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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청주지역에 주거환경개선사업이 붓물을 이룬적이 있었다. 청주전역에 36개에 달했다. 주택재개발사업 조합설립도 활발히 이뤄졌었다. 무심천을 중심으로 상당구나 흥덕구나 구도심치고 조합설립이 안된 곳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부동산경기가 한풀 꺾이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주택재개발 조합을 설립해도 제대로 추진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최근 청주 내덕5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자진 해산한것은 이같은 현실을 반영한것이다. 내덕5구역 추진위는 조합설립 5년만에 토지 등 소유자 208명 가운데 과반수의 동의로 해산을 결정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추진위나 조합 해산 조항이 삽입된 이후 청주에서 정비예정구역이 추진위를 자진 해산한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재개발, 재건축, 주거환경개선, 도시환경정비등 나머지 청주시내 25개 정비예정구역도 포기하는곳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청주시 주거환경개선사업은 경제적인 논리나 도시환경측면에서 사실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추진하는 곳은 처음 36곳에 걸쳐 6만3천810세대에 달했다. 하지만 시에서 추진위원회 조차 구성하지 못한 구역을 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해 25곳으로 감소하긴 했지만 이 마저도 진작부터 정상적으로 추진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예정대로 추진된다면 청주시내 구도심은 우중충한 회색빛 아파트숲으로 뒤덮힐 것이 뻔하다. 도시의 정체성을 사라지고 삭막한 도심풍경을 연출할 수 밖에 없다. 경제적인 논리로 접근해도 비현실적이다. 이때문에 대부분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은 사업이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문제는 부동산경기 침체가 재개발·재건축사업의 동력을 떨어트리고 있다는 점이다. 재개발·재건축사업은 기본적으로 조합원들은 기존 주택을 내놓고 새아파트 분양권을 저렴하게 받을 수 있다는 잇점이 있으며 시공사에서는 조합원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 아파트를 분양해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청주의 대표적인 재개발지구인 흥덕구 사직1동과 사창동 주공아파트 단지의 경우 지역주민간 갈등으로 숫한 위기를 겪으면서도 결국 대우건설과 롯데건설, 대원이 참여한것은 조합과 시공회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택시장 불황과 아파트 공급과잉으로 분양율이 기대에 못미칠 경우 시공사에서는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시공사들이 추진위와 조합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선뜻 응하지 못하는 것은 이때문이다. 주택경기가 비교적 좋았던 시기에 분양했던 사직동 푸르지오캐슬 단지도 중대형평형에서 미분양이 누적돼 고전했었다.
재개발·재건축사업은 여건이 좋은 수도권에서도 사업포기나 중단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시내 전역의 뉴타운사업은 잇따라 좌초했으며 단군이래 최대 부동산개발사업으로 불리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도 얼마전 자금난으로 디폴트 사태에 빠진 것은 부동산 시장의 향후 전망이 그만큼 어둡기 때문이다.
난립하고 있는 조합들도 내덕5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처럼 사업성이 불투명하면 조기에 청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 현재도 청주권 아파트시장은 2년전부터 율량지구와 용정지구등에서 분양이 시작되면서 공급과잉으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청주 내덕 5구역 재개발 조합 해산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 네이버블로그<박상준 인사이트>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