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강좌 55강
이번주 디카시 강좌에는 성환희 시인의 디카시집 <<저 혼자 피는 아이>> 수록 작품을 소개한다.
어디 가니?
나한테 물어봐도 잘 모르겠대
인용된 작품은 완보의 삶을 살아가면서 자아성찰을 통해 존재적 자각을 구가하고 있는 선(禪)디카시다. '인생은 여행'이라 하지 않았는가. 달팽이는 느리게 살아가더라도 방향성을 잃지 않는 통찰의 대가이다. 길을 가면서 사전에 약속을 하지 않는 한, 누굴 만날 지 아무도 모른다. 삶도 그러하다.
요양원에 사는 엄마
기린 목이 될 뻔했어야!
인용된 디지털영상에 등장하는 곰의 이미지를 '어머니'로 바라본 시각이 놀랍다. 곰의 고어는 '고마'이며, '고마'는 '어머니'를 상징한다. 디지털 영상 속에 등장하는 존재는 곰인데, 자연의 공간이 아닌 인위적 공간을 요양원에 비유한 것 자체가 현실을 바라보고 있는 시인의 시적 안목이 그대로 전해진다. 곰을 요양원의 어머니로 설정하고, 목이 빠지게 자식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구슬픈 노래가 들려온다.
너를 사랑한 시간
하나도 아깝지 않아
행복하지 않은 순간은 없었으니까
자연의 순환과 순리에 기인한 자연의 법칙은 누구에게나 적용된다. 그러나 그것을 온전하게 받아들이며, 이를 초월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삶이야말로 숭고하다 못해 거룩하다. 자식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으로부터 정인을 뜨겁게 사랑하는 연인의 마음, 상대를 믿음으로 끝까지 지키려는 벗의 마음까지 다양한 빛깔로 발현되고 있다.
짝사랑 1
부치지 못한 내 마음
길 위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당신을 좋아한다'는 마음을 전하기 어려워서, 쪽지를 접어 '오후 5시 얄개 떡볶이 집에서 만나고 싶다'고 전하던 옛 친구의 학창 시절이 떠오른다. 상대의 얼굴과 눈빛만 봐도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정도는 안다. 누군가 나를 간절하게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은 가슴 설레는 일이다. 평소 좋은 인상의 이미지를 가진 이였다면, 더더욱 그렇다. 속으로 흠모하는 상대에게 전하지 못한 쪽지가 길 위에 놓여져 있다면, 시인에겐 그것이 뜨거운 인간의 심장으로 보였을 것이다.
도전
보고 있니?
해 보렴! 너도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영영 아무것도 될 수 없는 거야
인용된 디지털영상은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도전의 이미지로 읽혀진다. 보통의 상식으로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세상에는 참으로 많다. 무게 중심을 잘 잡으면 모서리의 각도에서도 충분히 사물을 세울 수 있다는 과학적 진실을 선보이고 있다. 문제는 중심이다. 험난한 삶의 여정 속에서 중심 잡기가 그리 만만치 않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도전을 해보려는 강인한 의지가 엿보인다. 가령, 나이의 벽을 깨고 만학을 꿈꾸는 액티브 시니어가 그들이다.
성환희 디카시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아포리즘의 완결판'으로 명명할 수 있다. 짧은 5행 이하의 시적 언술 속에, 촌철살인의 시어가 탄산음료의 기포처럼 짜릿하게 전해진다.
-성환희(부산디카시인협회 부회장, 2000년《문학세계》시, 2002년《아동문예》동시 신인문학상, 제10회 울산작가상 등 다수 수상)
(끝)
--------------------------
디카시는 디지털 세상에서 영혼을 치유하는 디지털문학의 멀티종합언어이다. 디카시 패러다임을 적용할 줄 알면 세상을 디카시 소재로 바라보게 된다. 그만큼 디카시는 흡입력을 가진 매력의 산물이다.
디카시는 대한민국이 종주국이다. 해외 대학의 한국어학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일어난 K-디카시 열풍은 감동을 자아낸다. 디카시를 한글로 정확히 표현하는 외국 대학생의 모습을 통해 디카시의 파급력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디카시는 가장 짧은 한편의 영화다. 디카시는 디지털 세상을 수놓는 별이다. 또한 디카시는 세상에서 가장 짧은 1초 , 또는 3초 짜리 기획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디카시는 디지털 세상을 물들이는 또 다른 한 편의 감동 무비다.
[금주의 디카시]에는 이성숙 시인의 <세상 밖으로(치유문학상 덕목상)>을 소개한다.
#금주의디카시
세상 밖으로 / 이성숙
얼핏 보면 막다른 골목
머뭇거리지 말고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어느새
새로운 길 만나네
------
막다른 골목은 새로운 길을 향해 가는 에피퍼니의 순간이다. 현실 안주와 복지 부동에 대한 경고, 질타의 메시지가 숨겨져 있다. 또한 시인에게 있어 새로운 길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가는 도전의 길이다. 나아가 정체성을 회복하면서 굳건한 의지로 초월적 자아상을 그려내고 있는 행보이기도 하다.
시인은 삶의 균형 감각을 갖고 머뭇거리는 것 역시 허용하지 않는다. 이성숙 시인은 <세상 밖으로>라는 디지털제목 속에 원대한 포부와 이상을 견지하면서 끊임없이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특히 이성숙 시인의 <세상 밖으로>는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새로운 가치, 신인류의 철학적 사유가 묻어난다.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그러나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명언으로 마무리한다.
--------------------
"디카시는 SNS의 날개를 타고 빛보다 빠른 속도로 전달된다. 스마트폰이 켜져있을 때 디카시 박동소리 즉, 디카, 디카, 디카 소리가 들리면 디카시를 신앙처럼 여기는 우리 시대 진정한 디카시 심장을 가진 디카시인이다."
정유지(부산디카시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