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 없이 단순하게 살고 싶다.
처갓집에 갈 때마다 장모님은 씨암탉을 잡는 대신 튀김 닭을 시켜 주신다.
‘쌍동 통닭’이라는 튀김 닭인데 그 맛이 아주 순수하다. 요즘 유행하는 치킨 집에서 맛 볼 수 없는 맛이다. 양념치킨도 아닌 것이 그냥 단순하게 튀긴 것인데 그 맛이 일품이다. 현란하게 치장된 맛이 따라올 수 없는 맛이다.
현대 우리가 사는 세상은 맛의 극치를 추구한다. 수많은 소스가 개발되고, 그 누구에게도 공개할 수 없는 양념을 비법으로 삼기도 한다.
때로는 이런 화려한 맛에서 떠나고 싶어진다.
단순하고도 원형적인 맛을 느끼고 싶다.
'원주시 태장동에 있는 쌍동통닭'
오늘도 단출하게 성경책만 펴 놓았다.
여러 주석과 성경공부 교재들을 없애고 순수하게 성경만 읽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요즘 성경세미나와 프로그램들이 얼마나 많은가? 다 제처 두고 그냥 본문의 순수한 맛을 느끼고 싶어진다.
‘주의 말씀의 맛이 내게 어찌 그리 단지요. 내 입에 꿀보다 더 다니이다.’(시119:103)라는 시인의 표현처럼 성경을 맛있게 느끼고 싶다. 사실 설교를 맛있게 준비해야 하는 사람으로서, 여러 가지 잡다한 양념에 눈길이 먼저 가게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런 조미료의 유혹을 떨쳐버리고 싶다.
여러 가지 것을 다 제쳐두고
시를 쓰는 참 맛을 노래한 시인(김현승)이 있다.
멋진 날들을 놓아두고
시를 쓴다.
고궁엔 벚꽃,
그늘엔 괴인 술,
멋진 날들을 그대로 두고
시를 쓴다.
내가 시를 쓸 때
이 땅은 나의 작은 섬,
별들은 오히려 큰 나라
멋진 약속을 깨뜨리고
시를 쓴다.
종아리가 곧은 나의 사람을
태평로 2가 프라스틱 지붕 아래서
온종일 기다리게 두고
나는 호올로 시를 쓴다…….
(김현승의 ‘시의 맛’ 中에서)
‘멋진 날들을 놓아두고’
‘멋진 약속을 깨뜨리고’
오로지 시를 쓰는 것에서 ‘시의 참맛’을 느꼈던 시인처럼 되고 싶어진다.
왜 이리 부수적인 일들로 바쁜지?
하루를 지내도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온갖 양념으로 버무려버린 시간과 일 속에서
참 맛을 잃어버리며 살고 있다.
양념이 너무 많다.
이젠 좀 단순하게 살고 싶어진다.
순수한 맛을 좀 느끼며!
첫댓글 양념 없이 단순하게 살고 싶다~ 저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