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 프로필 이미지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순없잖아
 
 
 
카페 게시글
비스마르크 칼럼 스크랩 <2015 청렴 사연수기 공모전>소신과 보람이 주는 행복
비스마르크 추천 0 조회 129 15.10.29 23:50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1995년 초, 교육행정직 7급 공무원으로 교육지원청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이 당시 나는 공유재산관리업무를 맡았는데 내가 제일 먼저 겪었던 고충은 촌지에 관한 것 이었다. 

부임하자 곧 관내 초·중학교를 대상으로 "공유재산증감 및 현재액보고서" 대사 업무를 처리하게 되었는데 이때 일선 학교에거 찻값이라는 이름으로 관행적으로 갖다 주는 촌지봉투를 돌려보낸 것이 문제되었다. 




부정부패의 씨앗은 바로 촌지관행에 있다는 소신을 갖고 있었던 나는 이러한 관행을 없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고 돈 봉투를 모두 거절하고 때로는 내미는 사람들을 나무라기도 하였다. 사람들은 처음보는 이러한 모습에 오히려 황당함을 느꼈던 모양이다. 여러 사람들이 얼굴이 붉어져서 어떨 줄을 몰라 하였고 그 중애 어떤 6급 선임공무원은 무안함을 견디지 못하고 나와 상급에게 가서 왜 성의를 무시하느냐고 항의를 하였다. 그러자 직속상관인 관재계장은 놀란 표정으로 나에게 와서 그것은 나 개인에게 주는 것이 아니며 또한 그것을 모아 부서경비 등 여러 가지 목적으로 요긴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거절하면 곤란하다는 뜻으로 나를 설득하려하였다. 이에 대해 나 역시 세상이 바뀌었음을 주장하고 나름대로의 논리를 제시하며 설득을 시도하였으나 서로 생각이 달라 합의를 보지 못하고 미묘한 관계에 빠지게 되었다. 이 같은 일로 나는 교육지원청 근무 초기부터 간부들에게 별난 사람으로 인식되었고, 몇 달 후 중학교 신설사업관련 항명 편지사건으로 윗사람들에게 완전히 찍히게 되었다.




 내가 교육지원청에 발령받았을 당시 그린벨트지역에 중학교 신설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토지매입 예산은 이미 확보되어 있었고 내가 관재 업무를 맡은 지 얼마 안 되어 건설교통부로부터 '개발제한구역 내 학교시설용지사용 승인'도 내려왔다. 이제 우리 부서에서는 학교시설예정부지에 대해 측량을 실시하고 사유지를 매입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런데 나는 이 사업과 관련하여 그동안 추진했던 실무자로들로부터 이상한 얘기를 들었다. 당시 도시공동화 현상으로 시내 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있고 초·중학교 교실이 남아돌기 때문에 중학교 신설이 불필요한데도 이를 추진하라고 하니 기가 막힌다는 것이다. 그런 줄 알면서 왜 말을 못하느냐고 했더니 위에서 정치적으로 결정된 것이기 때문에 말을 해도 소용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졸병이 위에서 하라고 하면 해야지 어쩌겠느냐고 하였다. 

사업추진의 배후에는 당시 여당의 막강한 실력자였던 국회의원이 있다고 하였다. 나는 분명히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상부의 뜻이라고 하여 무조건 따라가는 그들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나는 이 사업에 관한 그들의 평소 불평과 도지사로부터 이송된 이 사업관련 진정서 사본의 내용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업추진에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어 국회의원에게 주의를 하도록 직접 편지를 써서 보내었다.


 편지의 요지는 "현재 우리 교육청의 객관적인 자료에 의하면 '94년을 고비로 하여 전체 중학생수가 감소되는 추세에 있다. 법정 학급당 인원수를 기준으로 하면 과밀학급은 모두 해소되었고 장기적으로 볼때는 보통교실이 남아돌게 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중학교의 신설은 불필요하다. 지금까지 우리 교육청에서 관련부처에 제출한 자료에는 마치 중학교의 신설이 시급하고 불가피한 것처럼 되어있으나 이는 우리 교육청 업무담당자들의 진실한 판단에 의한 것이 아니다. 중학교의 신설을 당연한 것으로 먼저 전제해 놓고 업무추진을 지시하는 상부의 뜻에 따라 그린벨트 내 학교신설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자료를 기술적으로 끼워 맞춘 것이다. 


시내에 중학교가 하나 더 생긴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지만 국민의 혈세로 이루어진 국가예산을 공익에 반하여 사용해서는 안 된다. 당장 급한 것도 아니고 꼭 필요하다고 볼 수도 없는 중학교 신설사업에 더구나 그린벨트를 훼손하면서까지 그것도 공익이 아닌 일부 특정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있는 곳에 막대한 국가예산이 쓰인다면 정말 큰 문제이다. 주민숙원사업 해결이라는 국회의원의 순수한 뜻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그 뜻에 따라 일을 추진하는 우리들의 땀 흘리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그것이 국고낭비이며 특정인의 부당한 이익을 방조한 것으로 나타난다면 우리 모두에게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중학교의 신설을 시민이나 우리 교육청에서 진실로 원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이 사업에 관한 정치적 영향력 행사에 신중을 기해주기 바란다." 라는 내용이다.





 위와 같은 편지를 국회의원 집으로 보내려고 지역구 사무실에 주소를 물었더니 사무실로 보내주면 전달해 주겠다고 하여 지역구 사무실에 등기우편으로 보냈다. 그런데 편지를 보내고 이틀째 되는 아침이었다. 교육청에 출근하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과장급 이상이 참여하는 간부회의가 평소 때보다 좀 길어지는 것 같더니 관재계장이 간부회의에 불려갔다 나와서는 얼굴을 붉히며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몰라 하였다. 국회의원한테 보낸 편지가 어떻게된 영문인지 도교육청 관리국장에게 전달되었다는 것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것을 어찌 해석해야 할까? 국회의원의 지시를 의한 것인지 아니면 보좌관의 단독적인 소행인지 알 수 없지만 그 편지를 보내 일반직에 대해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관리국장에게 바로 전달한 것은 나를 죽이려고 마음먹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일이었다. 

국회의원의 인격을 믿고 판단에 도움을 주기 위해 상부의 지시에 반하는 내용의 진실한 정보를 제공했는데, 만약 내가 사실을 오해하고 있는 것이라면 나를 조용히 불러 이해를 시켜야 할 것이 아닌가? 내가 그런 편지를 보냈다는 사실이 사업추진을 지시한 상부에 알려지면 큰 곤경에 처하게 되리라는 것은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다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정말 곤경에 빠지게 되었다. 나 때문에 관재계장과 재무과장의 입장도 난처하게 되었다.





 도교육청 관리국장은 교육지원청 K 관리국장에게 전화하여 크게 질책을 하였고 화가 난 K 관리국장은 간부들을 불러 질책하며 나에 대한 문책에 논의를 하였다. 여기서 E재무과장은 자신의 선에서 나를 문책하는 것으로 끝나자고 한 모양이였다. 결국 나는 E 재무과장에게 경위서를 제출하고 K 관리국장에게 따로 불려가서 1시간가량 훈계를 듣는 것으로 편지사건을 마무리되었다. K 관리국장은 "공직생활 수십 년 동안 너 같은 놈 처음 본다."라고 나무라면서 다음과 같은 논리로 나를 훈계하였다. "신설중학교 용지구입비 예산은 국회의원이 힘을 써서 교육부로부터 특별히 따온 것인데 이미 확보된 이 예산은 연도 내에 목적대로 쓰지 않으면 교육부에 특별히 반납해야한다." 반납된 그 돈이 국가적으로 요긴하게 사용된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어떤 용도든지 우리 지역에서 쓰이는 것이 지역발전을 위해 좋은 것 아니냐"고 하였다. 그리고 "일단 땅을 사놓으면 꼭 중학교가 아니더라도 독립유치원이나 고등학교 부지로 활용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하였다.


K 관리국장의 말도 현실적으로 일리는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땅을 사느냐 마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인의 그린벨트 내 땅을 비싸게 팔아먹기 위한 모정의 음모가 엿보였다는 사실이다. 이 음모가 사실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사업추진을 지시하거나 압력을 행사한 사람들이 만약 모든 면에서 떳떳하다면, 지시를 끝까지 거부한 나를 업무태만으로 징계하고 사업추진을 계속했어야 옳았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관련자들로부터 욕을 먹기는 했지만 아무도 나에게 공식적인 제대를 가하지 않았다.


 편지사건 후에 이 사업을 계속 추진하라는 지시가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우리 관재계에서는 신설예정부지에 진입도로가 없을을 핑계로 시청에 도시계획도로를 먼저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하며 일부러 일을 지연시켰다. 그러던 중 국회의원이 지역유지 및 기관장들과 오찬 간담회를 하면서 이 사업추진과 관련하여 L 교육장에게 불만을 표시하고 적극 추진할 것을 요구하는 발언을 하였는데, 그 내용이 지방일간지에 대문짝만하게 보도되었다. 신문에 보도된 내용의 요지는 "국회의원이 주민숙원사업인 중학교 신설을 위해 많은 애를 써서 교육부로부터 특별예산을 따 놓았는데 교육지원청 당국의 무성의와 담당자의 업무태만으로 인하여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L 교육장은 노발대발하여 E 재무과장을 불러 당장 땅을 사라고 지시하였고, 재무과장은 어쩔 수 없다며 우리에게 이 지시를 따르라고 하였다. 나는 재무과장을 대신하여 교육장을 설득하기 위해 교육장실로 갔다. 이 사업을 추진해서는 안된다고 말을하자 교육장은 화를 참지 못하고 나에게도 큰소리로 나무랐으나 나는 내 주자을 굽히지 않았다. "교육장님! 신문에 난 것이 불쾌하기는 하지만 지금 이 정도로 두들겨 맞고 끝나는 게 낫지, 만약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다가 앞으로 감사원 감사에 걸리거나 중앙언론에서 문제 삼으면 어떻게 감당을 하시려고 그러십니까?"라고 말하며 설득을 계속하였다.


 교육장은 그대로 땅을 사라고 말을 했지만 그것은 체면상 하는 말 같았다. 다행히 사직서로 대항해야하는 사태까지 발전하지 않았다. 결국 시간이 지남로서 이 사업은 자동적으로 폐기되었고 예산은 반납되었다. 그 후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왈가왈부하는 사람은 없었다. 혹 있었는지 모르지만 나는 듣지 못했다. 이 후 이문제에 대해 더 이상 왈가왈부하는 사람은 없었다 혹 있었는지 모르지만 나는 듣지 못했다. 이 일이 있은 후 교장은 나를 보면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일 장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마 자신고 사실 그 사업이 마음에 큰 부담이 되었던 모양이었다.


 그동안 관행에 순용하지 않은 태도로 인하여 핍박을 받기도 하고 승인인사에서도 항상 밀려났지만 결국 하늘은 나의 편이 되었주었다. 그때로부터 세월이 많이 지난 지금 나는 여전히 공직자로 재직하고 있으며, 때의 일은 뿌듯한 자부심으로 내 가슴에 남아있다.


                                                                                                                                                                                                



2015 청렴 사연수기 공모전 수상작 
최우수상 / 소신과 보람이 주는 행복 / 이수훈
 
다음검색
댓글
  • 15.11.24 09:27

    첫댓글 누구나 이렇게 소신있게 할 수 있다고 생각은 많이 하지만 현실에서 실천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가시밭길을 걷고 오셨네요. 그래도 소신을 잃지 않았고 보람도 얻으셨으니, 청렴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작성자 15.12.02 23:13

    그 당시에는 역경이었지만 세월이 지난 지금 그 일로 인해 상을 받게 된 것이 아이러니합니다.

  • 15.12.02 17:35

    수기에 담긴 이상의 많은 갈등속에서 굿굿이 청렴세상을 향한 길을 가셨겠지요~~
    더불어 행복한 사회(교육)를 위해 봉사하는 후배들에게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용기와 능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 작성자 15.12.02 23:17

    고맙습니다. 이미 나의 인생고백에 써놓은 것을 조금 간추려서 응모해 놓고 큰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최우수상 선정 소식에 놀랐습니다. 처음 전화받고 보이스피싱인줄 알았습니다. ㅎㅎ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