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을 걸렀다. 전날 일웅씨가 팀원들에게 저녁으로 산 양,대창이 그 이튿날까지 든든하게 버티고 있었다. 일웅씨는 30여만 원의 저녁 식비를 지출했다. 단지 일웅씨 집 가까운 한체대에서 재능기부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 단순히 고맙다는 말로만은 부족하다. 미안하고 고마운, 늘 든든한 우리 팀의 큰형이다.
사진 강의를 들으러 가기 전, 이른 아침에 관악산을 갔다. 전날 내린 비로 천지가 촉촉했다. 잣나무 숲 사이를 걸었다. 우울증에 시달렸던 베토벤은 비가 내리는 날에도 걸었다고 한다. 걸으면 새로운 착상이 떠올랐다던 베에토벤의 지혜를 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천천히 걸으면서 전날 한국체대 재능기부를 마치고 안과장님을 모시고 비트로 팀원들과 의견을 나눈 안건들을 차분하게 되새김해 보았다.
그동안 비트로 팀은 김태영과장님이 담당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4년 비트로 팀원이 재구성 되고 올 3월부터 담당자가 바뀌어 지금은 안희동 과장님이 맡고 계신다. 담당자가 바뀌니 2013년 말까지 함께 논의되었던 내용들은 3개월 동안 다시 거론되지 않았다.
그 첫 번째가 비트로 팀원들의 지원금을 올려 달라는 요청이다. 지난 3월 비트로 팀원들이 비트로 본사를 방문했을 당시 이 회장님을 접견하는 자리에서도 발언을 한 내용이다. 그리고 비트로팀을 담당했던 김 과장님께서 올 연말 안에 어떤 루트로든 올려 주실 것이라고 했다. 요넥스팀이나 아식스팀이나 헤드팀에 비교해서 턱없이 부족한 것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비트로 용품들이 예전에 비해 많이 올랐으니 우리 팀원들의 지원금도 같이 올라야 신상품들을 제대로 갖춰 입을 수 있다는 전제다. 단순히 다른 팀들이 연간 700만원, 연간 500만원, 연간 400만원이라는 지원금을 받으니 그에 맞춰 달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 부분에 대해 안과장님께서는 간단히 답변을 했다. 요즘 지원하는 곳이 많아서..베드민턴쪽도 그렇고 여기저기 부담이 많다고 하셨다. 하지만 비트로 팀원들은 기타 비트로에서 지원하고 있는 다른 팀원들과 비교를 해서는 안 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비트로 팀이라고 다 같은 비트로 팀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야말로 슈퍼프레미엄 골드 팀이다. 우리 스스로 비트로 팀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그에 걸맞은 노력과 봉사를 매 달 해 가고 있는 팀이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지고 사는 팀원들이 재능기부 하는 날이면 하루 일을 미루고 달려와 열심히 한다. 본사에 잘 보이기 위해서 작위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론적으로 비트로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홍보하는 그 가치는 돈으로 환산이 안 된다. 일 년 내내 미디어에 광고를 해도 대학생들 가슴에 비트로라는 단어는 새길 수 없지만 우리는 다르다. 직접 그들의 손을 잡고 눈을 보면서 그들과 소통을 하면서 테니스를 가르친다. 그래서 그 대학생들은 비트로가 무엇인지도 알고 비트로 팀원들의 봉사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감동을 받는다. 세상에 감동만큼 긴 여운을 주는 것은 없다. 고로 나는 비트로 팀을 이끄는 팀장으로써 안과장님께 다시는 지원금을 올려달라는 요청을 반복하지 않도록 이번에 제대로 인상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두 번째는 그간 재능기부를 했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회다. 작년 연말에 대학생 대회를 하는 것이 어떠냐는 안건이 나왔고 대충 어떻게 하면 좋은지 구상을 했었다. 그리고 담당 과장이 바뀌면서 이에 대해 더 이상 언급이 없어 아예 대회를 안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5월 재능기부에 참석한 안과장님께서 대학생 초청대회를 9월에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팀원들은 이미 대회를 준비하기에는 시기적으로 늦었으니 제대로 갖춰 내년에 하자는 의견들이 많았다. 그래도 한 번 시도해 보면 좋겠다는 안과장님의 의견을 받아들여 그 이후 물밑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매우 번잡한 시간이었다. 그것은 오로지 내 몫이었다.
제일 중요한 테니스코트를 예약하기 위해 목동코트 부천코트 왕숙코트를 알아보았다. 9월은 이미 다 예약이 끝난 상태여서 10월 12일 둘째 주 일요일 목동코트로 예약을 마쳤다. 그리고 총 15개의 대학동아리 회장들을 초대해 공동 카톡으로 의견을 나누었다. 회장들은 동아리 회원들과 협의를 해 답변을 올렸다. 축제와 중간고사가 주로 10월 중순부터니 10월 12일은 무난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리고 대충 예산을 짜서 자료를 비트로팀 공지사항에 올렸다.
안과장님께서 준비해 오신 답변은 간단했다. 상품 규모를 줄여 비트로팀에서 대학생들을 초청해서 친선 경기 식으로 가볍게 하고 내년에 비트로에서 대대적으로 크게 하는 것이 어떠냐였다. 그렇지 않으면 올해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화가 났다. 폭발을 했다. 내가 동아리 회장들을 상대로 장난한 것도 아니고 그간 재능기부로 좋은 이미지를 심어왔던 것이 일순간에 날아가게 생긴 상황이었다. 나는 대학 동아리 회장들에게 참가비 없이 상품도 있다는 것만 말해 놓은 상태지만 최악의 경우, 대회를 치르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말을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우스운 꼴이 될 상황이었다. 언성도 높였다. 사람 우스워지는 것은 순간이었다. 안과장님이 무슨 죄가 있겠느냐마는 참을 수가 없었다.
올해 대회를 안하면 내년에도 대회를 못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끝으로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뚫고 집에 왔다. 밤 열두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자리에 누웠지만 저녁내내 팀원들이 하던 대화내용이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대회 한 번 치르기 위해서는 팀원들이 얼마나 노력하고 수고해야 하는지..본사 측에서 거듭 부탁을 해도 부족할 상황인데 모양새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듯 하다던.. 팀원들도 모두 바쁘고 고부가가치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하던..이런말 저런말을 더듬다 새벽을 맞았다. 앞으로 대회가 어떻게 되어가든 내가 걱정한다고 해서 결과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선에서 많은 대회를 치러본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써 이번에 첫 번째 시도한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대회가 미치는 파장이 크다는 것. 잊어서는 안될 일이다. 팀원들에게 매우 미안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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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0일 한국체대 재능기부 하기로 되어 있던 날, 오후 세시부터 팀원들은 올림픽 코트에 모여서 운동하기로 예약이 되어 있었다. 한체대는 실외코트가 없고 실내코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 팀원들에게 재능기부 하기 전에 코트를 내 줄 수 없다고 해서다. 한체대에 인접한 올림픽 코트를 일웅씨가 예약했고 빨리 올 수 있는 여건이 되는 팀원들만 모여서 운동을 했다. 중간에 갑자기 내린 소나기로 운동은 못했다고 했다. 나는 화곡에 참석하고 역삼점에 들러 지원품을 받아서 다섯시 반 경 한국체대 코트에 도착했다. 모든 팀원들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좁은 코트에서 학생 40명이 넘는 숫자를 감당하고 송파의 양곱창을 전문으로 하는 집으로 이동했다. 고소한 뒷맛이 오래갔다. 그 이후 찻집으로 이동, 순규씨의 우승축하 파티를 했고 안과장님께서 2차 커피값을 지불하셨다. 또 이병원 대리님께서 오셔서 한체대 동아리 회장에게 선물을 챙겨 주셨다.
아래는 윤해경 총무가 쓴 총무일지. 6월10일 (화) 한국체육대학교 재능기부 참가자 : 송선순팀장님 안희동과장님 이병원대리님 김일웅 이순규 장재혁 정진화 고용민 강희순 김서희 윤해경 김여희 모두 애쓰셨습니다.
찬조내역 - 이순규 우승찬조5만원 김일웅 30만원상당 저녁맛있는곱창찬조
이병원대리-한체대 동아리 회장에게 소정의 선물 증정 안희동과장님 저녁후커피 각자 주차료4000원과. 코트로 7000원(김일웅) 강희순 오미자차 부침 팀장님
윤해경 볼2개 지출 - 케익 3만원 수박13000원 빵 김밥 13800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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