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왕기상 1:15-27
찬송가 545장 ‘이 눈에 아무 증거 아니 뵈어도’
사무엘서와 열왕기서는 기록 시기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연속성이 있습니다. 성경에서 사무엘서 다음으로 열왕기서가 배열이 된 것은 두 책의 연속성이 있기 때문만 아니라 이스라엘 왕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두 책 기록자의 기록 관점이나 서술 방식의 유사성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무엘서는 사사 시대 말기부터 다윗 시대 말기까지의 역사이며, 열왕기서는 솔로몬 시대부터 남 유다가 멸망할 때까지의 역사입니다. 물론 열왕기서 서두에 다윗이 등장하지만, 그 이유는 다윗이 솔로몬에게 왕위를 계승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무엘서와 열왕기서의 공통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분열 이스라엘 왕국 시대에 기록된 사무엘서와 달리 열왕기서는 남북 이스라엘이 왕국 멸망한 이후에 기록되었기에, 열왕기서가 사무엘서보다 더 암울한 시기에 기록된 책입니다. 열왕기서는 이스라엘의 바벨론 포로 시대에 기록된 책입니다. 그래서 열왕기서는 이스라엘 왕정 시대 역사를 비판적 시각으로 회고한 역사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포로 시대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선택한 나라를 왜 망하게 하셨는지를 성찰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열왕기서 기록자가 하나님의 영감으로 열왕기서를 기록하면서 성찰과 비판적 시각으로 기록하였기에 열왕기서는 소위 선지자적 관점에서 기록하였다고 말합니다.
이스라엘이 몰락한 이유는 하나님을 목적 삼지 않고 하나님을 떠난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사무엘서 마지막 장에서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격동하게 하여 징계를 받았을 때 온전히 하나님께로 돌아왔다면, 열왕기서는 그런 관점에서 기록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솔로몬의 왕위 등극으로부터 이스라엘의 남북 분열, 그리고 두 남북 왕국의 멸망까지 왕정 시대 이스라엘은 하나님을 진정한 왕으로 인정하지 않고, 하나님을 존중하지 않고, 하나님을 목적 삼지 않고 살았습니다.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멀리하며 타락하였기에 멸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열왕기서가 멸망의 당위성만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바벨론 포로 시대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이스라엘이 멸망의 원인이었던 죄를 회개하고 하나님께 다시 돌아와서 하나님을 목적 삼고 살아간다면 하나님께서 회복시켜주실 것임을 전하고 있습니다. 사실 역사서뿐만 아니라 선지서를 포함한 성경은 죄의 결과에 따른 하나님의 징계와 그 무서움보다 더 중요한 메시지는 죄에서 돌이켜 회개하고 하나님께 돌아와 구원받고 회복하는 것에 있습니다.
열왕기서 서두에 기록된 사건은 표면적으로 다윗의 노쇠함으로 인하여 발생한 사건이지만, 실제는 하나님을 절대 의지하지 않을 때 나타나는 인간의 연약함과 불완전함을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거의 70세의 다윗은 통치 말년에 이불을 덮어도 따뜻하지 않을 정도로 노쇠한 상태에 직면하기 전, 자신의 왕위 후계자를 백성들에게 공포했어야 했습니다. 이 시기를 놓치자 다윗의 넷째 아들 아도니야의 반란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고대 문화는 장자가 왕위를 계승하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다윗이 하나님으로부터 솔로몬이 자신을 이을 왕이라는 계시를 받았음에도 적절한 시기에 왕위 계승식을 행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다윗이 왕위 계승자 솔로몬을 공포하는 것이 늦었다고 해서, 하나님께서 선택하신 솔로몬을 배제하고, 아도니야가 스스로 왕이 되려고 한 것은 정당화될 수 없었습니다. 다윗왕이 노쇠하여 국정을 제대로 다스릴 수 없다고 판단한 군부와 종교 지도자들은 아도니야를 돕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뉘었습니다. 아도니야를 돕는 그룹은 신정적 왕정 체제와 하나님의 절대 주권을 인정하지 않는 인본주의와 세속적 가치관을 추구하는 세력이었으며, 아도니야를 돕지 않는 그룹은 하나님의 절대 주권과 하나님의 섭리를 신뢰하는 신본주의와 하나님의 계시를 따르는 세력이었습니다.
후자 세력에 있었던 대표적인 사람이 나단 선지자였습니다. 나단 선지자는 아도니야와 그의 추종 세력들의 반역 모의를 다윗 왕에게 알리고자 했습니다. 나단 선지자는 단지 반역 모의를 고발하려고 한 것만 아니라 그것을 막고 하나님께서 계시하신 대로 솔로몬이 왕위를 계승할 수 있도록 먼저 다윗의 왕비이자 솔로몬의 어머니 밧세바를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다윗 왕에게 신속하게 아도니야와 그의 추종 세력의 반역을 잠재우고 솔로몬을 왕으로 공포하도록 간청했습니다. 오늘 본문은 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밧세바가 다윗에게 가서 이르다(15-21)
15 밧세바가 이에 침실에 들어가 왕에게 이르니 왕이 심히 늙었으므로 수넴 여자 아비삭이 시중들었더라 16 밧세바가 몸을 굽혀 왕께 절하니 왕이 이르되 어찌 됨이냐
노쇠하여 침실에서 기거하는 다윗 왕에게 밧세바가 찾아갔습니다. 밧세바가 비록 왕비이지만 왕에게 예의 갖추어 절을 하자, 다윗 왕이 방문 이유를 물었습니다. 17절은 밧세바의 답변입니다.
17 그가 왕께 대답하되 내 주여 왕이 전에 왕의 하나님 여호와를 가리켜 여종에게 맹세하시기를 네 아들 솔로몬이 반드시 나를 이어 왕이 되어 내 왕위에 앉으리라 하셨거늘
밧세바는 과거 다윗 왕이 자신에게, 솔로몬이 자신을 이어 왕이 되리라고 맹세한 사실을 상기킵니다. 그 맹세는 하나님 앞에서 한 맹세였는데, 다윗이 그렇게 맹세를 한 이유는 하나님으로부터 솔로몬이 왕이 될 것임을 계시받았기 때문입니다. 역대상 22장이 이를 증거하고 있습니다. 밧세바가 말을 이어갑니다.
18 이제 아도니야가 왕이 되었어도 내 주 왕은 알지 못하시나이다 19 그가 수소와 살찐 송아지와 양을 많이 잡고 왕의 모든 아들과 제사장 아비아달과 군사령관 요압을 청하였으나 왕의 종 솔로몬은 청하지 아니하였나이다
밧세바는 다윗 왕의 맹세를 상기시킨 후, 지금 벌어지고 있는 반역을 사실대로 알렸습니다. 아도니야가 스스로 왕이 되기 위해서 제사를 드린 것은 제사를 임의로 드린 것 자체도 문제이지만 제사를 통해 하나님을 도구 삼아 자신을 높인 것으로써 중대한 범죄이고, 군부와 종교 지도자의 중요 인물을 초대하였지만 솔로몬을 청하지 않았다는 것은 솔로몬이 왕위 계승자임을 분명히 알고 있었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20 내 주 왕이여 온 이스라엘이 왕에게 다 주목하고 누가 내 주 왕을 이어 그 왕위에 앉을지를 공포하시기를 기다리나이다 21 그렇지 아니하면 내 주 왕께서 그의 조상들과 함께 잘 때에 나와 내 아들 솔로몬은 죄인이 되리이다
21절의 내용은 아도니야의 초청에 배제된 솔로몬과 밧세바가 앞으로 숙청 대상이 될 것임을 알린 것입니다. 그런데 밧세바가 단지 자신과 자신이 낳은 아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 다윗 왕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밧세바는 다윗 왕에게 하나님의 계시대로 일을 행하시라고 간청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단 선지자가 다윗 앞에 가서 이르다(22-27)
22 밧세바가 왕과 말할 때에 선지자 나단이 들어온지라
나단 선지자가 다윗 왕이 기거하는 방으로 들어온 시점은 절묘하였습니다. 이는 14절을 보면, 두 사람이 미리 계획한 행동이었습니다.
23 어떤 사람이 왕께 말하여 이르되 선지자 나단이 여기 있나이다 하니 그가 왕 앞에 들어와서 얼굴을 땅에 대고 왕께 절하고
나단 선지자가 다윗 왕의 방에 들어가 왕에게 절을 했습니다. 16절에서 밧세바가 몸을 굽혀 절한 것과는 달리 얼굴을 땅에 대고 절했습니다. 이러한 행동은 자신의 출세를 위한 행동이 아니었습니다. 왕에게 간청하기 전 최대한 예의를 갖춘 것입니다. 다윗 왕 앞에 나타난 나단 선지자는 과거 다윗이 밧세바의 전남편 우리아를 죽인 사건을 책망하러 왔을 때와는 전혀 다른 태도입니다. 그때는 하나님의 계시를 받고 하나님의 명으로 다윗 왕을 책망했지만, 이 시점에서는 하나님의 계시를 받았던 다윗 왕에게 그 계시대로 이행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다윗 왕 앞에 선 것입니다.
24 이르되 내 주 왕께서 이르시기를 아도니야가 나를 이어 왕이 되어 내 왕위에 앉으리라 하셨나이까
나단 선지자는, 단도직입적으로 ‘아도니야를 왕위에 앉도록 하셨나이까’라고 여쭙습니다. 물론 다윗 왕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말을 이어갑니다.
25 그가 오늘 내려가서 수소와 살찐 송아지와 양을 많이 잡고 왕의 모든 아들과 군사령관들과 제사장 아비아달을 청하였는데 그들이 아도니야 앞에서 먹고 마시며 아도니야 왕은 만세수를 하옵소서 하였나이다 26 그러나 왕의 종 나와 제사장 사독과 여호야다의 아들 브나야와 왕의 종 솔로몬은 청하지 아니하였사오니
나단 선지자의 ‘보고 내용’은 두 가지입니다. 25절에서, 아도니야와 그의 추종 세력이 불법적 제사를 드리고, 아도니야의 추종세력이 ‘아도니야 왕은 만세수를 하옵소서’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26절에서, 그들이 나단과 사독과 브나야와 솔로몬은 초대하지 않았는데, 거기에 초대받지 않은 사람들은 하나님의 계시를 따르고자 하는 사람임을 밝힌 것입니다. 나단 선지자는 한 번 더 다윗 왕에게 여쭙니다.
27 이것이 내 주 왕께서 정하신 일이니이까 그런데 왕께서 내 주 왕을 이어 그 왕위에 앉을 자를 종에게 알게 하지 아니하셨나이다
‘이것이 내 주 왕께서 정하신 일이니이까’는 ‘아도니야를 왕으로 세웠나이까’라는 뜻인데, 다윗 왕이 세우지 않았음을 알고 한 말입니다. 그리고 ‘그 왕위에 앉을 자를 종에게 알게 하지 아니하셨나이다’는 말 역시 ‘왜 저에게 알려주시지 않았습니까’라며 항의했다기보다, 다윗 왕에게 이 반역을 잠재우시고 솔로몬을 빨리 왕으로 등극시켜달라는 촉구입니다.
오늘 본문은 다윗이 노쇠하여, 제때 솔로몬을 왕위 후계자로 세우지 못함에 따라 발생한 반역 행위에 대한 나단 선지자의 즉각적인 조치 과정을 전하고 있습니다. 아도니야와 그의 추종 세력은 하나님의 계시를 무시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마치 광명한 새벽 별이신 예수님을 조롱하기 위해 예수님께 빛나는 옷을 입혀 조롱한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세속적 가치관과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들로서 절대 주권자이신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인정하지 않 사람들이었습니다. 오늘 하루 이들과 달리 나단 선지자처럼 하나님의 말씀이 이루어지도록, 광명한 새벽 별이신 주님의 빛나심을 드러내는 삶을 살아가십시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하나님께서 계시하신 말씀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함을 깨우쳐 주시고, 그 말씀이 이루어지도록 역할을 감당하는 사람이 사명자이자 하나님의 사람임을 알게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오늘날에도 아도니야와 그의 추종 세력처럼, 세속적 가치관과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되지 않도록 하나님의 말씀을 늘 마음에 새겨서 잊지 않게 하시옵소서. 광명한 새벽 별이신 주님의 말씀이 늘 저희 마음에 살아있게 하시옵소서. 그리하여 저희 삶의 터전을 주님의 말씀으로 지켜내게 하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묵상을 돕는 질문
1. 밧세바가 다윗의 침실로 들어간 이유는 무엇입니까?
2. 밧세바가 다윗 왕에게 ‘나와 내 아들 솔로몬은 죄인이 되리이다’라고 한 말은 무슨 뜻입니까?
3. 나단 선지자가 다윗 왕에게 고한 두 가지는 무엇입니까?
4. 나단 선지자의 행동을 통해 세상을 이기신 주님 안에 있는 사람의 특징을 생각해 봅시다.
(작성: 김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