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라도 아쉬워 하시는 회원님들이 계실 것 같아서 졸필이지만 몇자 올립니다. 이것은 순전히 거친아이의 주관적인 사견임을 알려 드리며,
혹시라도 거시기하면 거시기 하쇼....
지난달은 산행전날 가평에서 2박 3일동안 감금되어 있는 관계로 참석을 못했고, 이번은 미리미리 사장님 기분도 맞추고, 일도 마무리를 해 놓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산행 준비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눈을 뜨니 새벽이다. 더 자려니 잠도 오지 않고 해서 목욕재개하고, 집을 나섰다.
아파트에 도착하니 반가운 얼굴들이 반겨 맞아 주었다. 늘 먼저 기다리시던 기사님이 아주 조금 늦게 도착을 하셨고, 생각보다 많은 서른 몇 분이 오셔서 버스에 올라 출발하였다. 조금 졸다 휴게소라 눈을 뜨니 벌써 서해대교 가운데 있는 행담도 휴게소에 도착을 하였다.
한시간 정도를 더 달려 목적지인 가야산 입구에 도착을 하였고, 주위는 온통 회장님의 표현을 빌리면 목화솜이 흩뿌려져 있는 듯한 다른 세상이다. 비탈에서야 겨울만 되면 늘 보던 풍경이나, 그곳을 떠나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이고, 산행을 자주하시는 전문 산악인들도 서설이 내리는 산행을 하는게 쉽지는 않다는 말씀에, 우리 푸른마을 산악회는 봄, 여름,가을,겨울, 언제나 산행날씨 하나는 기막히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완전무장을 하고, 기념쵤영 한 컷 찍고, 산행을 시작하였다.
선두 그룹과 후미 그룹으로 천천히 얘기꽃을 피우며 오르는데, 손대장님이 길을 잘 못 들어선 것 같다고 말씀하시며, 개울 건너 반대편으로 갔어야 한다고(지금까지 산행코스를 잘못 잡은 경우은 없었는데) 하시며, 다시 돌아가자고 하시고, 한편에서는 가다보면 건너편으로 갈수 있을 것 같다고 설왕설래 하던중 못먹어도 Go~~~
그렇게 선두에 용회장님께서 앞장서서 가시면서 개울 건너편 길을 찾으셨고, 바위가 미끄러운 관계로 누님들의 손을 살포시 잡으면서 무사히 개울을 건넜고, 가야산 입구에서 석문봉과 옥양봉 사이의 갈림길에서 좌측의 석문봉으로 가야하는데, 몇사람들이 우측의 옥양봉쪽으로 갔다는 제보에 의해 인원수 파악을 하였고, 옆길로 샌 인원이 없는 것을 확인 하고 석문봉으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눈이 내려 쌓여있는 숲속길을 일행들과 뽀드득 뽀드득 소리 들으며 걸어 가니, 십년 전 초등학교 다닐 때, 동요가 생각난다.
하얀 눈위에 구두 발자국~~~
그렇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한참 오르던중 차 부회장님께서 다리를 조금 삐끗하셔서, 후미로 뒤 쳐지셨고, 푸른마을 산악회 공식 누님들의 도우미 다마네기를 붙여 드리고 같이 올라 갔다. 오랜만의 산행이라 다리가 후덜덜~~ 주유탱크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었다. 일단 주유를 하고 가야겠기에, 가방에 있는 칡술을 한잔씩 주유하고 나니 갑자기 RPM에 빨라지고 가슴은 후끈후끈 달아 올라 언덕길도 그냥 달려 나갈 수 있었다. 후미에서 부리나케 정상이라고 올라 갔는데, 럴수럴수 이럴수가 그곳에 낯선 여인 두명 말고 아무도 없었다. 그때 석문봉 쪽에서 일행들이 내려오고 다들 그곳에 계시고, 경치가 끝내준다고, 잠시 우측으로 올라가니 진짜 입이 쩌~억 벌어졌다. 아래서서 정상을 바라보는 것과 산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은 다른 느낌이 들었다. 약간의 뿌듯함 정도.
기념촬영을 하고 다시 옥녀봉 쪽으로 능선길 따라 산행을 하였다.
옥양봉을 조금 못미쳐 점심 식사를 했다. 모두들 날씨가 추운데, 컵라면이며, 따뜻한 국물, 그리고 따뜻한 밥까지 준비해 오셔서 내가 가져간 식은 김밥은 완전히 찬밥신세가 되었고, 버블조 형님이 가져오신 복분자술을 나누어 마시니 몸의 피로가 싹 풀리는 듯 했다. 가방속의 쐬주를 몇병 나누어 드리고, 한참동안의 설원위의 산중 오찬은 흥겨운 목소리와 함께 끝이 났고, 옥양봉 정상팀과, 하산팀으로 나뉘었고, 점심식사하며 남은 쓰레기는 버블조 형님의 친구분께서 모두 모으셔서 하산을 시작하였다.
스노우 타이어를 다시 장착하고, 미끄러운 눈길을 내려오며 땅을 몇분이서 여러평을 사셨고, 내려오며 기름이 떨어지면, 주유소를 찾아서 적당히 주유를 하며 내려왔다. 휘발유 차에다 쐬주, 막걸리, 정종 짬봉으로 주유를 했더니, 정신이 오락가락하며, 처음 석문봉과 옥양봉의 갈림길까지 내려왔고, 길가에 계시던 어르신들에게서 몇가지 특산물을 사고, 버스에 올랐다.
남당리 굴 먹으로 가기전 사슴농장에 잠깐 들러 구경을 하고, 남당리 바닷가에 도착하였다. 작년에도 와 봤던 곳이라 낯설지는 않았다. 난로위의 굴은 익어가고, 가끔씩 굴 터지는 소리에 작은 비명이 나오고, 굴, 돌솥밥, 바지락 칼국수, 그리고 쐬주병은 무수히 쌓여 갔고, 다마네기는 이곳저곳 다니며 술잔을 열심히 따르었다.
한차례의 굴파티가 끝나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귀경길에 올랐다.
산행이후 처음으로 기사님께서 또롯토 메들리 몇곡을 거시기 완전히 외워부러서 가사한번 안보시고 분위기 후끈달궈 놓으시고 버스를 출발하셨다, 아니 뒷감당을 어떻게 하라고......
안전사고 없는 무사고 산행에 노고 많으셨다는 산악대장님의 말씀과, 안총무님의 경품 추첨행사가 끝나고,
버스도 달리고, 버스안도 달리고, 쐬주로 회원님들의 뱃속도 달리고, 우리 오락부장 다마네기도 껍질을 하나씩 벗기면서 달렸다고 한다. 새로오신 회원님들도 열심히 달리셨고, 맥주병을 들고 박총무님도 달리셨고, 다들 그렇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달리고 달리고 하셨다.
나중에 들은 얘기에 의하면, 거친아이도 달렸다고 하는데, 왜 당사자인 거친아이는 모를까?
아마 거친아이는 남당리 바닷가에 굴껍데기와 함께 정신줄을 버리고 왔었나 보다.
다음 산행을 기약하며.....
당진 어느 구석탱이에서 거친아이가
첫댓글 거친아이님! 달린거맞습니다. 선수들 몇명이서 하루종일 달리다가 안타깝게도 다같이 장렬히 전사하셨습니다... 사진으로 찍어서 올린것같은 싱싱한 산행후기 잘보았습니다..
거친아이님 멋진글 잘읽었습니다 어쪄면 표현을 잘 하십니까
신입회원이지만 후기글 너무 실감나게 잘읽었습니다 상상이가네요.....정말재미나게 잘 읽고갑니다.
전 달린 기억이 없는디유....암튼 잼나게 잘 읽었습니다...
재미난 후기 글굳 못 간 난 후회 만땅
노래만 잘하는지 알았는데 기행문실력을보면 국문과 교수로 가시느것이 어떤지요.훌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