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모요사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두브로브니크
지금도 눈을 감으면 햇빛 아래 반짝이던 두브로브니크의 붉은 지붕들과 거울처럼 반짝이던 스트라둔 대로가 떠올라 그리움에 가슴이 아련하다.
두브로브니크를 아시나요?
“아드리아 해의 진주” 영국의 시인 존 바이런 경은 두부로브니크를 칭송했다.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쇼는 “지상에서 진정한 천국을 보고 싶다면 두크로브니크로 가라” 세계적인 대분호들뿐만 아니라 세상을 떠난 애플사의 창업주 스티브 잡스도 살아생전 자주 들렀고,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최고경영자였던 빌게이츠도 무척 좋아한 곳으로 알려져있다. 한마디로, 물 위에 뜬 프라하 같은 도시다. 고색창연한 프라하에 한 가지 없는 게 있다면 바로 바다인데, 두브로브니크는 바닷가에 성채를 끼고 있어 멀리서 보면 바다 위에 떠 있는 성 같다.
넥타이와 달마티안의 원산지
크로아티아라는 국가명은 독일식 발음이며, 영어로는 그로에시샤, 그로아티아 말로는 흐르바츠가라고 발음한다.
실생활에서 크로아티아와 관련 있는 익숙한 것들을 꼽는다면 바로 넥타이와 체크무늬가 있다.
계획을 어떻게 짤까?
자그레브와 두브로브니크 등을 집중적으로 보고 싶다면 항공편과 숙박만 예약하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자유여행을 적극 추천한다.
자유여행의 여유가 있다면 플리트비체에서 이틀, 스플리트에서 3~4일, 두브로브니크에서 4~5일, 자그레브에서 이틀 머무는 식으로.
일주일 여정이라면 두브로브니크에 집중하는 방법이 좋다. 여기저기 이동하느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보다 아름다운 주홍빛 도시 두브로브니크라도 제대로 즐기고 오는 게 낫다.
여름에 일주일을 투자하자
가장 좋은 시기는 여름, 즉 7월과 8월이다. 이 시기에 두브로크니크는 본격적인 여름축제에 들어가 밤이면 각종 공연이 성 안 곳곳에서 펼쳐진다. 대신 숙박비 등 각종 물가도 올라가고 사람들도 북적이지만 한창 물오른 미인처럼 두브로브니크가 가장 아름다울 때다.
덥지 않느냐? 물론 덥다. 두브로브니크나 스플리트 등은 한낮의 온도가 30도를 훌쩍 넘어선다. 거기에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햇살이 내리꽂힌다. 땡볕에 서 있으면 절로 땀이 나며 피부가 발갛게 익는다.
유럽의 허브공항을 이용하자
프랑크푸르트에서 바로 가는 비행기가 있다.
환전은 유로화와 쿠나로
유로화를 충분히 바꾼 다음 크로아티아의 자그레브 공항에 도착해서 유로화를 다시 쿠나로 바꾸는 것이 좋다.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
인천국제공항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 12시간. 다시 자그레브행 1시간 20분을 날아가야 한다. 3시간 이상 대기시간을 둘 경우 16~17시간은 그냥 잊어버리는 게 속 편하다.
알록달록 장난감 같은 지붕,
아드리아 해의 진주 두브로브니크
짙푸른 아드리아 해와 중세 시대의 붉은 고성이 어우러진 곳, 다시 말해 자연과 사람이 함께 빚은 절묘한 풍광. 워낙 유럽에서 유명한 휴양지다.
두브로브니크의 시작, 필레 게이트
두브로브니크는 남북으로 길이가 6킬로미터에 불과한 작은 도시다. 인구는 4만 5천명정도. 하지만 성 안의 구시가지 올드타운은 하루종일 둘러봐도 모자라다. 아기자기한 볼거리와 많은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7월 10일부터 8월 25일까지 이어지는 여름축제 기간에서는 한낮부터 밤까지 많은 인파가 몰린다. 그래도 이왕이면 여름축제 기간에 두브로브니크를 찾아야 르네상스 시대의 귀부인처럼 우아하고 아름다운 두브로브니크의 매력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단,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를 탈 때는 필레 게이트 앞이 아니라 언덕 위 케이블카 타는 곳에서 타아하니 헷갈리면 안된다.
만약 여름축제 기간에 찾았다면 투어에 앞서 반드시 선글라스와 선블록을 챙기고 음료수를 지참하자. 성안에서는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 등 일체의 탈것이 다닐 수 없다. 오로지 걸어 다녀야만 한다. 그러니 편한 신발. 참고로 두브로브니크에 하루 이상 묵으면서 골고루 구경할 생각이라면 아예 1일, 3일 7일 단위 관람권 카드를 구입.
첫째 날에는 무리하지 말고 두브로브니크의 분위기를 익힌다는 마음으로 성 내부를 가볍게 돌아보자. 그리고 가볍게 성을 둘러보고 스트라둔 대로를 중심으로 구경하자.
둘째 날, 성곽 투어와 골목 여행, 케이블카 및 두브로브니크 주변을 둘러보다.
거울 같은 거리, 스트라 둔 대로
필레 게이트의 안쪽 문으로 들어서는 순간, “오, 세상에!” 거울처럼 반들거리는 석회석과 대리석으로 다져진 대로가 동서로 길게 뻗어있고 양옆으로 붉은 지붕의 중세 시대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그렇게 만든 게 아니라 몇 백년을 홀러온 세월의 작품이다. 수많은 사람의 발길이 닿으면서 절로 닳아서 반들반들해진 것이다. 두브로크니크의 옛 시인은 이 모습을 “두브로브니크에서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고 보인다.”라고 읊었다.
신비의 샘 오노프리오
스트라둔 대로에 첫발을 내디디면 양옆으로 늘어선 중세 시대의 건물들이 순식간에 시간의 바퀴를 과거로 돌려놓은 것 같다.
사람들이 스파이더맨처럼 벽에 들러붙어 사진을 찍는 모습이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약국이 있는 프란체스코 수도원
고다드가 찍은 전쟁사진은 전쟁의 충격과 공포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일반인들의 비참한 모습과 뭉개진 장미꽃처럼 처참하게 파괴된 두브로브니크를 담고 있다. 이토록 아름다운 도시가 화염과 연기에 휩싸인 채 신음하는 사진은 액션으로 충만한 전쟁 영화보다 오히려 더 충격적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결합 된 시계탑
루자광장의 또 다른 이정표는 바로 높이 솟은 시계탑이다. 맨 위에는 종이 달려 있고 그 밑에 둥근 시계의 문자판이 보인다. 시계탑의 종은 시간을 알리는 일 외에 과거 라구사 공화국 시절에 의회를 소집하거나 화재 및 적의 침입 등 경보를 발령할 때도 울렸다.
두브로브니크의 세관, 스폰자 궁
스트리둔 대로의 볼거리는 스폰자 궁이 대미를 장식한다. 중세 시대의 모든 무역상들이 드나드는 관문이었던 세관과 건물 한편에 라구사 공화국의 화폐를 찍어내는 조폐국이 함께 있었다. 또 16세기에는 문화센터 역할을 해서 지식인들이 모여 토론과 학술 세미나 등을 하며 서로의 지식을 교환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모여 정보를 나누던 교류의 장이었다.
스폰자 궁은 과거와 마친가지로 지금도 미술관과 박물관, 전시관 등 다양한 역할을 겸하고 있다.
또 한편에는 1991년 발발한 내전 때 두브로브니크를 지키다 죽어간 젊은이들의 사진이 전시된 방이 있어 숙연하게 만든다. 벽에 걸린 앳된 청년들의 모습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곳은 사진도 사진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한다.
두브로브니크의 하이라이트, 성벽 투어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는 리처드 바이크의 소설 《갈매기의 꿈》 의 문장이다. 멀리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높이 올라가니 확실히 다르게 보인다.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성벽에 오르자.
두브로브니크 성벽은 13~16세기에 축조되었다.
‘부자카페’는 돈이 많다는 부자가 아니라 크로아티아 말로 드나드는 통로나 문, 구멍을 뜻한다. 그래서 성의 북문을 부자라고 부른다. 부자 카레가 유명한 이유는 바다 위 절벽에 카페를 지었기 때문이다.
여름철에는 파도치듯 펼쳐진 붉은 지붕들의 물결 너머로 짙푸른 바다와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이 어우러져 대충 찍어도 엽서 같은 사진들이 나온다. 특히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찍으면 유럽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두브로크니크만의 독특한 풍경들을 담을 수 있다.
모차르트의 하프시코드가 놓인 통치자 궁
책을 보면 앉아 있는 동상이 하나 서 있다. 16세기의 극작이자 크로아티아의 대표적인 문학가로 꼽히는 마린 드르지치의 동상이다. 유명한 넥타이 가게 ‘카린의 기념품점’
두브로브니크의 골목투어
두브로브니크 성 사람들은 어떻게 살까. 마치 박물관 같은 도시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궁금하다면 골목 투어를 떠나야 한다. 소위 숨은 비경 찾기라고나 할까.
두브로브니크에는 동서를 가로지르는 스트라둔 대로를 중심으로 북쪽과 남쪽에 40여 개가 넘는 골목들이 촘촘히 그물망처럼 뻗어 있다. 겨우 두 사람이 어깨가 닿을락 말락 스쳐 지나갈 만한 좁은 골목들 사이로 오래된 돌로 지은 집들이 들어서 있고 이곳에서 두브로브니크 사람들이 생활한다.
하지만 돈 있는 사람들은 성 안에 집만 갖고 있고 성 밖의 신시가지 쪽에 주로 산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집을 개조하기가 어려워 불편하기 때문이다.
성안의 고색창연한 집은 주로 관광객들을 위한 민박으로 활용하거나 세를 준다.
골목투어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골목 안에 빼곡히 들어찬 상접들을 구경하는 것이다. 온갖 맛집과 기념품점, 갤러리 등이 골목 안에 오밀조밀 숨어 있다. 골목들은 어스름 저녁부터 밤사이에 더 예쁘다. 저녁때가 되면 천천히 떨어지는 석양이 아득한 중세 건물 위의 유리창에 부딪혀 파편처럼 산산이 흩어지는 풍경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밤이 되면 상점들은 따뜻한 촛불 빛깔의 전등을 밝혀, 예전 유럽의 가스등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지저분하지 않게 같은 모양의 등이 일제히 불을 밝히면 마치 한여름의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는 것 같다.
특히 반들반들한 스트라둔 대로 위에 양편의 상점들이 나란히 켜 놓은 등불이 반사되면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어 마음이 더할 수 없이 로맨틱해진다.
골목 안에 있는 상점들을 어떻게 찾을까. 찾는 방법은 스트라둔 대로를 따라 걸어가다 보면 양쪽 골목이 시작되는 어귀의 벽에 자주색의 작은 깃발 같은 천이 눈높이에 매달려 있고 기에 글씨가 적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로 이 작은 깃발들이 해당 골목에 들어선 상점 이름들을 한꺼번에 알려주는 일종의 간판이다.
골목 풍경과 잘 어울려 도시 미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상점들을 충분히 안내해주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두브로브니크의 또 다른 명물, 스르지 산 케이블카
두브로브니크 관광에서 딱 두 가지만 고르라면 성벽 투어와 케이블카 탑승이다.
두브로브니크의 모태, 차브타트
“차브타트가 없으면 두브로브니크도 없다” 차브타트가 어떤 곳인지를 전적으로 설명해주는 말이다. 그만큼 차브타트는 두브로브니크와 아주 가깝다. 작고 예쁜 부두와 깨끗한 해수욕장이 마을을 두르고 있어 두브로브니크 사람들은 차브타트를 즐겨 찾는다.
Reflections of My Life, 라파드
바빈쿡과 라파드는 두브로브니크 신시가지에 해당한다. 라파드는 성이 있는 구시가지에서 4키로미터 떨어진 곳, 가는 방법은 파파드 지역의 삼거리에 내려서 깨끗한 카페들이 쭉 늘어선 거리를 걸어서 통과하면 된다. 한 굽이 돌아치는 만을 끼고 있는 이곳은 시원하게 불놀이를 즐길 수 있는 해수욕장과 조용히 산책할 수 있는 고즈넉한 해안가 언덕길을 갖추고 있다.
슬로베니아의 블레드
반예 해변이나 플로체, 로크룸 섬, 차브타트, 바빈쿡 등은 모두 두브로브니크에서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그만큼 길게 잡아봐야 반나절, 아니면 한두 시간이면 가볍게 둘러보고 올 수 있는 곳들이다.
일정이 2주일 이상으로 여유가 있거나, 이왕 간 김에 아우리 힘들어도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아니면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크로아티아의 현재 - 위기의 경제
인구가 450만 명, 우리와 비슷한 5년제 대통령제. 크로아티아는 세계적인 관광자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 경제적 현실을 들여다보면 암울하다. 크로아티아의 국민 일인당 국가부채 비중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편이다.
급기야 크로아티아 중앙은행이 국가 부채가 급격히 늘어나자 2012년 국가 파산 사태와 금융산업의 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마디로 크로아티아는 위기다.
크로아티아가 속한 발칸 반도는 아직도 내전의 상처가 남아 있다.
1992년부터 1996년까지 이어진 보스니아 내전으로 사망한 사람은 공식 집계만 10만 명에 이른다. 비공식적으로는 50만 명이라는 주장도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의 유대인 학살 이후 최악의 인종 학살이 자행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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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인가
소설가 은희경이
쫀득쫀득, 쫀득이면서 설명하는 목소리에 빠져 크로아티를 보았다
잘 알지 못하는 나라, 크로아티아
몇 부작으로 <세계테마기행>이었는데
오로지 생각나는 것은, 시멘트가 깔린 해변에서
파도소리를 바다가 들려주는 파이프오르간이라 했다.
그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키웠다
그리고 누가 '크로아티아'라는 지명만 말해도
파도소리, 주홍빛 지붕, 은희경의 목소리가 들린다
원문 류창희 수필산책 http://rchess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