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루의 지리산 둘레길 기행, 제10구간 <위태 ↔ 하동호> 걷기
지리산 자락 북쪽 남원을 시작으로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는 지리산 둘레길, 그 열 번째인 위태-하동호 구간은 천왕봉
남쪽 하동군에 위치한다. 지리산이 남쪽 하동 쪽으로 뻗은 대표적인 산줄기는 낙남정맥(洛南正脈)과 삼신 지맥(三神
枝脈)이다. 이중 낙남정맥은 그 동쪽과 서쪽으로 낙동강과 섬진강의 물길을 가른다. 남원시 운봉, 함양군, 산청군을
에돌며 지리산 자락 반 바퀴를 돌아간 트레일은 제10구간부터는 다시 하동군 북부에 위치한 능선들을 에돌아 타 넘
으며 차츰 전남 구례 쪽으로 이어진다.
지난 2월 5일, 10코스 들머리가 있는 위태리를 찾았다. 산청군과 경계인 중태재 바로 아래에 있는 위태는 지리산 둘
레길로 치면 바로 하동군 초입 마을이다. 하동(河東)은 섬진강의 동쪽에 있다 하여 일컫는 지명이지만 실은 경상남
도 가장 서쪽에 있는 고을이다. 지난 9구간에 이어 3주 만에 다시 찾은 오전 11시의 위태 마을은 영하 13℃의 서울
아침과 달리 남쪽 지방답게 날씨는 한결 부드러웠으나 다만 이따금 씩 부는 산바람이 냉랭해 귓불이 얼얼했다. 궁
항리로 가는 길은 처음부터 가파른 산 넘이 길이다. 주산(813m) 자락의 해발 500m의 지네재를 넘어 오지 협곡의
오율 마을을, 다시 몇 줄기의 산고개를 에돌아 넘어 궁항마을을 찾았다. 지도에도 표기되지 않는 마을은 호계천 상
류에 제법 큰 원곡(圓谷)을 이룬 산촌으로 1014번 지방도로가 마을 앞을 지나고 있었다. 그리고 개천 건너 얕은 언
덕에는 양이 터 마을이 마주하고 있다. 둘레길이 아니면 가 볼 수 없는 곳, 산촌 마을은 세한의 햇살을 받으며 마냥
한가롭게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양이터재에 올랐다. 하동군 옥종면과 청암면 경계 어름이며, 하동호로 가는 길에 넘어야 할 낙남정맥 마루금 고개다.
지리산 주능선 영신봉(靈神峰. 1652m)에서 남쪽으로 갈래 친 이 정맥은 낙동강과 섬진강의 수계를 가르며 하동, 진
주, 마산, 창원을 거치며 동진해 낙동강 하류 김해에서 그 맥을 다하는 232km의 산줄기다. 쉼터를 갖춘 양이터재(-
- -嶺)는 고갯마루가 넉넉하고, 정맥 길로 이어지는 양쪽 마루금 들머리에는 길을 막아놓고 있었다. 혹자는 지리산
을 두고 오랜 옛적부터 사람들의 한과 슬픔을 함께 해 왔다고 했다. 핍박받고, 가난하고, 쫓기는 사람, 제 각기 사연
을 안고 숨어드는 생명들을 언제나 넓은 품으로 감싸 안아 왔다고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지리산은 먹고살 만한
사람들에 의해 신음하고 생채기를 낼만큼 많은 이들이 찾고 또 찾는다. 필자도 그중의 한 사람, 지리산의 연봉들을
오르고, 천왕봉에서 서북능선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따라 걷고도 모자라, 이제 다시 둘레길까지 찾아 걷는다.
미안한 마음에 산길은 찾을 때마다 조심조심 걷는다. 산도 휴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국립공원 곳곳엔 지금 휴식년
제를 시행하며 일부 등산로를 폐쇄하고 있다. 지리산도 마찬가지다. 고갯마루를 넘나드는 세한 바람 비록 차지만,
먼 길의 노독과 체열을 식히며 한참을 쉬어 넘는다.
하동호를 찾았다. 하동군 청암면 평촌리, 중이리, 상이리에 걸쳐 있는 호수는 횡천강 물길을 막은 하동댐에 실린
인공호수다. 지리산 삼신봉을 발원해 청학동을 내린 물길이 이루는 횡천강은 서쪽 삼신 지맥과 동쪽 낙남정맥 사
이를 따라 흘러 하동포구 섬진강에 이르는 작은 강이다. 시린 하늘을 담은 호수는 푸르다 못해 검푸르고 넓은 수
면은 쉼 없는 골바람에 연신 잔물결을 피워내니, 가장자리 수려한 풍경을 담는 반영이 피지 않아 조금 아쉽다. 하
동호 표지석 옆에 세운 망향(望鄕)의 문(門)이 눈길을 끌었다. 이십여 년 전 이 댐이 생기기 전, 강변을 따라 살았
던 마을들이 수몰되고, 마을을 떠난 실향민들의 향수를 달래는 문이다. 문앞에 서서 그들의 허전한 마음들을 그
려 보았다.
촬영, 20223, 02, 05.
▼ 하동군 옥종면 위태리, 지리산 둘레길 제10구간 들머리
▼10구간 <위태 ↔ 하동호 >트레일- 1
▼10구간 트레일- 2
▼위태 마을
▼지네재를 오르며 뒤돌아 본 위태 마을
▼지네재 가는 길
▼해발 500m 지네재
▼오율 마을 뒤
▼오율 마을 - 1
▼오율마을 - 2
▼ 오류마을 뒷고개 가는 길
▼ 뒤돌아 본 오률마을
▼오율 마을과 궁항리로 가는 산 넘이 길
▼ 고갯길에 만나 반달곰 출몰지역 주의 현수막
▼ 옥종면 궁항리
▼궁항리 마을길
▼궁항마을 회관
▼궁항리 양이터 마을 조망
▼양이 터에서 본 궁항마을
▼양이터 마을 길
▼양이터에서 본 주산
▼낙남정맥 양이터재
▼ 하동 창암면 상이리
▼우천 시 우회길(임도)과 트레일 갈림길
▼상이리 죽림
▼우회길 종료지점
▼ 상이리 대숲 길
▼ 상이리 본촌마을
▼하동호 상류, 지리산 청학동 가는 길
▼하동호 필자 인증
▼하동호 소수력발전소와 횡천강
▼ 하동 청암면 평촌리, 하동호 수몰지구 망향의 문
▼망향의 문에서 바라본 하동호
첫댓글 오율마을에서 궁항마을로 가는 고개이름을 찾지 못했는데
몽중루님의 후기에서도 이름이 없군요.
고갯마루가 길게 이어져 원래 이름이 없는 듯 합 니다.
다음 코스에서 뵙겠습니다.
네, 선배님 감사합니다.
사실 이번 10구간 트레킹 때 '오대사지'(백궁선원)가 있었던 걸 몰랐습니다.
양이터 재의 현판을 보고 뒤늦게 알게되어 아쉬움 남았었지요.
덕천 산천재에 계시던 남명 선생이 제자들과 함께 유산길에 가끔 들렀다는데
길가에 안내판 하나 없었으니 그냥 지나쳤지요.
오율마을에서 궁항마을까지의 고갯길 이름은
찾아 봐도 없었습니다.
늘 건안하시고
담음 산행 때 뵙겠습니다.
@몽중루 이 사진에서 좌틀하셨는데~
정면 직진 길이(정면에 보임) 백궁선원이 있으나
들어오지 말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었습니다!!
@윤홍주 감사합니다.
지도를 보면 백궁선원은 오율마을을 지나 궁항마을로 가는 쪽에 있는데
이곳이면 오율마을 입구 뒷쪽이니
지도 상의 표기조차 오류가 있었었네요.
늘 건안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