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이 바탕이 되는 사회가 사업을 시작하는데 좋은 점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가게를 임대할때 보증금이 없습니다. 보통 마지막달 월세를 미리 냅니다. 그러니까 첫달치와 마지막달, 이렇게 두달치 임대료만 내면 장소를 임대할 수 있습니다. 건물주에 따라 수리보증금을 요구하는곳도 있는데 그래봐야 1500달러 이하입니다. 기물을 파손하고 수리하지 않은 상태로 두고 나가면 이 돈으로 보수하고 차액만 돌려준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민 왔을때 한인들이 가장 많이 하고있던 업종은 편의점입니다. 협회를 구성하여 도매상도 운영하고 공급회사를 상대로 거래를 하여 리베이트도 받는등 상당히 많은 분들이 편의점을 했습니다. 시골에 가다가 길모르면 그마을에 있는 편의점에 가서 물어보라고.. 한국사람일 가능성이 거의 100%라고 할 정도로 많이 했는데 지금은 많이 쇠퇴했습니다. 세금제도가 변하고 매상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던 담배 공급방식이 바뀌었고 주유소에서 편의점을 같이 운영하는 곳이 많아져서 라고 합니다.
강도의 위험도 한가지 요인이 되겠지요.
그 다음으로 많이 하는것이 세탁소입니다. 부지런하고 깔끔한 한국사람들의 능력이 발휘되는 업종이지요. 미국에서도 세탁소는 한인들에게 인기업종이고 세탁장비나 부품, 소모품 공급업체는 한인 영업사원과 한국어 서비스를 필수로 할 정도입니다.
지금 제가 하고있는 일이 세탁장비 판매, 설치, 수리를 하는 일입니다. 모니터를 수리하는 컴퓨터 가게를 하면서 편하게 일했는데 LCD 모니터가 나오고 가격이 떨어지면서 더이상 브라운관 모니터를 수리하지 않고 LCD 모니터는 사람 손으로 부품을 바꾸어 수리할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가게를 다른사람에게 팔아버렸습니다. 지금 LCD 모니터 가격을 보면 그때 팔아버리고 손뗀것이 정말 잘한것 같습니다. 그다음에는 아는 사람을 통해 물건을 공급받아 조명가게를 시작했습니다. 여기는 한국과 달라 간접조명을 많이 사용하고 집에 장식용 전등을 많이 답니다. 크리스탈 샹들리에 같은것도 수요가 많구요. 이것도 한 3년반정도 했는데 물건을 공급하던 사람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손해만 보고 문을 닫았습니다. 경쟁도 치열하고 알아야 되는것도 많았지만 조명가게를 하면서 영어가 좀 늘었습니다. 컴퓨터 가게를 할때는 하루종일 혼자서 기계만 들여다보고 일했는데 조명가게는 손님을 상대로 설명하고 원하는 조명을 찾아주려다 보니 말을 많이하게 되어 의사소통은 할정도가 되었습니다.
이 조명가게를 열기전 공백기간에는 공사일을 하러 다녔습니다. 마루도 깔고 벽도 만들고 하는 가정집 인테리어 리모델링 같은 일이지요. 한국은 습식공사를 하지만 캐나다는 건식공사를 합니다. 집을 지으면 지하를 파고 콘크리트 옹벽을 만들어 기초를 놓으면 그다음부터는 모두 나무로 집을 짓습니다. 나무로 골조를 만들고 단열재를 채우고 석고보드를 붙여 벽을 만들고 바닥도 마루를 깔고 타일을 붙여 만들니다. 그래서 소수의 인원으로도 집 내부의 리모델링 작업이 가능합니다. 손재주를 바탕으로 제가 살던 집도 지하실을 개조하여 방도 만들고 거실도 만들었습니다. 거의 모든 자재가 규격화되어 있고 가까운데서 쉽게 구입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자기집을 리모델링하는 사람도 많고 자신의 집을 스스로 고치고 변화시키는 일을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분위기입니다. 육체적으로 힘든 노동이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했습니다. 무슨일이 닥치건 혼자 속으로 생각합니다. 캐나다에서 내가 해본일만 하고 살수는 없고 안해본 일도 하면 된다.. 고 말이지요.
조명가게를 접고는 세탁장비 쪽으로 길을 잡았습니다. 주변에 세탁소 하는분들이 있어서 전기, 전자 관련된것들을 고쳐주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내가아는 전기, 전자 기술을 바탕으로 수리하는 일만 하려고 했는데 막상 해보니 전기, 전자 보다는 스팀파이프 배관등 설비작업이 일이 더 많았고 기계를 설치하려면 스팀, 압축공기, 물, 전기등이 다 필요해 어느 한 부분만 할수없는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파이프를 잘라 나사를 내는 기계를 사서 연습을 하고 동파이프 납땜하는것도 연습하고 일하러다니면서 처음 사용하는 부품이 있으면 두개를 사서 하나는 차에 예비용으로 보관하고 어떤 기계들이 있는지 세탁장비전시회에도 가면서 경험을 쌓아 나갔습니다. 일을 하다보니 전기용접이 필요해서 그것도 배웠습니다. 전기용접 할때마다 용접하는데를 찾아가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무거워서 가져가지 못하는 기계도 있어 고심하다가 책을보고 공부를 해서는 휴대용이지만 충분한 용량이 되는 용접기를 사서 열심히 연습을 했습니다. 이제는 웬만히 합니다, 산소용접도 필요해서 배웠습니다. 혼자서 열심히 연습하고 책을사서 공부하니 되더군요. 차 뒤에 달고 다니는 트레일러도 사서 씁니다. 대형기계는 어차피 지게차를 동원하고 Flat Bed Truck이 있어야 하지만 상업용 세탁기같은 것은 직접운반해야 비용을 절감할수 있기 때문에 시도를 했습니다. 이 트레일러를 달고 앞으로 가는것은 회전만 크게하면 되지만 뒤로 후진하는 것이 참 힘듭니다. 마음대로 되질않고 엉뚱한 방향으로 틀어지는데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이제는 익숙해져서 어느정도 합니다. 매일매일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것들을 접하고 배우면서 살려고 노력합니다. 이제는 이곳 세탁업계에서는 어느정도 인정받는 기술자입니다. 어느정도 육체적 노동도 할수있는 육체를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고 처음 접해보는 기계라도 논리적으로 접근해 필요충분조건에서 뭐가 빠져 동작이 안되는지를 파악하여 수리할수 있는 능력을 주신 분께도 감사합니다.
다가오는 6월 중순에도 미국의 뉴올리언즈에서 열리는 "Clean Show 2013" 에 참석하러 갑니다. 2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세계최대 세탁장비 전시회인데 2년전 라스베가스에서 열렸을때와 비교해보고 캐나다 토론토 지역에 팔수있는 장비도 찾아보려고 합니다.
또 쓰지요.
첫댓글 선배님~~좋은 글, 좋은 정보 시간나실 때 마다 올려주십시요~~정말 좋은 내용의 글들이요...산 지식인거 같습니다..항 상 감사합니다.....Always Than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