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제사바게나와 도스
명지원(삼육대학교 교양교직과 부교수)
세계적인 영화제작사가 평화와 생명을 존중하는 두 재림교인의 삶을 영화화 해 상영되었고, 또한 제작하고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2006년 9월에 개봉된 '호텔 르완다'라는 영화의 실제 모델인 폴 루제사바게나와 월트디즈니 계열사인 월든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 중인 제2차 세계대전의 진정한 전쟁 영웅 데스몬드 도스이다.
‘호텔 르완다’는 2005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실제 주인공인 폴 루제사바게나는 1994년 4월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발생한 민족분쟁에서 다수종족인 후투족이 투치족을 학살할 때, 1,268명의 투치족을 살린 공로로 미국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민간인이 수여 할 수 있는 최고의 명예 훈장인 ‘자유훈장’(Presidential Medal of Freedom, 미국의 안보·이익, 세계의 평화·문화 등에 공헌한 시민에게 대통령이 주는 상)을 받았으며, 데스몬드 도스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태평양전쟁에 비전투복무원으로 참전해 다리부상에도 불구하고 75명의 부상병을 구한 공로로 1945년 10월 12일 미국의회 최고훈장인 ‘미국의회훈장’(Congressional Medal of Honor)을 받았다.
지난 1994년 4월,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전인구의 9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후투족 군사정권이 약 100일 동안에 투치족 약 100여만 명을 학살할 때, 후투족인 루제사바게나는 호텔매니저로서 투치족을 위해 호텔을 개방해 대량 인명살상을 막았다.
르완다는 우리나라와 같이 역사적으로 제국주의에 희생된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르완다를 강점한 벨기에는 소수 부족인 투치족이 피부색이 좀 덜 검고, 코가 약간 더 넓어 더 지적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권력을 쥐여주고 다수부족인 후투족을 지배하게 했다. 1962년 독립한 이래로 르완다는 두 부족 사이의 권력 다툼으로 크고 작은 인명 피해가 이어져 왔다. 1994년 후투족 출신 대통령은 투치족과 오랜 내전을 종신시키는 협정을 맺는다. 실권을 두려워한 군부내 세력이 쿠데타를 일으켜 대통령의 비행기를 격추시키며, 배후가 투치족이라고 언론조작 및 선동하여 온 도시와 마을을 피바다로 만든다. 이에 절박한 투치족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간호사인 투치족 아내와 함께 난민들을 돌보며, 호텔을 쳐들어오는 후투족을 지혜를 발휘하여 차단한다. 루제사바게나는 재림교인 부모에 의해 양육 받았고, 르완다와 카메룬에서 재림교단이 운영하는 삼육교육을 받았다.
지난 3월 23일(목) 87세를 일기로 숨진 도스는 “살인하지 말찌니라”(출 20:13)라는 십계명의 말씀에 따라 집총을 거부했다. 그는 생전에 “양심적 병역 거부자”(a conscientious objector)가 아닌 “양심적 병역 협력자”(conscientious cooperator)로 불려지길 원했다. 자신은 병역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집총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매번 절박하고 위험한 상황마다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고, 끝까지 부상자들을 돌보며 위험한 전장을 가장 나중에 떠나는 도스의 행동을 보며, 그를 조롱하고 비난하던 많은 군인들은 그가 겁쟁이가 아닌 신앙적 양심에 따라 총을 잡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그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1945년 5월 5일 안식일, 도스는 일본군과의 오키나와 전투에서 일본군의 공격에 크게 패하여 부상을 입은 미군 75명을 120미터나 되는 절벽을 12시간동안 오르내리면서 하나하나 구해냈다. 그날이 안식일임에도 도스는 안식일에 생명을 구한 예수님의 모본을 따라 선을 행하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도스가 마지막 군인인 75명째 군인을 구할 때, 그 고통의 시간에 그의 간절한 기도는 “주님, 한 명만 더, 한 명만 더”이었다고 한다.
북미주재림교회 연합회장인 돈 슈나이더 목사는 “도스는 우리들의 역할모델이며, 특별히 생명, 자유, 평화를 사랑하는 재림교인들의 역할모델이며, 가장 위험한 때에라도 총을 잡지 않겠다는 결심은 그동안 많은 이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 용기 있고 영웅적인 결심이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2004년 7월 4일 도스의 희생과 모본을 기려 애틀란타에 있는 국립애국박물관에 동상을 세웠다. 이곳에는 마틴 루터킹 목사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은퇴한 해군 대장 그레이 데이비스의 동상 등이 전시되어있다.
데스몬드 도스의 위대한 이야기는 이미 오래 전에 독립영화제작자인 테리 베네딕트에 의해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미국 전역에 방영된 바 있으며, 십여 개 영화제에서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나니아 연대기’를 만든 헐리우드 대형 영화사는 도스의 이야기를 극장개봉용 영화로 제작해 내년 중반에 개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베네딕트와 퓰리처상을 수상한 배우이자 극작가인 로버트 숀켄을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케 하는 등, 제작과 마케팅, 배급 등을 통해 전 세계에 반전 평화사상을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베네딕트는 “이 영화가 전 세계 극장에서 상영되므로 데스몬드의 신념과 확신을 세계인과 나누게 됐다”며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의 발자취를 따라 더 나은 곳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 영화는 모든 이들에게 전쟁과 평화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하는 영화의 ‘고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관계자들은 2006년 스필버그감독의 <뮌헨>이 던진 ‘전쟁과 평화’에 대한 이슈에 이어, 2007년 재림교회 신자인 <양심적 병역 협력자>에 대한 영화의 세계사적 메시지로 인해 아카데미상의 강력한 후보작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영화는 한국사회를 비롯 전 세계적으로 재림교회가 지향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와 전쟁과 평화, 생명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촉발시키는 ‘대형 사건’이 될 것이다.
21세기에도 어김없이 ‘전쟁과 평화’는 인류의 화두요 숙제이다. 이에 크리슈나무르티의 다음과 같은 말은 ‘전쟁의 책임’이 우리 자신에게 있음을 일갈한다. “전쟁은 우리의 일상생활이 극적으로 살벌하게 투사된 것이다.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전쟁을 촉진시키고 있으며, 우리 자신의 변화없이는 민족과 인종 간의 반목, 유치한 이념 논쟁, 무력 증강, 국기경례 그리고 조직적인 살인을 유발시키는 무수한 야만적 행위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우리는 존재의 의미와 인생의 목적을 탐구해야 한다.” ▲
삼육대학교 교양교직과 부교수(http://cafe.naver.com/jwmyung). 평화교류협의회(http://cafe.naver.com/peacecooperation) 서기 및 홈페이지 담당자. 교육, 환경, 평화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부부가 모두 장기기증에 서약하고 가지지 못한 이, 이웃의 외롭고 힘든 이들을 위해 헌신하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