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동조합의 정책역량 진단과 제언
공계진 사단법인 시화노동정책연구소 이사장
금속노조정책역량강화_제언.hwp
전국금속노동조합(이하 금속노조)는 약 15만명의 조합원을 가진 국내 최대 규모의 산별노조이다. 금속노조는 본조-지부-지회 체계를 갖고 있으며 지부는 크게 기업지부와 지역지부로 나뉘어진다. 금속노조는 금속내 거의 모든 업종을 포괄하고 있지만 가장 큰 부분은 자동차업종이다. 자동차업종 종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자동차완성사로서 전체 조합원의 반 이상을 점하고 있다. 여기에 계열사 부품사 노조까지 합하면 금속노조의 2/3는 자동차업종 소속이다. 철강부문을 보면 국내 최대의 철강회사 중 하나인 현대제철을 포함하고 있다. 조선의 경우 중규모 조선소를 포함하고 있으나 소위 빅3는 산하조직이 아니다. 다만 대우조선해양만이 미전환노조라는 형태로 금속노조와 함께 사업하고 있다. 전자업종의 경우 금속노조에 가입되어 있는 노조가 많지 않다. 조합원 규모도 2,000여명에 불과하다.
이런 거대규모의 금속노조의 정책역량을 진단하고, 제안을 하고자 하는 이유는 금속노조의 노동연구원의 원장이 3년째 공석이고, 연구원을 채용하지 않는 등 정책생산 경시 상태로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금속노조의 정책역량을 △ 정책생산 △ 정책의 결정 △ 정책의 공유 △ 정책에 대한 투자 △ 정책활용 △ 정책역량강화방안을 중심으로 진단하고자 한다.
본 글은 민주노총, 한국노총의 정책역량 진단 중 일부분이며, 본 글을 위해 민주노총, 한국노총, 금속노련, 금속노조 정책담당자들을 면접했고, 본 글은 2013년 하반기에 작성되었으며 최근 일부를 보완했음을 밝힌다.
1. 정책의 생산
* 이하 1~6은 첨부된 파일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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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정책역량강화를 위한 제언
시대가 변함에 따라 노동조합을 둘러싼 환경도 변화했다.
87년 이후 성장한 노동조합은 98년 구조조정 정리해고 투쟁에서 패배한 이후 후퇴를 거듭하였다. 노동조합의 조직력은 상당히 훼손되어 힘있는 투쟁이 불가능한 지경에 처해 있다. 그래서 노동조합의 총파업은 ‘뻥파업’이 되곤 했다.
국민들의 노동조합에 대한 시각도 변했다. 이런 변화는 노동조합의 힘이 커져서 발생했지만 △ 비정규/영세사업장 노동자들과 연대부족 △ 도덕적 문제도 하나의 요인이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 정책적 대안을 세우고 △ 국민들과의 접근성을 강화하여 △ 그 힘으로 자본 및 정권과의 대화와 투쟁에서 주도성을 발휘해야 한다.
한편, 자본과 정권의 공세에 방어적 투쟁을 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이 중심이 되는 미래 사회에 대한 중장기 정책을 생산하고 그에 근거해 대안사회 건설 투쟁을 해나가야 한다.
문제는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을 불문하고 정책생산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방어적 투쟁, 대안사회 건설에서 진일보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이 정책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던 정책담당자 면접 결과 한국노총, 민주노총 불문하고 정책역량이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정책역량을 강화를 위해서는 인적/물적 투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그러나 전문역량이 부족하니 사람을 채용하라, 예산이 부족하니 예산을 증액하라, 어떤 제도를 도입하라는 식의 제안이나 서유럽의 예를 소개하는 것에 그칠 경우 별로 도움이 안된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정책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인적/물적 투자와 외국사례가 필요하지만 우리의 노동조합은 그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안되어 있고, 외국의 제도를 적용할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전제가 될 부분을 먼저 제안하고 앞에서 언급했던 것들을 제안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전제가 되는 부분은 노동조합 내에서 정책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조합원, 간부, 임원들이 정책을 찾지 않는 상황이라면 △ 굳이 정책력을 강화할 필요가 없고 △ 수요가 없을 경우 공급을 위한 정책(인적/물적/제도적)투자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정책수요 창출을 염두에 둔 제안을 몇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1) 경제주의 프레임을 버려야 한다.
경제주의 프레임은 물량을 확보하고, 이를 장시간 노동으로 소화하여 고임금과 고용을 보장받는 프레임이다. 이 프레임에서는 임단투 중심의 노조운영을 하게 되는데, 이럴 경우 정책수요는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
정책수요를 창출하려면 개혁프레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노동조합이 노사관계를 개혁하고, 공장을 개혁하며 지역과 사회, 그리고 정치를 개혁하겠다는 구상을 갖을 때 이를 위한 정책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정책에 투자를 하게된다.
2) 투쟁중심의 노조운영 마인드를 버려야 한다.
투쟁중심 지양이 투쟁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며 이 부분을 언급하고자 한다.
투쟁중심의 노조운영은 정책보다는 조직을 강조하게 만든다. 문제는 현재 노조가 직면한 환경은 투쟁만으로 노조를 발전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노조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이 국민들 속으로 들어가 그들과 파트너 관계를 맺어야 한다. 또한 정부 및 정당들과의 협상을 통해 노동조합에 유리한 제도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노동조합이 변화된 환경속에서 자신의 지위를 보존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것들이 가능하려면 노동조합이 정책중심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3) 양질의 정책이 수요를 창출한다.
산별노조 간부들의 정책에 대한 관심 수준은 낮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정책에 대한 수요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내용이 현장 수준에 맞지 않거나, 내용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정책이 간부활동에 도움이 될 경우 정책에 대한 수요는 폭증한다.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 부유세라는 정책이 공급되자 정책에 대한 수요는 폭증했다. 민주노동당은 정책생산에 엄청난 인적/물적 투자를 하였다. 그 결과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는 최대 50명의 정책전문가를 채용할 수 있었다.
4) 공유면 확대가 정책수요를 증대시킨다.
단위현장의 간부 및 조합원들은 본조 또는 상급단체에 어떤 정책이 있는지 몰라서 정책을 찾지 않는다. 정책의 존재를 알고, 그것이 활동에 유용하다는 것을 인식시키면 정책에 대한 수요는 증대한다.
그래서 정책에 대한 공유면을 확대시키기 위한 사업을 해야 한다. 즉, 정책을 기관지에 요약하여 게재하고, 정책의 내용을 이슈화시켜 뉴스레타 형식 또는 SNS 형식으로 배포하거나 교육을 하여 간부 및 조합원들이 정책을 공유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정책의 결정을 소수 또는 소규모회의에서 하지 않고 대의원대회에서 하는 것도 공유면을 넓히는 방안이다. 더 바람직한 것은 이전에 시도했던 것처럼 정책대의원대회를 진행하여 정책에 대해 깊이있게 공유시키는 것이다. 정책에 대한 공유면 확대는 곧바로 정책에 대한 수요증가로 연결된다.
정책수요를 증가시키기 위한 일련의 조치들이 진행될 때 정책력 강화를 위한 아래의 제안들이 비로소 현실화될 수 있다.
5) 전문정책연구자를 채용해야 한다.
이것은 절실하게서 요구되고 있다. 특히 미래정책을 생산하는 노동연구원에 정책전문가를 채용해야 한다. 연구원만 만들어놓고 연구자를 배치하지 않는다거나 전문성이 떨어지는 사람을 배치하면 연구원은 제역할을 하기 어렵다. 전문성을 가진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해야 한다. 그리고 전망을 세워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전문연구자들은 노동조합에 결코 오지 않는다.
6) 정책기금을 조성해야 한다.
한국노총, 민주노총 모두 재정사정이 어렵다. 그래서 한국노총은 고용노동부의 지원금으로 정책연구를 하고 있고, 민주노총은 아무 대책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금속노조도 재정부족을 이유로 정책연구비를 줄여왔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조합비로 신규채용비, 정책연구비를 확보하기 어렵다.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세가지이다.
첫째, 기금을 조성하는 것이다. 정책수요 창출을 전제로 년 1회 수입에 1%를 정책기금으로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금속노조는 이 기금을 갖고 전문연구자를 채용하고, 양질의 정책을 생산, 공급하여 정책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둘째, 산하조직 특히 대공장들의 연구프로젝트를 수주하여 정책연구비를 충당해야 한다. 대공장들은 재정적 여력이 있기 때문에 연구용역을 발주할 수 있다. 이것은 노동연구원이 양질의 정책을 공급할 수 있다는 신뢰가 형성될 때 가능하다.
셋째, 국가재정을 활용해야 한다. 기금만 갖고 정책역량을 강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가재정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다만, 국가재정으로 인해 정책의 자주성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 비율이 50%를 넘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7) 전환배치를 막아 정책역량을 축적시켜야 한다.
현안정책을 생산하는 정책실에 전문연구자가 채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정책력을 강화하려면 이곳에도 전문연구자를 배치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어렵다면 정책실에 배치된 성원들의 전환배치를 막아 일속에서 정책역량이 강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정책연수, 안식년 제도 등을 도입하여 정책충전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8) 정파의 지배와 간섭배제
정파는 민주노조를 일군 일등 공신이었지만 이후 선거에 매몰, 선거조직화되면서 그 순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현재의 정파는 노동의 미래에 대한 정책을 생산하고 경쟁을 하기 보다는 금속노조의 상층권력을 잡기 위해 이전투구하고 있다. 이 이전투구가 금속노조가 정책적 대안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따라서 금속노조의 정책력강화를 위해서는 정파의 지배와 간섭을 배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