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신부님의 강론 집을
책으로 엮으며
43년의 긴 시간을 철저한 청빈,
나눔의 삶으로써 하느님 주위를 행복하고 따뜻하게 만드시며, 하느님 백성들을 보살피시며, 첫째도 전교이며 마지막도 전교라는 주님의 제자로 살아가고 계신 것 같다.
그 흔한 여름 휴가는 물론 일주일에 하루 쉬시는 것마저도 잃어버린 것은 사제 생활을 시작하시면서 이제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안식년이라는 것이 신부님에게만은 사제로서 전교하시는 생활에 걸림돌이 되기라도 하신 듯싶다.
신부님께서는 아주 작은, 하찮은 일일지라도,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그 일이 주님의 일이요 나의 이웃을 위한 일이라 생각이 드시면, 일말의 주저함이 없이 행하신다. 그런 일들을 통해서 하느님과의 통교를
더욱 돈독히 하시는 것 같다.
하루 한 시간이라도 잠시, 헛되이 살지 않으시려는 신부님의 의지는
밖에서 들려 오는 소리에는 조금도 귀를 기울이지도 않으시고 도무지 의존하지 않으시니 흔들림이 없으시다. 오직
하느님께서 맡겨주신 양들만을 돌보시는 것만이 신부님의 임무인 양 그렇게 사신다.
또한 어떤 만남이라도 헛되이 생각지 않으신다. 종교적인 생각이나 이념이 다르고
비신자라 할지라도, 아무런 벽 없이 인간적으로, 마음과 마음이 만나 진정한 대화를 하시며, 자연스럽게 모든
것을 융화시키신다. 곧 이것이 전교하시는 열렬한 열정인 것 같다. 이런
예가 있다. 어느 집에 초상이 났다. 모두가 외인인 집안이요, 할머니만 어쩌다 천주교인이 되었다. 고인의 원대로 신부님을 찾았으나
여러 어려움이 따랐다. 오래 전에 천주교를 떠나셨다는 이유 등등으로 아는 교우도 없고, 교적도 없고 해서 지쳐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는 유가족의 소식을 들은 즉시,
신부님은 상가를 찾아가서 슬픔을 위로하며 장례 절차를 알려 주고, 천주교 예식의 장례를
성대히 치러 주셨다. … 법정 스님의 말씀을 인용해 보면, 히말라야에
오르는 루트는 여러 곳이 있다. 그러나 자기가 오르는 루트만 가장 옳다고 고집하게 되면 결국 히말라야는
못 오른다는 것이다. 진리인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불쌍한
영혼이 하느님 나라에 못 들어갈 수도 있다. 신부님께서는, 특별히, 장례식에 정성을 다하여 고인을 하느님
앞으로 인도하신다. 유가족들은 너무 감격한 나머지 모두들 교리 반으로 입교를 하니 일거양득이 되었다.
40 년이 넘는 사제의 생활에서 풍겨나는 주님에 대한 열정과, 끊임
없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쉴 새 없이 책을 보시며 준비하시는 강론 말씀은 우리 모두의 영혼을
촉촉이 적셔 주고 있다.
편집을 마무리 하면서 이 책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의 믿음이 한 걸음 더 주님께로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시기를 바라며, 또한 이 책에 기록된 강론의 말씀들이, 비 온 후의 개울에 힘차게 흐르는 물줄기처럼, 여러분들의 믿음에 주님의
축복이 충만하여 주님을 알아 뵈올 것임을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다.
끝으로, 이 책이 나오도록 녹음을 도와주신 회장 미카엘 형제님과 남소희 자매님, 원경자
자매님, 구혜숙 자매님에게 깊이 감사 드린다.
(2006년 12월, 나아욱실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