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느끼지만 데논은 장사보다 제품 제작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 데논 DVD-2200이 나왔을 때 상급기 DVD-2900과 화질 차이가 전혀 없어 놀란 적이 있다. DVD-2910은 형님이 DVD-3910보다 옷은 허름하지만 숨겨진 내공만큼은 형님 못지않다. 아니 겉모습만 다를 뿐 무공에 있어서는 형님과 똑같다. 삼형제라면 위 아래가 있어야 둘째가 살맛이 생기는 범인데 너무 잘난 형과 자신과 다를 바 없는 동생 때문에 3910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 2910은 형님들보다 못한 점은 데논 링크와 I.LINK 단자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까지 쥐어줬더라면 둘째 3910은 집에서 면벽좌선할 뻔했다. 그나마 전 세대의 2900과 2200은 음질 차이라도 있었지만, 3910과 2910은 나오는 소리마저 판에 박은 듯 똑같다. 2910이야 기세등등하게 거리를 활보하겠지만 3910은 부모 원망 꽤나 하게 생긴 것. 2910은 형님들과 마찬가지로 HDMI 및 DVI 단자를 모두 갖추고 있어서 별도의 어댑터 없이 모든 디스플레이 기기와 손쉽게 연결이 가능하다. 또한 HDMI 단자를 통해 멀티채널 오디오 전송도 가능하기 ??문에 형님들만의 비기인 데논 링크나 I.LINK가 없어도 충분히 고해상도 디지털 오디오 전송이 가능하다. 또한 형님들처럼 동그란 것은 죄다 돌릴 수 있는데 한술 더 떠서 JPEG 포맷뿐만 아니라 코닥 픽처 CD의 재생도 가능하다. 이쯤 되면 아무리 마음 착한 둘째라도 신경질 나지 않겠는가? 2910의 영상은 가격을 생각하면 참 대단하다. <와호장룡>에서 야간 추격 장면을 보면 3910과 아무런 차이를 느낄 수 없다. 예리하고 정교한 윤곽선이나 어두운 부분의 자연스러운 그라데이션, 그리고 빠른 움직임의 깨끗한 표현 등에서 흠잡을 곳이 없다. 큰형님 A1XV의 눈에는 아직 철없어 보이겟지만 3910의 입장에서는 속터지는 일이다. 여러 번 비교해보면 3910이 노이즈가 약간 더 적다고 느껴졌지만 그 차이는 오차 범위 안쪽이다. 반면 처음에는 2910의 색감이 조금 더 생생하게 보였지만 이마저도 여러 번 확인해보니 거의 똑같다. 결국 나중에는 지금 보고 있는 것이 둘째인지 셋째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데논의 형제들은 과거에도 나이에 상관없이 영상은 똑같았으므로 어찌 보면 크게 놀랄 일은 아니지만 문제는 가창력에 있다. 그래도 형님의 노래 실력만큼은 한수 위일 것이라 예상햇는데 2910이 당돌하게 형님을 따라 붙는다. 토토의 'I Can't Stop Loving You'나 'Rosanna'를 들어보면 2910은 드럼의 타격이 좀더 팽팽한 반면 심벌즈의 울림이 좀 둔탁하고, 3910은 심벌즈의 찰랑거림이 더생생한 반면 베이스의 탄력은 좀 떨어진다. 하지만 여러 곡을 번갈아 들어보니 그 차이가 크지는 않다. 또 자신 있게 '둘의 차이는 이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힘들다. 3910은 동급의 다른 경쟁자들과 싸우는 것도 신경 쓰이는데 가장 큰 경쟁자가 자신의 집안에서 나왔으니 참 난감한 노릇이다. 구경꾼 입장에서야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입장료 덜 내고도 똑같은 재주를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꼭 기억해두기 바란다. 데논 DSVD-2910이라는 멋진 녀석을. DENON DVD-2910 SPEC 재생가능디스크 : DVD, DVD-A, SACD, DVD R/RW, CD, VCD, CD-R/RW, MP3, WMA,JPEG, 코덱픽처 CD 비디오DAC : 12bit/216MHz 오디오DAC : 24bit/192kHz 비디오출력단자 : 컴포지트, S-VIDEO, 컴포넌트, DVI-D, HDMI 오디오출력단자 : 동축, 광, HDMI, 아날로그(2채널, 5.1채널) 크기 : W434 X H101 X D318mm 무게 : 4.7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