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땀 흘려 일하는 삶의 소중함
옛날 어느 마을에 게으름뱅이가 살았다. 게으름뱅이가 하루 종일 하는 일이라곤 밥 먹고 뒹굴거리고 낮잠 자는 일뿐이었다. 보다 못한 아내가 잔소리를 하자 게으름뱅이는 집을 나와 소머리탈을 만드는 한 노인을 만난다. 그리고 소머리탈을 쓰면 일하지 않고 편하게 살 수 있다는 노인의 말을 듣고 소머리탈을 머리에 쓰게 된다. 그런데 이걸 어째, 게으름뱅이가 소로 변해 버렸지 뭔가! 말을 하려고 해도 음매 음매 울음소리만 나올 뿐이다. 소가 된 게으름뱅이는 장터에서 농부에게 팔려 가 새벽부터 밤까지 쉴 새 없이 일을 한다. 게으름뱅이는 너무 힘들어서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무를 먹으면 죽는다고 했던 노인의 말이 생각난다. 무밭으로 달려가 무를 뜯어 먹자 게으름뱅이는 다시 사람으로 변했다. 집으로 돌아온 게으름뱅이는 부지런한 사람이 되어서 아내와 함께 오래오래 잘 살았다.
김기택 작가는 게으름을 피우다 소가 된 사람이 스스로 뉘우치는 과정을 거쳐 새 삶을 얻게 되기까지 상황과 심리 변화를 생생하게 묘사했다. 밀도 높고 긴장감 있는 전개는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하고, 마치 게으름뱅이의 입장에 처한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또한 해학적으로 풀어서 열심히 일하라고 하거나 부지런하라고 직접 말하지 않고 아이들이 스스로 땀 흘려 일하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고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소가 된 사람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대한민국 전역에 분포하는 옛이야기로, 경기도 용인에는 소가 되어 고개를 넘던 게으름뱅이의 울음소리에서 유래하여 ‘우명동’이라 부르는 지역이 있었다.
■ 해학적 재미를 강조한 과장된 캐릭터와 과감한 구성
아크릴 물감과 콜라주 기법을 사용하여 묵직하고 깊은 느낌을 주는 그림은 마치 미술관에 걸린 그림을 보는 듯하다. 캐릭터를 굵은 선과 큰 눈, 짙은 피부색으로 과장되게 표현하고 과감하게 장면을 구성하여 전래동화 특유의 해학적 재미를 더했다. 또한 장면 곳곳에 여러 가지 이야기 장치를 숨겨 놓은 것도 돋보인다. 게으름뱅이가 같은 상황을 겪으며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는 과정을 표현하기 위해 소가 되기 전 게으름뱅이가 등장하는 장면과 소가 된 게으름뱅이가 등장하는 장면이 대구를 이루도록 구성했다. 게으름뱅이의 변화 뒤에는 묵묵히 지켜봐 주고 오래도록 기다려 준 아내의 사랑이 있었다는 것을 전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도 엿보인다. 소가 된 게으름뱅이가 팔려가는 장에서 남편을 애타게 찾는 아내의 모습, 남편이 없는 상황에서도 밥상 위에 올려진 밥 두 그릇 등에서 아내의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가 있다. 더불어 그림 구석구석에 등장하는 노인의 모습을 찾아보는 것도 그림책 읽는 재미를 더해 줄 것이다.
책벌레 찌르찌르
제니퍼 번 글, 키스 벤디스 그림, 김충규 옮김, 푸른숲주니어
《책벌레 찌르찌르》는 책 읽기가 무조건 좋다거나 책만 읽으면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다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이들에게 책만 읽는 것이 때로는 외로운 일일 수도 있고, 책 읽기 말고도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도 알려 줍니다. 그러면서 어려울 때 빛을 발하는 책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 줍니다. 《책벌레 찌르찌르》는 그동안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궁금했던 수많은 아이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고, 책 읽는 즐거움도 선사하는 아주 특별한 책이 될 것입니다. 인터넷 다음에서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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