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이변으로 인해 턱없이 부족한 일조량에다, 최근 며칠 냉해까지 겹치면서 과수농가 피해가 확산돼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8일 충북도내 과수농가들에 따르면 복숭아·배 등 개화가 지난 20일께 부터 시작됐으나 저온현상이 2~3일 동안 지속된데다 3일 동안 계속
비가 내리는 등 일기불순으로 냉해를 입은 꽃눈들이 제대로 피지 못한 채 떨어지거나 꽃이 피었더라도 수정을 돕는 벌·나비의 활동이 없어 수정률이
아주 낮다는 것.
더욱이 꽃봉오리가 맺는 시기인 4월초를 전후해 냉해를 입으면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지만 이번 경우처럼 만개할 때는 피해 정도가 심각하다.
냉해를 입게 되면 암술 씨방이 얼어 까맣게 썩게 돼 수정이 힘든데다 열매를 맺어도 발육이 부진하거나 기형과(果)가 되기 쉽다.
383가구의 농가에서 251ha의 밭에 배를 재배하고 있는 청원군의 경우 60~70%가량이 저온피해를 입었다.
배 재배 농민 김모 씨(64·청원군 부용면 금호리)는 "30년 넘게 과수원을 해오고 있지만 올해처럼 배꽃이 필 시기에 냉해를 입기는
처음이다"고 말했다.
김 씨는 "청원지역 배 과수원 가운데 60~70%가 냉해를 피해를 입을 정도로 심각하다"며 "배 팔아서 먹고 사는데
앞으로 생계가 막막할 따름"이라고 하소연했다.
복숭아 재배농가들도 최근 지속되는 이상저온과 잦은 비로 꽃이 수정하지 못한 채 얼어 죽는 냉해 피해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는 이모 씨(47·음성군 감곡면)는 "1만3200여㎡ 규모의 과수 절반이 냉해를 입어 착과량이 떨어지고 수확량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며 "올해 농사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충주에서 1만1560㎡의 복숭아를 재배하는 김모 씨(56)는 "설사 냉해가 적은 꽃이 수정을 하더라도 과일이 기형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농사는 이미 포기한 상태"라고 한숨을 쉬었다.
저온피해 인공수분으로 해결
영동농기센터, 과수농가 관리 '눈길'
꽃가루 채취기기 등 대여사업 확대
최근 기상이변에 따라 과일의 고장 영동군의 과수농가가 과수 결실관리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농업기술센터의 발바른 대처가 눈길을 끈다.
4월 평균기온이 2∼3℃ 정도 낮아져 일조시수가 예년에 비해 20시간 이상 적어짐에 따라 과수(사과, 배, 복숭아, 자두 등) 개화시기가 늦어지고,
과수 수분을 담당하는 매개곤충 활동이 미약해 과수 결실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농업기술센터는 올해 꽃가루은행을 집중적으로 활용해 꽃가루 채취 및 인공수분기기 대여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과수가 주산지인 영동은 사과, 배, 복숭아 등 개화수정 시기에 일기가 불량해 개화 시 저온피해는 물론 수정벌 등 매개곤충이 해마다 줄어들거나
활동이 없어 결실이 불량해 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올해는 개화기가 예년에 비해 10∼13일 정도 늦어지면서 과실 착과는 물론 결실되는 과실도 상당히 불량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센터에서는
농가들이 꽃봉우리 상태에서 꽃을 따가지고 오면 꽃가루를 채취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으며, 또한 인공수분기기를 비치해 필요한 농가들에게 대여를
해 주고 있다.
최근에 많이 사용되는 꽃가루는 자가 채취용 꽃가루도 있지만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된 꽃가루를 사용하므로 정확한 활력이나 발아율을 확인하려면 기관에
문의하면 된다.
센터 관계자는 "과수 꽃이 개화되기 시작하면 꽃의 암술상태를 확인해 만개 후 2∼3일 이전에 인공수분을 끝내고, 특히 꽃가루는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꽃가루 채취 또는 구입한 경우는 즉시 냉장고에 보관해 사용할 것"을 당부했다.
'봄은 왔지만, 기상이변으로 농민들의 고통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잦은 봄비와 저온, 강풍 등 기상 이변이 이어지면서 시설과채류는 물론 보리, 마늘, 양파, 과수 등 각종 농작물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잦은 비 일조량 감소 농작물 병해충 심각
고추, 오이 등 밭작물 정상적인 생육 못해
지난 3월 한 달 동안 경남에는 16일간이나 비가 와 강수량이 130mm에 달했고, 이달 들어서도 비가 온 날이 15일을 넘어서며 강수량이
160mm나 돼 예년의 여름 장마철을 방불케 하고 있다.
이로인해 토양 습도가 높아져 보리, 양파, 마늘 등 밭작물의 습해가 발생, 해당 농가들이 수확량 감소를 걱정하고 있다.
특히 보리 이삭이 본격적으로 패는 시기를 맞아 보리붉은곰팡이병도 확산되고 있다.
경남도농업기술원 김대호(작물연구과) 연구사는 "비가 잦을 때 많이 발생하는 이 병은 이삭이 갈색으로 변하고 나중에 홍색의 곰팡이가
형성되어 이삭이 여물지 않는다"며 사전 대비를 철저히 해줄 것을 주문했다.
지난 겨울 혹한에 따른 난방비 부담에다 턱없이 모자라는 일조량 탓으로 생산량 격감, 품질저하 등 삼중고를 겪는 시설원예작물 재배농가들의 고통은
봄을 맞아서도 지속되고 있다.
예년 같으면 기온 상승과 함께 한창 생장기를 맞아야 할 시설고추 등 과채류 하우스에는 잦은 봄비로 시설 내 습도가 높아지면서 고추점무늬병 등이
발병해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오이, 호박, 파프리카 등 다른 과채류 시설도 일조량이 부족해 정상적인 생육을 하지 못하고 있다.
창녕과 남해의 양파, 마늘재배지에서도 잦은 봄비로 토양 습도가 높아지면서 무름병과 노균병이 날로 확산돼 다음달 수확을 앞둔 재배농가의 걱정이
크다.
남해군 고현면 마늘농가 김모(56)씨는 "올해에는 낮은 기온과 잦은 비로 마늘 뿌리가 제대로 자라지 않고, 병도 많이 들어 얼마나
수확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본격적인 과수 개화기를 맞은 이달 들어서도 잦은 비와 저온현상이 지속되면서 과수농가의 꽃눈 저온피해는 물론 병해충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과수농민 박경자(52·진주시 정촌면)씨는 "올해는 과수 개화기에 비가 많이 오고 기온도 낮아 꿀벌 등 매개충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여서
과수의 수정률이 격감, 오는 가을 거의 모든 과일은 흉작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경남도농기원 농업기술센터 황갑춘 지도사는 "배나무에서 주로 발생하는 붉은별 및 검은별무늬병은 습도가 높고 일교차가 큰 날씨에 쉽게
발병하는 만큼 중점 방제가 필요하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