 모시고 왔는데, 여기는 아프리카라서
제시간에 시작을 안 하는 걸 어떻게 합니까, 다음부터는 우리도 늦게 떠날까요?”
아프리카 사람들은 높은 기온 탓인지 행동이 느리기 때문에 서두르는 모습을 볼 수가 없다.
루수빌로에서 하는 회의나 행사도 30분 내지 1시간 정도는 지연될 때가 많고,
루수빌로에서 오는 운전기사도 제시간에 도착하는 법이 없다.
그러나 그들은 항상 변명이 준비되어 있다. 하물며 음악부 학생들까지 시간을 안 지키고 수업시간에 늦게 온다.
규칙적인 생활을 해본 적이 없으니 무엇이 중요한지를 모르고 있다.
내가 그들에게 동화되어 나까지 시간관념이 없어지면 내가 이곳에서 일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계속적인 훈련을 통해 시간에 대한 새로운 관념을갖도록 가르치고 있다.
“시간은 우리가 하느님으로부터 거저 받은 귀한 선물인데, 이 시간을 의미 있는 일에 써야지
그냥 낭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아, 그렇다고 그들도 인정은 하지만
오랜 세월동안 그렇게 흐지부지 낭비해온 습관들이 금방 바뀌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또 하나는 약속에 대한 관념이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기분이 좋으면 모두가 O.K,O.K다.
그래서 모든 것이 약속한대로 진행되겠다 싶으면 여기저기서 사건들이 터진다.
나의 자동차 세금 문제로 지난주에 관세청장이 루수빌로에 와서 음악부를 돌아보고는
다음 주에는 자동차를 세금면제로 내어주겠다고 장담을 한 것이 오늘로서 마지막 날인데
감감 무소식이다. 약속을 못 지킨 미안한 마음이라서인지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는다.
일하는 목수나 페인트들도 약속한 날짜에 나타나질 않는다. 자신들의 다른 일이 있어서
못 왔다고 변명하지만, 사전에 못 온다고 연락하는 법은 결코 없다.
사전에 연락하지 않는 것은 많이 배운 사람들이나 안 배운 사람들이나 모두 꼭 같다.
이곳 카롱가에도 많은 사람들이 핸드폰을 갖고 있다. 우리집 일을 하는 비키 아줌마,
경비 프랭크 아저씨, 목수 아저씨, 페인트공, 생선 장수 등 모두 핸드폰을 갖고 있다
그러나 자신들이 전화 하는 법은 거의 없다. 신호만 보내놓고 전화 해 달라고 한다.
핸드폰 요금이 비싸서 카드를 사지 못하니까 그런 정도는 또 이해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들도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스스로 알려주는
법이 없어 꼭 내가 전화를 해야만 답을 얻을 수도 있다. 아니 얻지 못할 때가 더 많다.
내일은 카롱가에 큰 잔치가 있는 날이다. 지금까지 카롱가는 무주주라는 교구의 소속이었는데,
카롱가 교구와 새로운 주교님이 탄생하는 대 축제인 것이다.
독실한 카톨릭 신자인 말라위 대통령도 참석하신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모든 것이 불확실 하다.
수사님들의 추천으로 교구에서 내게 축하연 때 노래 2곡을 불러달라고 요청을 받은 것이 2주전의 일이다.
나는 구노의 아베마리아와 흑인 영가를 준비하고 있는데, 교구에서는 아직도 확실한 시간과 장소를
내게 알려주질 않고 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여기는 아프리카니까 모든 것이 가능하다.
나는 이렇게 기다리는 법을 배우고 있다.
관세청이나 교구나 목수나 페인트공이나 그들은 사전에 미리 연락 해주는 법이 없다.
그냥 기다리면 내가 원하는 방법이든 아니든, 그 어떤 해결책이 나온다.
처음에는 이런 국민성과 대립해서 싸우느라 에너지도 많이 소비했지만, 이제는 다른 대책을 세워야지만,
내가 탈진하지 않고 나의 목적을 달성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이들이 갖고 있는 좋은 부분들을 더욱 부각시켜주면서
그들도 “하면 된다”는 긍정적인 사고와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이다.
자신들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알게 된다면,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도 분명 달라질 것이다.
우리에게 자유의지를 주신 하느님께서는 인간들이 스스로 해결 할 수 있는 일에 결코 끼어들지 않으신다.
내가 하는 일들이 비록 숟갈로 바닷물을 채워가는 여정이 되어도 좋다.
그 바다는 결코 물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며 은총의 비가 쏟아지는 날에는 내가 아닌
하느님의 능력으로 그 바다가 넘쳐 날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기에 마음이 평화롭다.
첫댓글 아니 날씨도 더운데...기다림에 지치게 하고 ....약속도 안 지키고...학교도 늦게 오고....선교사님 마음에 드는것이 하나도 없네요 하느님은 기다림에 지쳐서 성녀 되게 하실려고 ...무엇이나 최선을 다하고 유능한 사랑하는 아녜스님!!1다 잘 되게 해주실 꺼에요 이미 알고 계시는 그분의 능력으로 ...G_20 할때 말라위 대통령이 왔었는데...주교님 착좌식에서 성모송을
노래 하시며 애원 합시다
* 샬롬~~~ 아녜스님,^*^ 아주 좋은 주님의 일꾼으로 선택받으신 님..!!! 매사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니 잘 될것이 멀리 여기에서 도 보입니다.일거리가 새롭게 새롭게 생겨나 좍좍 ..!! 은총의 비를 내려주시는 주님께 감사와 찬미 기도를 드립니다.*^^* 주님이 함께하고 계십니다...!!! ^*^
아프리카에 있으면 아프리카인이 된다.
앞으로도 더욱더 험난한 길 투성이겠지만 언제나 묵묵히 응원하고 함께하는 이들이 있다는것을 기억하시고 힘내세요!
오늘 하루도 아자아잣!!! ^^
교수님 도 한개 한개, 아프리카를 알아가고 있군요, 교수님 심정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110% 동감합니다,
저는 아프리카에 온지 6년이 되어습니다, 약속과 기다림은 그냥- 시간 - 입니다, 시간이 모든것을 해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