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가정 - 환벽당 - 충효동 왕버들
북구와 담양의 경계가 되고 있는 광주호 주변 무등산 자락에는 옛 선현들의 숨결이 묻어 있는 정자가 유난히 많다. 예로부터 풍광이 빼어나 시인, 묵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이곳에서 탄생된 작품도 많았기에 시가문화권으로 불리기도 한다. 소쇄원, 식영정, 환벽당 등이 그 대표라 하겠다.
#취가정
광주호 상류 증암천 돌다리를 건너 왼쪽 작은 샛길로 100m 걷다 보면 작은 돌계단이 나온다. 계단을 하나하나 밟아 오르면 시비와 소박한 정자가 나타난다.
취가정은 ‘김덕령 장군이 취했을 때 부른 노래’라는 뜻이 담긴 곳으로 임진왜란 때 의병장인 김덕령 장군이 억울하게 모함을 당해 죽은 것을 추모하기 위해 1889년 세워진 곳이다. 김덕령 장군이 권필의 꿈속에 나타나 자신의 억울함을 하소연하자 권필이 이에 화답했다는 전설을 생각하며 작고 아담한 정자를 바라보면 귓가에 들려오는 까치의 울음소리마저 슬피 들린다.
#환벽당
취가정과 불과 50여 m 떨어져 있는 환벽당은 사방이 모두 푸르름으로 둘러 싸여 있어 이름 붙여진 곳이다. 사촌 김윤제가 소년 정철을 만나 공부를 가르치고, 고봉 기대승, 하서 김인후 등과 교류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최근 내린 비로 인해 그 녹음이 더욱 짙어진 환벽당을 찾았다. 환벽당 앞에는 정철이 지은 ‘성산별곡’의 일부가 새겨진 시비가 있고, 그 바로 밑 천변에 넓적하게 놓여진 돌이 김윤제와 정철이 처음 만난 조대다.
‘짝 맞는 늙은 솔란 조대에 세워두고…’ 자연의 숨소리를 느끼며 계단 하나하나를 밟고 오르면 정갈한 정자 한 채가 모습을 드러낸다. 정자 치고 넓은 방과 정원, 연못이 있는 풍암정은 그 구조적인 모습이 소쇄원과 닮아 있다.
김덕령이 사촌의 제자였던 인연을 생각하면 환벽당과 취가정이 함께 있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닌 듯하다.
#충효동 왕버들
상류 증암천 다리를 지나 충효마을 앞에 이르면 충효동 주민들이 해년마다 당산제를 지내고 연날리기를 하는 충효동 왕버들 세 그루가 우람한 모습을 드러낸다.<사진 위>
어린아이 3명이 양팔을 넓게 벌려 안아도 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인 왕버들은 높이 10m, 둘레 6m 정도이며, 수령은 400년 이상 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충효동에는 원래 일송일매오류라 하여 소나무 한 그루, 매화나무 한 그루, 왕버들 다섯 그루가 있었는데 지금은 왕버들 세 그루만 남아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