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9일
하루하루 똑같이 지나가는 일상이 지겹다.. 여름 휴가 끝나면 다시 재충전해 일도 열씨미 할것 같았는데 나의 일상은 항상 같다..
마음이 문제다..
머릿속의 생각과 맘이 일치 하지 않아 짜증만 난다.. 그래서 다시 떠나기로 했다.. 꼭 일년만이다.. 어디 갈까 고민하다 목적지를 정했다..
그래 떠나자..
혼자 생각도 좀하고 정리하고 돌아오자..
아침 8시 17분 표를 예매하고 기차에 몸을 실었다..
아침을 먹지않은 터라 삼각김밥, 17茶, 오렌지주스로 기차안에서 대충 때웠다..
경북선 열차는 첨타본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유난히 많이 타고 있다.. 난 창밖으로 펼쳐진 시골풍경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왜 힘들어 하는지? 내가 선택한 결과에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복잡한 내 머릿속을 하나하나 정리 해본다..
이런저런 생각 하며 2시간정도 달려 점촌역에 도착했다.. 한번쯤 이런 시골역에 와보고 싶었다.. 근데 내맘에 꼭드는 역이다..(담에 한번더 오고싶은곳)
이곳은 정말이지 동화속에 나오는 그런 역인것 같다..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것이 자꾸 눈길이 가게 만든다..
흐트러지게 피어있는 코스모스가 나를 반갑게 맞아준다.. (카메라에 다 담을수가 없어서 아쉽다)
집으로 돌아갈 기차시간을 알아보고
기념으로 스탬프를 찍어달랬더니 직접찍어 보라며 건네신다.. 첨 찍는거라 살짝 긴장(?)했는지 잘 못찍어 두번 찍게 되었다..ㅋ
그리고 점촌역의 자랑 명예역장 아롱이 다롱이 명함도 주셨다.. 기차역에 내리면 바로 아롱이 다롱이가 보이는데 그 사진은 실수로 지워져버렸다ㅜ
아무튼.. 역도 너무 예쁘게 잘꾸며졌고 명예역장 강아지들도 보고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 이쁜것만 보게 되어서 오늘 여행이 즐거움만 가져다 줄것같다..
동대구역에선 점촌으로 가는 열차가 하루에 3번 그리고 주말에는 4번 밖엔 운행되지 않아 시간을 잘 알아보고 타야할것 같다..
대구로 가는 막차가 주말이라 6시 25분에 있다고 한다.. 그시간까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는걸로 계획을 잡고 버스정류장을 찾아 헤매본다..
사거리에서 횡단보도 신호등이 바뀔때까지 기다렸다.. 하지만 나 혼자 바보같이 기다렸다.. 여기 사람들은 아무도 신호등이 바뀔때 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그냥 건너간다.. 하지만 준법정신 이 뛰어난 나는 초록불이 될때 까지 기다렸다..ㅋ
역에서 한 5분(?)정도 거리에 내가 타고 가야할 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그리고 관문으로 가는 버스 시간을 체크했다..
그런데.. 헐....
기차역에서 사진찍고 노느라 내가 타야할 관문행 버스(10 시 43분)를 10분 전에 놓친것이다.. 할수 없이 12시 3분 버스를 기다리기로 했다..
1시간 10분 동안 시간이 남아서 걸어다니며 동네구경 하기로 했다.. 작은 마을이지만 여기가 읍내(?)인듯 했다.. 옷가게도 많고 파리바게트도 있고
(파리바게트에서 샌드위치도 샀다) 미스터피자도 있고 식당들도 많고.. 근데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없다.. 시간이 되어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괜히 옆에 앉은 할머니에게 슬쩍 말도 건네본다.. (작년 혼자 담양여행 갔을때 한마디도 안하고 있다가 입에서 단내단다 는게 무슨의미인줄 알았으니까..
그때 내가 느낀건 난 참 수다 떠는걸 좋아하는 아이구나 느꼈으니까..)
"할머니 여기서 관문행 버스 타는거 맞나요?" "버스비는 얼마예요?" " 할머니는 어디 가세요?"
할머니들은 첨 본 사람이라도 말을 잘 받아주신다.. 할머니랑 수다떠는 사이 내가 타야하는 버스가 먼저 도착해 할머니께 "고맙습니다" 인사하고 버스에 올랐다..
버스를 타고도 한시간 정도 달려 드디어 오늘 목적지 "문경 새재" 에 도착했다.. 아침에 나섰을땐 날씨가 흐렸는데 여긴 하늘도 넘넘 푸르고 햇살은 너무나도
뜨겁다.. 덕분에 파란하늘과 흰구름 초록 나무들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밝게 빛나는 태양처럼 우울한 내마음도 빨리 걷히고 앞으로 좋은 일들만 가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지금부터 "화이팅" 외치며 제 1관문에서 제 3 관문 까지 씩씩하게 걸어가기로 했다.. 자!! 출발~
튼튼한 내 다리야.. 오늘 열씨미 걸어주길 바래.. 급할것 없으니 아주 느리게 하지만 씩씩하게 걷자..
여기가 제 1관문 (주흘관)이다..
제 1관문을 지나고 나면 나무가 우거져 있는 길이 펼쳐진다.. 햇살이 넘 따가워 땀이 등줄기 타고 흘렸는데 여기 들어서니 너무나도 시원하다..
이길부터는 흙길이라 사람들이 너나할것 없이 맨발로 걸어다녔다.. 나도 갑갑해 하는 내 발을 위해 기꺼이 신발을 벗어들고 맨발로 걷기 시작했다..
신발을 신고 걷는것 보다 훨씬 걷기가 편하다.. 내발도 이 흙길을 좋아하는것 같다..
다정히 걸어 오는 부부가 보기좋다..
이바위 이름은 "꾸구리 바위" 란다.. 이바위엔 재미난 유래가 있다..
송아지를 잡아먹을 정도의 큰 꾸구리가 살고있어 사람들이 바위에 앉아 있으면 물속의 꾸구리가 움직여 바위를 움직였다고 한다.
이 꾸구리는 아가씨나 젊은 새댁이 지나가면 희롱하였다고 하는데 혹시 내가 지나가면 희롱하는거 아닌가? 하는 혼자만의착각을 하며 걷는다..ㅋ
따갑게 비추는 햇살에 내 그림자가 선명하게 비친다..
살다보면 가끔은 힘들고 외로울때가 있다.. 그리고 내 뜻대로 되지 않을때도 있다.. 내 진심이 전해지지 않을때.. 내 믿음이 상처가 되어 돌아왔을때..
그런 일들 때문에 난 지치게 된다.. 그럼 잠시 뒤로 한발짝 물러서서 나를 한번 다시 되돌아본다.. 그리곤 외롭고 지친 나에게 말한다..
봐라.. 곁에서 항상 지켜주는 내가 있다고 저 그림자처럼 항상 내곁에서 날 응원할테니 힘내라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다 잘될테니 씩씩해지자고!!
그래.. 안다.. 난 보란듯이 다시 일어설꺼라고.. 화이팅!! 을 외쳐본다.. 그리고 조금은 늦더라도 여유롭게 천천히 가자고.. 나를 다독인다..
길옆으로 계곡물이 흐르는데 너무 너무 맑고 투명해서 그냥 지나칠수가 없었다.. 그리고 두 발을 담가본다.. 시원하다.. 사람들의 마음도 이렇게 투명해서 다 엿볼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적어도 상처받는 사람은 없을텐데..
말이다
한참을 걷다 내려오는 아줌마에게 2관문 다 와가냐니까 거의 다왔다고 했는데.. 그후로 30분은 족히 더 걸은것 같다.. 걸어온지 한시간 반정도(?) 제 2관문으로 가는
푯말이 나왔다.. 휴우.. 덥다
드뎌 제 2관문 (조곡관)에 도착했다.. 혼자 걸어서 그런지 꽤 먼것같은 느낌.. 담엔 친구들과 수다떨며 걸어옴 금방 오겠지??
조곡관 앞에서 타이머 맞춰 혼자 셀카도 찍고.. 잠시 쉬었다 가기위해 앉아 있을만한 곳은 찾아본다..
혼자 앉아 있기에 적당한 바위를 찾았다.. 먼저 운동화를 내려 놓고 바위에 걸터 앉았다..
예쁜 내발.. 맨발로 걸어오느라 수고했어!! 걷다가 가끔 지렁이 밟을뻔도 했고 죽은 곤충 밟을 뻔도 했지만 요리조리 잘 피해왔어..
열씨미 걸어온 흔적이 보이는군..ㅋ
그러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 봤는데.. 와아~ 예쁘다.. 구름..
비록 혼자지만 씩씩하게 걸어온 나를 위해 승리의 V를 그리며..
아.. 배고프다.. 파리바게트에서 사온 샌드위치 꺼내서 맛있게 냠냠 먹는데 어떤 커플이 날 쳐다 보며 다가온다.. (내가 이상하게보이나?)
그리곤 휴지 있음 좀 달란다.. 모야?? 시간을 보니 3관문 까지 걸어가기엔 좀 빠듯한듯 했다.. 여기서 점촌까지 가는 버스시간도 고려 해야하고
6시 25분 기차도 타야하고 이래저래 시간이 부족했다.. 놓쳐버린 10시 43분 차 탔으면 딱 좋았을텐데.. 어쩌겠는가? 오늘은 여기까지만 걷고 담에
3관문 까지 걸어가봐야지 하고 돌아섰다..
이제 내리막 길이여서 걷기엔 더 편할것 같다.. 인생도 숲길처럼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있는것 같다.. 계속 오르는 것만이 다가 아니고, 내리막길이라고 해서 끝으로가는 것은 아니다.. 오르막길에서는 조급함을 버리고 겸손하게 내리막길에서는 더 큰 기대와 믿음을 가지고 희망차게 걸으면 되는것 아닌가 ..
역시 내리막길은 금방이다.. 40분 정도 빠른걸음으로 걸었더니 벌써 다 내려왔다.. 버스 오는 시간까진 한 20분 정도 남았길래 오미자차 한잔마시며 기다렸다..
열매의 신맛,단맛,쓴맛,짠맛, 매운맛 다섯가지 맛이 섞여 "오미자" 라고 한다는데.. 글쎄다.. 난 목이 말라 벌컥벌컥 마시느라 맛을 잘 못느꼈다..
내가 타야하는 버스는 4시 15분 점촌행 버스.. 차 가지고 오면 더 쉽게 여행하고 시간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는데.. 그래도 난 기차도 타보고 그 지역 버스도 타보고
사람 구경도 하고 내가 직접 운전 안해도 되니 잠오면 졸면 되고 책 읽어도 되고 하는게 너무 좋다.. 친구들은 말한다..
여자 혼자 위험하지 않느냐? 같이가줄까? 외롭지 않느냐? 난 절대 No!! 라고 말한다.. 너희들도 혼자 떠나보라고.. 느껴보라고 말하고 싶다..
다시 한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와 점촌역에 내렸다.. 그리고 역에 가서 막차 표를 예매할려는데.. 헉ㅠ 매진이란다.. 역무원이 미리 끊어놓고 가지 왜 그냥 갔었냐고
그런다.. 그러게.. 왜 시간만 알아보고 그냥 갔을까? 입석이라도 가능하겠냐는데 2시간동안 서서는 도저히 못가겠다.. 기차 아니면 뭐 대구 못가나?
택시 타고 고속터미널로 갔다.. 다행히 대구로 가는 버스가 바로 있어서 승차권 구입 하자마자 올라탈수 있었다.. 에구궁.. 피곤이 밀려와 대구오는 내내 창문에
머리 부딪히며 잠만 잤다..
똑같은 일상이 지겨워 떠난 여행인데 역시 잘 다녀온것 같다.. 맘정리도 어느정도 되는것 같고 이제 일도 열씨미 할수 있을것 같다..
새로운 내일을 위해 힘차게 "화이팅 "을 외친다!!
첫댓글 여행은 영혼을 살 찌우는 것입니다. 즐여 축하합니다.
고맙습니다^^ 앞으로 여행 마니 다녀볼 생각이예요.. 영혼이 포동포동 살찔때까지요..ㅎ
혼자 떠난길이라지만 결코 혼자가 아닌 길, 잘 다녀 오셨군요. 문득 나도 떠나봐야 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지네요~ "오르막길에서는 조급함을 버리고 겸손하게 내리막길에서는 더 큰 기대와 믿음을 가지고 희망차게 걸으면 되는것 아닌가 .." 맞아요, 사람은 늘 겸손이라는 단어를 잊어서는 안되겠지요. 조만간 두바퀴로 세상을 만나러 가입시더, 팽이 화이팅!
화이팅!! 감사해요~^^ 조만간 뵈요~ 호연지기님!! 요즘 우리 회원님들 넘 보고 싶어요~ㅎ
의미 있는 여행 하고 오셨네요...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