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새벽에 천둥번개에 비가 내렸지요. 초가을에 웬 천둥번개일까 하다가 마침 지인 가운데 한 사람이 어머님 칠순 잔치를 마당에서 크게 준비하고 있기에 내심 걱정하면서 그치기를 기원하였답니다. 어릴 적 여름날 한낮에 갑자기 날이 어두워지면서 번쩍하고 우르릉 꽝하며 천둥번개가 치면 왠지 무서웠던 생각이 납니다.
어른이 되어 역을 공부하면서 우레에 대한 여러 이치들을 공부하게 되었는데 그중 핵심은 중뢰진괘의 문왕 괘사와 공자가 설명한 단전입니다. 괘사에 “震은 亨하니 震來애 虩虩(혁혁)이면 笑言이 啞啞(액액)이리니 震驚百里애 不喪匕鬯하나니라(진은 형통하니 우레가 옴에 놀라고 놀라면 웃음소리 깔깔거리리니 우레가 백리를 놀라게 함에 시창인 祭主는 죽지 않느니라)” 하였고,
단전에서는 “震은 亨하니 震來虩虩은 恐致福也ㅣ오 笑言啞啞은 後有則也ㅣ라 震驚百里는 驚遠而懼邇也ㅣ니 出可以守宗廟社稷하야 以爲祭主也ㅣ리라(진은 형통하니 진래혁혁은 두려워하여 복을 이룸이고, 소언액액은 뒤에 법칙이 있음이라. 진경백리는 먼 데서는 놀라게 하고 가까운 데서는 두려워하게 함이니 나가서는 종묘와 사직을 지켜서 제주가 되리라”고 하였습니다.
자연현상인 천둥번개에 옛사람이나 지금 사람이나 놀라는 것은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하지만 성인은 이를 다른 각도로 보았지요. 처음에는 천둥번개에 놀라다가 나중에는 큰 소리를 내어 웃게 된다는 것은 늘 삼가고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일에 임하면 결국에는 복을 받게 된다는 것이지요.
이에 공자는 ‘震來虩虩(진래혁혁)은 恐致福也(공치복야)라’, 우레가 옴에 놀라고 놀란다는 것은 늘 두려운 마음을 갖고 있기에 복을 이룬다고 하였고, 不喪匕鬯(불상비창) 곧 조상을 극진히 모실 줄 아는 제주는 하늘이 늘 보호해준다고 했습니다.
달리 표현하면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된 것은 내가 특별히 능력 있고, 잘나서만 그러한 것이 아니고 잘났건 못났건 부모와 조상이 있었기 때문이므로 늘 공경하고 삼가는 마음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중용』에서 말하는 戒愼恐懼(계신공구)의 삶을 살고 있는데, 무슨 화가 미치겠습니까?
참고로 『시경』에는 여러 가지 상황을 우레와 천둥에 비유하여 표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세 가지만 들어볼까요?
하나는 ‘赫赫業業하니 有嚴天子ㅣ샷다 王舒保作하사 匪紹匪遊하시니 徐方繹騷ㅣ로다 震驚徐方하니 如雷如霆하야 徐方震驚이로다
빛나고 빛나면서 크고 크니 위엄 있는 천자셨다. 왕이 천천히 편안하게 일어나셔서 긴급하지도 않고 노닐지도 아니하시니 서주 지방이 연락하여 소요하도다. 우레가 서주 지방을 놀라게 하니 천둥이 친 듯 벼락이 친 듯하여 서주 지방이 우레에 놀랐도다 / 大雅 蕩之什 常武편)’이라 하여 늘 소요를 일으키는 변방족을 치기 위해 왕이 직접 출정하여 정벌하는 모양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일사불란한 군대를 거느리고 왕이 위엄있게 출정하는 모습에 변방족들이 미리 놀라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담아낸 것이 ‘천둥이 친 듯 벼락이 친 듯 여뢰여정(如雷如霆)’이라는 비유이지요.
그 다음은 ‘旱旣大甚이라 則不可推로다 兢兢業業하야 如霆如雷호라(가뭄이 이미 너무도 심한지라. 가히 밀칠 수가 없도다. 두렵고 위태로워 벼락과 같고 우레와 같노라 / 大雅 蕩之什雲漢편). ‘爗爗震電이 不寧不令이로다(우르릉하고 번쩍번쩍하는 천둥 번개가 편안하지 못하고 좋지 아니하도다 / 小雅) 祈父之什 十月之交편)’ 라 하여 정치를 잘못한 위정자로 인해 온나라가 하늘로부터 재앙을 받는 모습에 비유한 내용이 있습니다.
또 하나는 부역나간 남편을 그리며 잠못 이루고 뒤척뒤척하는 심란한 마음을 우릉우릉하는 우레소리에 비유한 노래도 있지요. ‘曀曀其陰(예예기음)이며 虺虺其靁(훼훼기뢰)로다 寤言不寐(오언불매)하며 願言則懷호라(음산하고 음산한 그 그늘짐이여, 우릉우릉하는 그 우레 소리로다 .잠이 깨면 잠들지 못하며 생각하면 그립기만 하노라 / 邶風 終風편)’라는 시와 소남편의 ‘殷其靁(은기뢰)’도 비슷한 비유법이지요.
2천여전의 사람들에게 천둥번개는 더욱 두려움의 상징이거나 하늘의 심판으로 보았고, 작게는 심란한 마음을 대변하는 것으로 쓰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도 표현했지만 늘 두려워하고 삼가는 마음으로 삶을 살아간다면 무슨 큰 화가 생기겠습니까?
토요일 새벽의 천둥번개는 오전 내내 비를 뿌리기도 하고 때론 볕으로 이어지기도 하다가 오후 들어서는 완전히 개인 날이 되어, 지인 집안의 잔치는 오히려 빛났답니다. 햇볕을 가리기 위해 미리 쳐둔 천막이 오히려 비막이로 더 빛을 발했고, 그 비로 인해 장막안이 시원하였으니 그야말로 震來虩虩(진래혁혁)에 恐致福也(공지복야)가 되었답니다.
우리가 늘 戒愼恐懼(계진공구) 자세로 산다면 우레가 백리를 놀라게 한다고 하더라도 결코 헛되이 다칠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공자가 조카사위를 삼았던 제자 남용(南容)에 대해 “邦有道에 不廢하며 邦無道에 免於刑戮이라(나라에 도가 있음에 버려지지 아니하며 나라에 도가 없음에 형륙을 당할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한 것이 아닐까요?
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