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도 어느덧 2주도 채 남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도 끝났으니 그야말로 연말정산이다, 송년회다, 연말휴가다 하며 바쁠 것을 생각하니 아찔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새해가 실감도 나고 설레기도 한다.
2007년은 세계 남자 테니스 계에도 주목할 만한 사건들이 많이 터진 한 해였다. 2008년에도 더욱 흥미로운 테니스 무대가 펼쳐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ATP의 그렉 샤르코와 홈페이지 관리자 폴 맥퍼슨이 정리한 ‘2007년 헤드라인 10선’을 준비했다.
1. 페더러, 4대 그랜드슬램 결승전 모두 뛰었다!희대의 플레이어 로저 페더러(스위스)는 올해 4대 그랜드슬램 결승전에 모두 진출하며 테니스 황제임을 과시했다. 비록 프랑스오픈에서 라파엘 나달(스페인)에게 패해 무관의 제왕 기록을 이어갔지만 통산 12개의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획득하면서 최고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2005년 윔블던부터 연속해서 10번이나 그랜드슬램 결승전을 뛰었던 페더러는 올해 윔블던에서 5연패를 이뤘고, US오픈에서는 4년 연속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2. 날반디안, 세계 1,2위 선수 2번이나 격파아르헨티나 최고의 선수 다비드 날반디안이 올해에만 세계 1,2위의 페더러와 나달을 같은 대회에서 두번씩 꺾으면서 테니스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마드리드와 파리 마스터스에서 두 선수를 격파한 날반디안은 대회 타이틀까지 거머쥐는 행운까지 누렸다.
날반디안은 시드도 받지 않고 출전한 두 대회에서 톱 10 선수 6명을 모두 격파했으며 더욱이 마드리드에서는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까지 꺾어 1,2,3위를 모두 제압한 선수로 명성을 남겼다.
날반디안이 페더러와 나달을 이기기 전까지 거둔 최고 성적은 바르셀로나 오픈에서의 8강이었다. 때문에 페더러는 “도대체 다비드는 이전까지 어디서 뭘했던거지?!”라며 농담을 했을 정도.
3. 천의 체력, 이스너신장 2m5를 자랑하는 존 이스너(미국)가 생애 두번째로 출전한 ATP 투어대회인 레그마슨 클래식에서 무려 5번이나 풀세트 타이브레이크를 이겨내며 결승까지 진출해 화제를 모았다.
64드로로 펼쳐진 이 대회에서 이스너는 팀 헨만(영국), 벤야민 베커, 토미 하스(이상 독일) 등을 꺾고 5승을 거두는 동안 모든 경기를 풀세트로 뛰었으며 하스와의 8강을 제외하고는 모두 역전승을 거두면서 기적의 사나이로 불려지기도 했다.
비록 결승에서 앤디 로딕(미국)에게 4-6 6-7(4)로 패했지만 마지막 싸움까지도 타이브레이크로 이어지는 명장면도 연출했다.
4. 나달, 롤랑가로스 세번째 주인 등극나달이 프랑스오픈에 첫 출전한 게 2005년이다. 당시 프랑스오픈 데뷔전에서 19살 나이로 우승까지 차지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나달이 어느덧 올해까지 3연패를 이뤘다.
21살 자신의 생일선물로 프랑스오픈 세번째 우승컵을 받은 나달은 테니스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에 대회 3연패를 이룬 선수로 기록되었다. 롤랑가로스에서 전적 21승0패를 거두고 있는 나달, 2008년에도 클레이 강자로 아성을 다질 수 있을지 기대된다.
5. 톱3 제압한 조코비치세르비아의 전사 노박 조코비치가 1994년 보리스 베커 이후 처음으로 같은 대회에서 세계랭킹 1,2,3위를 꺾은 인물로 등극했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로저스 마스터스에서 3위 로딕을 8강에서, 2위 나달은 4강에서, 그리고 페더러는 결승에서 격파하면서 우승까지 거머쥔 것이다. 이로써 조코비치는 마이애미에 이어 자신의 두번째 ATP 마스터스 시리즈 타이틀을 획득하게 되었다.
6. 미스터 포핸드, 첫 그랜드슬램 결승 진출남미의 테니스 황제 페르난도 곤잘레스(칠레)가 생애 최초로 호주오픈 결승에 진출하면서 영웅부활을 알렸다.
곤잘레스는 호주오픈에서 거둔 6승 동안 총 307개의 위너를 기록했으며 준결승에서 하스를 6-1 6-3 6-1로 단숨에 꺾고 결승에 올랐다.
비록 페더러에게 패해 첫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가져오진 못했지만 최고의 기량을 선보인 대회임에 틀림없다.
7. ‘닥터 이보’, 서브의 제왕빅서버 이보 카를로비치(크로아티아)가 ATP가 발표한 ‘베스트 서브랭킹’에서 94%의 최고 승률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서비스에이스를 무려 1318개나 기록했는데 이는 고란 이바니세비치가 1996년에 기록했던 1477개에 이은 두번째 기록이다.
또한 카를로비치의 첫서브 포인트 획득률은 84%, 브레이크 위기를 지킨 것은 75%나 된다. 올해 카를로비치는 이 같은 선전으로 각각 다른 코트에서 3개의 ATP 타이틀을 거머쥐었으며 자신의 최고랭킹인 22위로 연말랭킹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8. 쿠에리, 한경기 최다 에이스 작렬미국의 기대주 샘 쿠에리가 ‘선배’ 제임스 블레이크(미국)를 상대로 최고의 기록을 세웠다. 다름아닌 RCA 챔피언십 8강에서 서비스에이스를 연속 10개나 내뿜어 총 34개로 승리를 거둔 것이다.
신장 198cm의 장신을 자랑하는 쿠에리는 첫세트 타이브레이크 상황, 자신의 마지막 서비스게임에서 10번째 에이스를 작렬하며 선취에 성공했다.
2세트 때는 2, 4번째 자신의 게임에서 연속 4개씩을 터뜨려 러브게임을 가져갔으며 6번째 게임에서 마침내 10번째 에이스를 기록했다. 비록 다음 포인트에서 더블폴트를 범했으나 바로 11번째 에이스를 터뜨려 2세트에만 서비스포인트 12개를 챙겼다.
9. 브라이언 형제, 1996년 이후 최다 타이틀3시즌 연속 세계 복식랭킹 1위를 자랑하는 밥과 마이클 브라이언 형제(미국)가 올해 최다 타이틀을 획득하면서 전성기를 두 배로 보냈다. 전적은 77승9패로 올해에만 11개의 우승을 차지해 총 44개의 우승을 거둔 것.
덕분에 브라이언 형제는 한 시즌에 10개 이상의 타이틀을 거둔 두번째 팀으로 등극했는데 이는 호주의 토드 우드브리지와 마크 우드포드가 1996년에 기록한 12개가 최초 기록이다.
10. 로딕, “절대 지지 않아!” 연말랭킹을 6위로 마무리하는 로딕이 약 5개월 동안 타이브레이크에서 ‘절대 지지 않는’ 기록을 세웠다. 로딕은 2월 멤피스 대회부터 6월 윔블던까지 연속 18개의 타이브레이크 게임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으며 ‘끈질긴’ 모습을 자랑했다.
그 중에서도 윔블던 8강에서 리차드 가스케(프랑스)를 상대로 0-2로 뒤쳐지다가 두번의 타이브레이크를 모두 따내 4-6 4-6 7-6(2) 7-6(3) 8-6으로 승리로 이끌었던 경기가 가장 극적이었다.
이 밖에도 기예르모 카나스(아르헨티나)가 페더러를 2번이나 꺾고 무려 128계단이 껑충 뛰어 톱 20에 진입한 사건도 눈에 띈다. 또한 스티브 다르키스(벨기에)가 ATP 무대 예선전을 통과해 자신의 최초의 타이틀까지 획득한 일, 페더러의 200주 연속 1위 유지 기록, 랭킹 밖으로 떨어졌던 니콜라스 키퍼(독일)가 부상을 극복하고 49위까지 오른 일 등이 화제의 사건으로 주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