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작문의 전설 E.B. White가 우리에게 주는 도움
영작문의 전설 E.B. White (1899 - 1985)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책으로 선정된 Charlotte's Web의 저자 E.B. White
벌써 15년 전의 일입니다. 2000년을 맞이하기 직전에 미국 Publishers Weekly가 도서관 사서들, 교육자들, 출판인들, 작가들을 대상으로 "지금까지 미국에서 출간된 모든 어린이 책들 중에서 어느 것이 가장 뛰어났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설문 조사를 했었습니다. 이때 1위로 뽑힌 책이 E.B. White의 "Charlotte's Web"였고, 이 사실은 당시 뉴스 매체들을 통해서 널리 알려졌었지요. Charlotte's Web은 초등학교 4~5학년들에서부터 어른들에 이르기까지 지금도 많이 즐겨 읽는 이야기입니다. E.B. White (1899-1985)는 미국의 독보적인 교양 주간지 The New Yorker에서 50년간 대표적인 필자로 활약했으며 미국인들에게는 전설적인 수필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소개하고자 하는 또 하나의 저서 "The Elements of Style"은 미국의 고등학생에서부터 대학 교수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영작문의 바이블"로 일컫는 책입니다. 우리말로 번역해서 "표현법 요강"이라고 부르면 알맞을 듯한데, 이 책을 집필한 두 공저자 중의 한 사람이 바로 White였습니다. 또 다른 저자는 William Strunk, Jr.라는 대학 교수로 White가 코넬 대학에 입학한 후에 만난 은사였지요. Strunk교수가 타계한 후 White가 책의 내용을 늘이면서 첫 개정판을 낸 것이 1959년의 일입니다. 그 뒤로 세 번에 걸쳐서 개정판이 나왔는데도 우리나라 대학의 영문학도들에게마저 이 책이 생소하다는 사실은 한국의 영어교육 과정에서 영작문 분야가 얼마나 뒤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증거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영작문의 경전" The Elements of Style은 어떤 책인가?
The Elements of Style은 100쪽 밖에 되지 않는 포켓 사이즈 책으로, 그 안에 정리되어 있는 영어 표현법은 아무도 반박할 수 없는 철칙으로 여겨질 만큼 큰 권위를 인정받고 있어서 모든 영문법 참고서의 교본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 수록된 내용은 간단하나마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제 1장은 관용법의 기본 규칙을 여러 가지 예문들과 함께 열거하고 있는데, Apostrophe S의 사용법과 예외 규정들, Comma가 사용되는 여러 가지 상황, Colon이나 Dash 사용법, 분사구문 사용법, 등에 대한 설명이 간략하게 소개되고 다양한 예문들이 그 이해를 돕습니다.
제 2장은 영작문의 기본 원리에 관하여 설명합니다. 첫 번째로 강조하고 있는 것은 글의 형식을 먼저 정하고 쓰기 시작하라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글의 기본 구성요소는 문장이 아니고 문단이라는 것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 다음 제시하고 있는 원리는 "수동형 문장을 쓰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 한인들에게 특히 생소한 원리이지만 미국의 모든 문필가들과 언론인들이 이를 존중하고 있지요. 이 밖에도 "Not를 가급적 쓰지 말라"는 등, 여덟 가지 원리들이 더 소개되어 있습니다.
제 3장은 문장 안에서 지켜야 하는 몇 가지 사소한 형식과 규칙들, 예를 들면 괄호나 따옴표의 사용에 관련된 관용법에 관해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제 4장은 흔히 잘못 사용되는 단어와 표현에 관하여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습니다.
제5장은 White가 마지막 개정판에 첨부한 부분인데, 글 쓰는 전문직에 있는 사람들에게 특히 사랑 받는 부분입니다. 예를 들면 "글 쓰는 사람 자신은 배경에 놓아라." "형용사나 부사는 가능한 한 사용하지 마라."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지 마라." "사족을 달지 마라." 등 21가지의 영작문 표현 지침이 상세한 예와 함께 쉽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영작문의 경전으로 일컬어지는 이 The Elements of Style은 미국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물론이고, 최근 영문 에세이 쓰기가 중요한 기능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 열거된 비결들을 단순히 기억하는 것만으로는 실용성이 없습니다. 그 지침들을 완전한 문장 안에서 감각적으로 소화해야 글을 쓸 때에 비로소 나의 것으로 재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범한 영작문 실력을 갖췄던 이이들의 비밀
여기서 잠시 Charlotte's Web로 이야기의 초점을 다시 옮겨서, 미국에 사는 우리 교민 2세, 3세 중에 비범한 영작문 실력으로 학교 선생님들을 감탄하게 했던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이 아이들의 특이한 공통점은 어느 책이든지 마음에 들면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 습관이 있다는 것이었는데, 그 목록에는 언제나 이 Charlotte's Web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개중에는 이 책을 서른 번도 넘게 읽어서 제본이 풀어지고 표지가 떨어져 나가서 테이프로 겹겹이 붙여서 들고 다니던 아이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여러 번 읽었다면 아마도 그 책을 거의 다 외울 정도였겠지요. 그런데 그렇게 반복리딩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의 영어 감각 안에 세기의 베스트셀러에 사용된 결함(缺陷)없는 표현이 각인 되었으니, 이 아이들의 수려한 문장표현에 선생님들이 경탄하신 것도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가지 아이러니는 이 아이들이 왜 남달리 그렇게 뛰어난 문장력을 갖추게 되었는지 정작 본인들과 그 부모들은 이유를 모르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반복리딩이 영어 구사력의 신장에 큰 도움을 준다는 증거는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느라 고전하고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영어권에서 자랐고 책을 많이 읽은 원어민들 중에서도 자주 발견됩니다.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 중에서 쓰기에 해당하는 영작문만큼 그 사람의 영어 실력을 샅샅이 잘 보여주는 기능은 없습니다. 영어를 주로 문제집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우리나라에서는 영작문이라 하면 기껏해야 우리말로 쓰여진 문장 한둘을 영어로 번역하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소위 "세계화" 추세에 떠밀려서 이제는 영작문의 정규 교육과정을 건너 뛸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영작문을 위한 기교는 무작정 열심히 가르치고 배운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영어의 고유감각을 갖춘 사람들에게만 그 활용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초적인 감각훈련 과정이 결여된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이 갑작스럽게 낙제 성적표를 받아들고 안절부절해 하는 모습은 충분히 예견되었던 일입니다. 우리나라는 앞으로 당분간 영어의 고유감각 습득의 중요성은 무시한 채 쓸모없는 지식전이형 또는 문제풀이식 영어 교육의 혼란상을 지속시켜가겠지요.
뛰어난 영작문 능력을 위한 훈련 방법
영작문은, 그걸 문자로 하거나 입으로 하거나, 영어 교육의 마지막 결산이며 우리나라 영어교육을 총제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금석입니다. 현재로서는 우리나라의 영어교육 방식이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우리가 개인별로 사용할 수 있는 해결책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좋은 글을 만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것을 완전히 이해하고 난 다음에, 여러 차례 입으로 읽어서 자신의 감각으로 만드는 습관을 키우면, 영어의 모든 기본 기능이 나날이 발전하고 머지않아 목표에 도달할 수 있게 됩니다. 나이가 어린 학생들을 위해서는 부모님들이 함께 Charlotte's Web를 제 1장부터 차례로 암송하는 대회를 열어주는 것도 좋겠고, 성인들은 좋은 에세이를 선정해서 암송하는 동호인 모임을 만드는 것도 좋겠습니다. 특히 Charlotte's Web는 White가 자신의 음성으로 직접 읽어주는 오디오 북도 인터넷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귀로 듣는 동시에 입으로 따라 하면 영어의 네 가지 기능을 동시에 익히면서 정확한 발음으로 암송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요. ♣
(다음 회에 게시될 글 "연례행사가 된 SAT 부정행위, 무엇이 문제인가" 에서는 우리나라 대학입학 시험에 얽힌 부정행위의 근대사를 재조명하고 국가의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추락시키는 SAT 부정 행위 사태가 최근 끊임없이 반복되는 원인을 파헤치고 몇 가지 해결 방안을 건의해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