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6시 40분 경남 마산시 신포동 중국음식점(계림정)의 문을 열던 이용순(53·여) 씨는 문 앞에 놓여 있던 검은색 비닐봉지를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봉지 안에 1000원, 5000원, 1만 원짜리 현금 180만 원과 450만 원이 입금된 통장, 도장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슴이 떨렸다. 봉지에선 생선 비린내가 진동했고 낡은 휴대전화가 이 씨의 눈에 들어왔다. 곧바로 이 씨의 마음이 진정됐다. 돈 주인이 분명 힘들게 사는 사람일 것으로 생각했다.
이 씨는 휴대전화에 가족의 전화번호가 저장돼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단축번호 1번을 눌렀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휴대전화 주인의 아들이었다. 잠시 후 80대 할머니가 이 씨의 가게로 달려왔다. 인근 마산어시장 노점에서 20년 넘게 생선좌판을 해온 김복래(81)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이 씨의 손을 잡고 “요즘처럼 힘든 때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할머니가 사례금을 주려고 했지만 이 씨는 한사코 거절했다. 할머니는 그 대신 사례금 30만 원을 이 씨가 봉사하고 있는 인근 무료급식소에 기부했다.
이 씨는 지난해 8월부터 매달 한 번씩 불우이웃 70여 명을 초대해 ‘사랑의 자장면’을 대접해 왔다. 이 씨는 “할머니에게 목숨처럼 소중했던 돈을 돌려주고 나니 너무 기뻐 내가 눈물이 날 정도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