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산의 알기 쉬운 주역
ㅡ 물 불 풀
◆ 감위수坎爲水(29), 리위화離爲火(30)
인간이 다른 생물체와 구별되는 특징 가운데 하나가 언어와 문자를 사용하여 소통한다는 점이다. 또 각 나라의 문화는 언어와 문자에 큰 영향을 받는다. 우리는 고유의 말과 문자를 가지고 있다. 그만큼 우리 한국문화는 독특한 고유성을 지닌다. 특히 한글은 그 과학성과 우수성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의 독창적 우수성과 과학성을 발견한 세계의 언어학자들은 모두가 커다란 경탄을 드러낸다.
영어의 알파벳은 26자로 수백 개의 소리를 표현할 뿐이지만 한글은 24자로 1만 개 이상의 소리를 표현할 수 있다. 한글은 과학적일 뿐만 아니라 철학을 담고 있다. 하늘, 땅, 사람이라는 천지인을 본떠 모음을 만들고 발음기관의 모습을 따라 자음을 만들면서 음양과 오행을 기본으로 하였다. 자음의 소리는 3단계로 발전한다. 스 즈 츠, 므 브 프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3단계는 삶잠참, 물불풀, 이렇게 변증법적 발전 단계로 풀이해 볼 수 있다. 삶이 무르익으면 잠이 되고 잠이 터지면 참이 된다. 삶과 잠, 또는 물과 불을 모순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또 물에서 불이 나오고 불에서 물이 나온다. 촛불을 켜면 촛물이 흘러내린다. 불과 물이 함께 있는데 그 성질이 서로 상극이다. 불은 올라가고 물은 내려간다. 물이 있으면 불이 사라지고 불이 있으면 물이 사라진다. 물과 불이 서로 모순되는 이런 상황을 상극이라 한다. 그런데 이런 상극相克을 풀어서 물과 불이 윈윈(win-win)하도록 새로운 길을 창조하여 서로 돕는 그런 상생相生의 지혜로 살아가는 것이 생명이다.
사실 인간이 찾는 모든 지혜가 그것이다. 사람이 요리할 때 물과 불을 이용하여 새로운 맛을 낸다. 물과 불을 이용하여 밥을 지으면 쌀이 변하여 맛있는 밥이 된다. 인간만 아니라 자연의 지혜도 그것이다. 모든 풀과 나무도 땅의 물과 태양의 불을 이용하여 광합성으로 녹말을 만들어 낸다. 물과 불을 이용하여 초목들이 만든 요리를 우리들이 먹고사는 것이다.
감坎괘는 물이고 이離괘는 불이다. 물은 빠진다는 뜻이 있고 위험하다는 뜻이 있다. 불은 붙는다는 뜻이 있고 걸린다, 그리고 빛난다는 뜻도 있다. 일상에서 날마다 쓰는 것이 물과 불이라 물과 불이 없으면 하루도 살 수가 없다. 그런데 물에 빠지면 수재가 되고 불에 타면 화재다. 물과 불을 잘못 다루면 재난을 당한다. 우리에게 물은 무엇이고 불은 무엇인가? 물은 경제문제요 불은 정치문제다. 초목들이 물과 불을 이용하여 동물들을 살리듯 사람은 물과 불을 이용하여 만물을 살리는 그 상생의 지혜를 얻어야 할 것이다. 우리에게 물은 무엇이며 불은 또 무엇인가? 물은 자본주의요 불은 공산주의다. 물과 불의 상극을 어떻게 상생의 관계로 만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