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유도공원에서 띄우는 배 외 1편
김철교(시인, 평론가)
한강은 나의 자서전
세상 문에 귀를 대고 조심스레 두드렸을 때
크고 작은 나무들을 얼싸안은
바윗돌 사이사이 물 거울 파편에 반짝이는
푸른 꿈의 조잘거림을 들었네
이리저리 떠밀려 불혹(不惑)에 이르러
이 골 저 골에서 실려 오는 풍문에 귀 기울이며
잦아 저가는 설렘의 잔상이나마 붙잡으려
차츰 눙쳐진 흐름
어찌어찌 선유도 쯤에서는
세상과 세상을 이어주는 다리를 머리에 이고
넓은 하늘 담아내려 품을 넓히면서
에라, 오만 욕심 구태여 버리지 않고
느림의 미학을 수업하는 중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꽃 피운 대나무
이파리를 따서 배를 접어
강물에 띄운다
배롱나무
몽실몽실 꽃구름 일으키며
오직 푸른 하늘만을 사모한다
“너는 보았니?
저 구름너머에는 어떤 세상이 있을까?”
“지상엔 살벌한 뉴스가 넘쳐나도
아직은
꿈 꿀 수 있는 하늘이 있죠.”
“목재로도 쓸모없는데
오랜 세월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세상이 아무리 삭막해도
아직은 감성이
이성보다 윗자리에 있는 때문이겠지?
“시(詩)의 날개가 부러지지 않는 한
살만한 세상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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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김철교 시, <선유도공원에서 띄우는 배>, <배롱나무>, 시와시학 2022년 여름호.
김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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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16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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