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폭우 북구지역 곳곳 침수로 얼룩
노곡동 또 잠겨 주민들 분노, 매천동 등 금호강 주변도 곤욕 도시철도 3호선 공사 시설 피해, 대학생 익사체로 발견
9일과 10일 이틀 동안 내린 300㎜ 집중호우로 북구지역 곳곳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천재와 인재로 상습침수 피해의 고통을 겪었던 노곡동이 또 물에 잠겨 주민들이 충격에 휩싸였고 매천동을 비롯한 금호강 주변, 연경동 농경지 등도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대동교 부근 도시철도 3호선 건설 현장에서는 교각을 세우기 위한 거푸집이 물살에 휩쓸려 무너져 내렸고 바로 인근에서 실족사로 추정되는 익사체가 발견되는 등 여기저기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노곡동 침수 피해 현장
“아이가 놀라 옥상까지 피했습니다. 이런 ×같은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노곡동 사람 다 죽이려고 하는 것 아니고 뭡니까? 이제 안심 못합니다. 금호강 수위가 6m정도 되면 섬들(하중도) 하우스만 잠깁니다. 그런데 침수라니요, 말이 됩니까? 이 모두 몹쓸 기계 때문입니다. 제진기 돌리지 마세요.”
“응급사항이 벌어졌을 때 시공사 직원들과 공무원들이 맡은 바 임무만 제대로 수행했더라도 이런 상황까지는 일어나지도 않았습니다. 침수가 되자 우왕좌왕하기만 합디다. 물을 빼기 위해 실제로 움직인 건 주민들입니다. 도대체 왜 이리 준비성 없고 왜 이리 안일합니까? 비상 매뉴얼이 있기나 합니까?”
“침수된 지 꼭 1년째입니다. 이제 겨우 숨통 돌리며 살려고 하는데 또 불안하게 만드네요. 금요일(8일)까지 제3의 침수가 일어난다고 우려했는데 모두들 기계만 너무 믿었습니다. 사전에 대처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지 않습니까?”
10일 오후 4시 30분 노곡동 주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3분만에 물이 동네 안 70m까지 차고 올라오자 두려움이 엄습한 데다 지난 침수 당시의 문제점을 보완한 배수펌프시설을 믿었던 만큼 배신감이 두 배로 컸기 때문이다.
삽시간에 밀려든 물은 매진슈퍼마켓 입구 계단을 지나 지대가 더 낮은 궁중소돼지막창식당까지 이르렀다. 이로 인해 식당에 있던 냉장고와 커피 자판기가 작동을 멈췄고 잠시 후 주인 전설자(58)씨의 손과 발은 빗물을 퍼내느라 진흙탕으로 변했다.
어른 무릎까지 잠겼던 침수 원인에 대해 주민들은 배수펌프장 시설이 잘못된 탓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제진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게이트펌프의 수문을 열지 않았기 때문에 삽시간에 물이 차올랐다는 항변이다. 제진기 없이 자연배수로만 있었을 때는 이런 황당한 경우를 당하지 않았고 게이트펌프의 수문을 열어 두었더라면 순식간에 침수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게다가 현재 공사 중인 배수관로에 차 있던 빗물을 적시에 빼내지 않았던 원인도 한몫했다고 토로했다. 양수기만 적재적소에 설치했더라도 침수는 막았다는 지적도 많았다. 5대의 대형양수기를 찌꺼기를 거르기 위해 물을 모으는 제진기 시설에 그대로 넣어서 물을 빼기만 했더라도 침수되는 상황까지 오지는 않았다는 지적이다. 양수기를 분산 배치하지 않고 한곳으로 집중해서 설치한 것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각 양수기의 흡입 압력으로 물을 제대로 빨아들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침수 당시 교량 앞 찌꺼기를 제거하기 위해 장비로 밀어내던 중 비가 많이 와서 금호강 수위가 높아졌고, 이를 막으려고 게이트펌프의 수문 2개를 올린 사이 물이 잠겼다는 관리자의 답변을 미뤄 수문 운영을 적정하게 하지 못한 탓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수문을 닫아 물이 잠겼다는 고성이 오갔으며 현장에 나온 권태형 부구청장을 비롯한 공무원과 시공사 직원들이 원성을 크게 들었다.
이번 노곡동 침수 피해에 대해 시공사는 금호강 수위 상승에 따라 수문을 닫고 게이트펌프를 가동하던 중 4시부터 노곡동 일원에 내린 집중호우로 관로 수위가 급격히 상승해 역류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라 보고 있다.
북구청 관계자는 “제진기는 정상 작동됐지만 게이트펌프가 설계 용량을 초과해 많은 우수량을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초당 8t의 우수량(전체의 34%)만 처리할 뿐이어서 설계를 초과하는 비가 오면 침수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나머지 66%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현재 추진 중인 터널고지배수 공사가 완공돼야 한다”면서 “산 밑으로 3m가량의 터널을 뚫어서 경부고속도로 하부를 지나서 금호강으로 방류하는 공사가 완공되기 전에는 펌핑을 해도 역부족이다.”고 말했다.
이 공사는 노곡배수펌프장 시설을 보완하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금호강에서 역류하는 우수를 막기 위해 제진기 2개를 더 추가하고 직관로를 묻는 공사와 함께 항구 대책으로 상류부에 침사지와 터널고지 배수 공사를 병행 추진하고 있다. 비가 많이 올 경우 급히 흐르는 빗물을 일시적으로 가두어 물에 섞인 모래나 흙 등을 가라앉힌 다음 발생된 우수를 724m 길이의 터널고지배수 시설을 통해 동편 산 쪽으로 해서 금호강으로 흘려보낸다. 이 공사는 2013년 상반기 완공될 예정이어서 그때까지 주민들은 불안 초조하게 지내야할 처지다.
◇도시철도 3호선 건설 공사시설도 피해
도시철도 3호선 건설 교각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대동교 인근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교각을 설치하기 위해 터파기 공사를 실시하고 석축을 쌓기 전 흙을 넣은 마대를 쌓아 놓았는데 팔거천에 물이 급격히 불어나면서 유속이 빨라지자 둑이 점차 심하게 패이면서 교각을 조성하기 위해 설치한 거푸집이 물길을 이기지 못해 무너지고 만 것. 공사 관계자들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크레인을 동원해 10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작업을 했고 이로 인해 일대 차량 정체가 계속됐다.
◇대동교 인근 20대 익사체 발견
10일 오전 7시 10분경 대동교 인근에서 20대 익사체가 발견돼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숨진 대학생은 A모(22·구암동)씨로 술에 취해 실족했다가 물이 불어난 팔거천에 휩쓸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검 결과 타살 흔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팔달교 수위 높아져 차량 물에 잠겨
팔달교 수위가 높아지면서 팔달교 아래에는 (사)국제연맹합기회 문구가 적힌 승합차량 1대가 물에 잠겨 윗부분만 보였으며 다리 위에서는 많은 주민이 나와 지켜봤다.
◇연경·매천동 등 가옥, 농경지 침수
매천동 가옥과 연경동 농경지도 침수로 인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매천동 448번지 조규열씨 집 지하에 물이 흘러들어 대피하는 소동이 일어났으며 일대 몇몇 가옥도 침수로 물을 퍼내는 등 곤욕을 치렀다. 이밖에 연경동 농경지 5천㎡가 물에 잠겼으며 북구지역 곳곳의 하수관이 많은 빗물을 감당하지 못해 도로 여기저기가 침수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