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동창들과의 가을 여행 이야기입니다.
11월 1일 새벽 6시 30분....
오늘은 친구들과 경북 봉화군의 문상이네 가기로 한 날입니다...
여러가지 사업과 관련된 문제로 심신이 정체되어 있던 내게...
이번 가을 여행을 꼭 같이 가자고 신신당부한 친구들...
그러나 맘이 편치 못한 나는 경아씨에게 문자를 보냅니다.
"ㅎㅎ 미안해. 좋은 가을여행 다녀오셔. 난 다음기회에. "
그리고 다시 자리에 다시 눕습니다. "그래.. 맘도 심란한데 여행은 무슨...."
자리에 눕자마자 경아씨로 부터 전화가 옵니다. 무슨 말이냐고 다들 기다리는데 빨리 출발하라고....
난, 잠시 생각했습니다. 약속은 약속인데...다른 친구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특히, 이번에 결혼한 두원과 희정씨 부부의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꼭 예식에 참석하겠다고 했으나 여러가지 문제로 참석치 못했었죠.
"알았어...준비하고 나갈께..." 시간을 보니 6시 49분을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옷 챙기고 카메라 챙기고 하는데 시간이 후딱 7시를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약간의 안개 낀 밖으로 나섰습니다. 가을은 가을인가 봅니다. 그 무덥던 여름의 기세는 어느덧 사라지고 옷깃을 파고드는 공기가 제법 찹니다.
이날따라 더 늦게온 마을버스를 타고 다른 날보다 더욱 더딘 속도로 화정역으로 향했습니다.
화정역에서 전철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셀폰을 꺼냅니다. 그 사이 경아씨로 부터 전화가 한통이 부재중이 찍혀 있네요.
시간 상..오전 8시에 사당역7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되어 있었는데....전철을 탄 시간이 7시 20분이니...
사당역 도착 예정시간은 대략 8시 20여분이더군요.
충무로에서 4호선으로 갈아 타면서 시간이 또 지체되어 약 30분 정도 지각이 예상되었습니다.
사당역에서는 8시쯤 상균이, 두원이, 희정씨, 경아씨, 후양이 등 5명은 이미 합류한 모양입니다. 다만 영자언니만 짐이 많은 관계로 안양에서 모시기로 했던 것 같았습니다.
이러한 전후 사정으로 약속 장소를 안양과 가까운 인덕원으로 바꾸고해서 만난 시간은 9시가 다 되어서 였습니다. 그 지하철의 계단은 왜 그렇게 깊고 먼지....
미안한 마음에 지하철 출구를 빠져나오는데 저어기 밖에서 웃으며 맞아주는 친구들....그래서 더 미안한 맘이 들더라구요.
아예 새벽에 일어나서 생각한대로 그냥 출발했으면 친구들이 기다리는 수고를 덜었을텐데 말입니다.
결국 인덕원에서 9시 넘어서 출발했습니다. 물론 영자 언니도 모시고...그런데 뭔 큰 짐이 그렇게 있나 했는데...3년묵은 김치랍니다.
봉화에서 고기 구워먹을 때, 그리고 문상이네 나눠 줄 것을 새벽부터 준비를 했더군요.
나로 인하여 1시간이나 늦게 출발한 여행..또 급히 나오느라 셀폰 바테리 조차 충전하지 못하고 나왔으니 이런 엉터리 여행이 또 어디 있는가...
고속도로에는 약간의 안개가 끼어 있었습니다. 가을 산과 단풍을 구경하러 나선 사람들로 인하여 고속도로에는 차가 밀리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길가의 언덕과 동산의 나무들은 붉게, 노랗게 가을의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그 푸르름이 불과 몇 주 사이로 이렇게 변하는 자연..세월..
그리고 저 붉음과 노랑을 처절하게 자랑하던 이파리도 한잎 두잎 길바닥 위를 뒹구는 신세가 될텐데...우리의 사는 인생과 별반 다름없는 나무의 4계절...
화장실의 이용을 위하여 덕평휴게소에서 잠깐 하차...출발 전부터 그곳을 필요로하는 상균을 위하여 불가피하게..
그러나 차는 막혀도 길은 있으니 결국은 차가 많이 막히는 곳을 빠져나와 여주휴게소에 들릅니다.
그 곳에서 라면과 우동을 먹었습니다. 오랫만에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여행이라서 휴게소에서의 간단한 식사 또한 새롭게 느껴집니다.
상균과 나는 라면을 그리고 나머지 양반들은 우동을 먹었죠..식사 후에는 커피까지 사이좋게 나눠 마시고..기념촬영하고..후양의 애마에 가스도 넣고 다시 출발하게 되는데....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야할지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가야할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지도상으로는 중앙고속도로가 가장 빠른 길입니다.
여주에서 원주까지 가서 그곳에서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로 올라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주와 원주간 영동고속도로가 막힐 경우는 우회해서 가는 것이 시간적으로 많은 도움이되는데...
여주휴게소 나오자마자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감곡에서 나와서 38번 국도로 제천까지 가서 그곳서 중앙고속도로를 타는 방법이 가장 빠른 길인 것이지요.
우리는 짧은 코스를 선택하여 가기로하고 갔는데...차가 많이 밀리더군요. 이럴 경우도 만종까지 갈 것이 아니라 문막에서 나와 국도를 이용하여 원주까지 가는 방법도 좋겠더라구요.
여차저차 저의 지각과 가을여행에 나선 이들의 밀리는 차들 때문에 풍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였습니다. 그곳서 기다리는 문상은 아마 몸이 많이 달았을겁니다.
도착 예정 시간 12시를 훌쩍 넘긴 1시 30쯤 도착했으니...다들 배도 고프고, 많이 기다린 문상이에게 미안하고...
풍기 톨 게이트를 나와서 우회전하여 만나기로한 주유소 건너편에 잠깐 있으니..반가운 얼굴의 문상이 우리를 맞아 주었습니다.
서로 만남의 기쁨을 나누고 배를 채우기로하고 영주의 순흥 묵밥집으로 향합니다.
소수서원으로 가는 길에 있는 순흥의 묵밥집에 도착한 시간은 대략 1시 50분쯤...도착 후 차를 주차시키는데 그 주차장 뒤쪽에 솟아있는 기다란 간판에는 순흥전통 묵 음식점이라고 씌어져 있더군요.
묵집 입구의 좌측벽에는 순흥마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순흥은 민족의 영산이요, 영남의 진산인 소백산의 정기를 받은 조선시대 순흥도호부를 탐방함으로서 민족의 역사, 문화의 숨결, 조상의 지혜를 배우고, 농업인의 따뜻한 사랑과 인정을 나누는 마을" 이라고.
점심 시간이 지난 후의 묵밥집이라선지 벌써 몇 상들을 치루고 나서 손님이 몇명 없었습니다. 이곳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집이어서 점심시간 때 오면 자리가 없다고 합니다.
이 집은 오로지 메밀묵밥만 파는 식당으로 찢은 김과 갈은 깨, 무채를 고명으로 얹은 메밀묵에 조밥 하나...그리고 간을 낼 수 있는 양념간장과 깍두기와 김치, 그리고 북어채에 양파 등 야채를 고추가루에 버무린 반찬이 전부 다였습니다.
오손도손 그 지방의 별미집에서 먹는 맛 또한 여행이 아니면 기질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 술꾼에게서 술이 벗어날 수 없으니 당연히 그 지역에서 판매되고 있는 소주를 주문했습니다. "참 깨끗한 아침"이라는 소주...
식사 후 기념 촬영을 마친 후에 부석사를 방문키로합니다. 가을의 바다 울진 여행은 아마도 다음을 기약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시간이 너무 지체됨으로 인하여..
부석사로 가는 이차선 국도의 양쪽에 열을 지어 서있는 은행나무는 노랑을 뽐내며, 이파리를 날리고 있었습니다. 또한 사과의 마을을 보란 듯 길가의 영주 사과 밭이 줄지어 지나가더군요.
빠알갔게 익은 사과, 사과의 무게에 축 늘어진 사과나무 가지가 차창밖으로 우리의 눈을 어지럽히며 지나갑니다.
부석사 가는 길의 중간에는 선비촌이라고 선비의 숨결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전통문화 체험 현장을 조성해 놓았더군요.
지나는 길의 선비촌은 기와집과 초가집 등, 전통마을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