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와 생강나무 ② - 생강나무

[김인환]

- 100322 (월)

-  산수유와 생강나무 ② 생강나무 - 식물이야기 (27)

오늘은 지난번 “산수유”에 이어서 비슷한 꽃을 피우는 “생강나무” 이야기입니다.

서로 비슷한 두 나무를 비교하고 구분하시려면 이번과 지난번의 글을 함께 보시면

구분이 잘 되시겠습니다.

2. 생강나무

녹나무과의 낙엽관목인 생강나무는 이른 봄 잎이 나기 전에 산수유와 비슷한

시기에 자그마한 노란 꽃을 피우는데 우리나라 전국에서 산기슭, 계곡의 바위틈,

개천가 등 반그늘이 지고 기름진 곳에서 잘 자라는데 보통 산의 높이 1,000미터

이하에서 자랍니다.

또 생강나무는 다른 나무와도 잘 어울리므로 웬만한 나무라면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소나무 숲이나 참나무 숲에서도 잘 자라며 소금기가 있는 바닷가에서도

잘 자랍니다.

키는 보통 2~3미터로 자라는 중간키의 나무인데 아주 크게 자라는 것은

약 7미터까지 자란 것도 발견된다고 합니다.

생강나무의 잎과 꽃을 손으로 비비거나 가지를 자르면 생강냄새가 난다고 해서

생강나무라고 부르는데 다른 이름으로는 산동백, 동박나무, 올동백, 아위나무, 가세,

가세촉, 새앙, 시앙, 황매목(黃梅木) 등등 여러 가지 이름이 있습니다.

생강나무의 종류로는 털생강나무, 둥근생강나무, 고로쇠생강나무가 있는데

고로쇠생강나무는 전북 정읍의 내장산에서만 자라는 우리나라 특산식물입니다.

생강나무의 꽃말은 “수줍음” 입니다.

* 생강(生薑 = Ginger)

  우리가 양념으로 많이 쓰고 또 수정과의 재료가 되는 “생강”은 서인도 또는 남부아시아가

  원산지라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고려시대 이전부터 썼다고 전해오는 다년생 풀인데 우리가

  쓰는 부분은 뿌리입니다. 전북 완주군 봉동읍의 생강이 유명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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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꽃

생강나무는 은행나무, 뽕나무, 이팝나무 등과 같이 암, 수가 다른 나무이며

나무줄기의 꽃줄기에 작은 꽃이 꽃자루 없이 뭉치듯 바싹 붙어서 피는데

다섯 송이씩 모여 피어 산수유와 같이 “산형꽃차례(繖形=傘形)”를 이룹니다.

꽃이 줄기에 바싹 붙어서 피니까 산수유보다 풍성한 느낌이 적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암꽃에는 퇴화한 수술의 모습이 남아있고 수꽃에는 퇴화한

암술의 모습이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 이런 나무를 “암수딴그루”, “자웅이주(雌雄異株)” 또는 “이가화(二家花)”라고 부릅니다.

(2) 잎

잎은 잎 몸 아래쪽에서 잎맥이 크게 세 갈래로 나오고 그 잎맥을 중심으로 또 다른

잎맥이 위쪽에서 세 갈래로 둥글게 나오는데 심장모양입니다.

차나무가 귀한 북쪽지방에서는 어린잎을 말려서 “작설차(雀舌茶)”라고 부르며

차로 만들어 마셨고 또 생강이 귀한 지방에서는 잎을 말려서 가루로 만들어

생강대신으로 썼습니다.

* 작설차(雀舌茶)

  갓 나온 차나무의 어린잎은 마치 참새의 혓바닥과 같이 생겨서 이것을 따서 만든 차를

  이렇게 부르는데 차의 맛이 좋아서 높게 평가하지요.

  그렇지만 생강나무의 어린잎도 차나무의 어린잎과 비슷해서 이렇게 부릅니다. 

또 어린잎으로는 나물로 먹기도 하고 찹쌀가루를 묻혀 튀겨서 “튀각”으로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그리고 가을에는 노랗게 단풍이 들어서 아주 예쁜데 다른 나무들의 단풍색깔과

함께 숲속의 색깔을 풍성하게 해 줍니다.

(3) 나무껍질 (수피=樹皮)

생강나무의 껍질은 짙은 회색으로 매끄럽고 두툼한 느낌을 주는데 나뭇가지와

나무껍질은 말려서 썰어서 약으로 쓰는데 건위제(健胃劑), 복통, 해열 및 타박상,

어혈이나 멍들고 삔 데 쓴다고 하며 산에 가서 다치거나 하면 한번 시험해 볼만도

합니다. 한방(韓方)에서는 황매피(黃梅皮)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4) 열매

가을에 둥근 열매가 열리는데 지름이 1센티 이내, 보통 0.7~0.8센티 정도의

크기인데 처음에는 노랗다가 빨개졌다가 마지막에는 자줏빛 도는 검은색으로

익습니다.

산수유와 같이 “장과(漿果)”에 속합니다.

열매에서 얻은 기름은 마치 “동백기름” 같이 향기가 좋고 깨끗해서

강원도지방에서는 “산동백”이라고 부르며 예전에는 머릿기름으로 사용했습니다. 

(5) 서울에서 “생강나무”가 유명한 곳

“창덕궁 후원(昌德宮 後苑)”과 “창경궁 경춘전(昌慶宮 景春殿)” 뒤쪽이 잘 알려져

있는데 “창경궁 경춘전(昌慶宮 景春殿)”은 조선 제22대 임금인 정조가 태어난

곳이고 그 어머니이며 “사도세자=장조”의 왕비인  “혜경궁 홍씨(惠慶宮 洪氏

= 경의왕후-敬懿王后)가 돌아가신 곳이기도 합니다.

(6) 강원도 정선아리랑 속의 생강나무

“정선아리랑”에는 다음의 구절이 있습니다.

“ 떨어진 동박은 낙엽에나 쌓이지

  사시사철 임 그리워 나는 못살겠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아우라지 지장구 아저씨 배 좀 건네주게

  싸리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

--- 아우라지 나루터에는 싸리골이라 불리는 강 건너 마을이 있고 그곳에는 동백나무,

    즉 생강나무가 많이 자라는데 생강나무열매를 주우러 건다고 핑계대고는 처녀들이

    임 만나러 간다는 노래입니다.

--- 여기서 나오는 “지장구아저씨”는 이름이 ”지유성“이라는 실존인물로 1960년 초까지

    약 40년간 아우라지에서 뱃사공을 하신 분인데 노래도 잘하고 또 여러 가지 재주가

    많아서 명물인 분이었다고 합니다.

* 아리랑 :

  우리나라에는 통상 가장 많이 불리는 “경기아리랑-십리도 못가서 발병 났네~~“,

  그리고 “강원아리랑”, “정선아리랑”,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의 5대 아리랑이 있는데

  이 중에서 “정선아리랑”이 가장 애절합니다.

  - “밀양아리랑”은 “날 좀 보소~~~~”로 시작되는 가사가 유명하고 “진도아리랑”은

    예전에 “서편제”라는 영화에서 “완도군 청산도” 보리밭 사이 길에서 ”오정해“씨가

    춤추며 부르는 장면으로 유명해졌는데 이들 중에서 “정선아리랑” 만이

    “강원도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 아우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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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선아리랑”이 나왔으면 “소양강처녀” 노래도 이야기해야 합니다.

  - 반야월작사 / 박상용작곡 / 김태희-한서경노래

  해 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 외로운 갈대밭에 슬피 우는 두견새야
  열여덟 딸기 같은 어린 내 순정 너마저 몰라주면 나는 나는 어쩌나
  아~그리워서 애만 태우는 소양강처녀

  동백꽃 피고 지는 계절이 오면 돌아와 주신다고 맹세하고 떠나셨죠
  이렇게 기다리다 멍든 가슴에 떠나고 안 오시면 나는 나는 어쩌나
  아~그리워서 애만 태우는 소양강처녀

  달뜨는 소양강에 조각배 띄워 사랑의 소야곡을 불러주던 님 이시여
  풋 가슴 언저리에 아롱진 눈물 얼룩져 번져나면 나는 나는 어쩌나
  아~ 그리워서 애만 태우는 소양강 처녀

  # 여기서 “동백꽃”은 “생강나무꽃”을 말한다는 것은 아시겠지요?

(7) 김유정의 “동백꽃”

다음은 “김유정”의 유명한 단편 “동백꽃”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 내가 점심을 먹고 나무를 하러 갈 양으로 산으로 올라서려는데, 점순네 수탉이 아직

상처가 아물지도 않은 우리 닭을 다시 쪼아서 선혈이 낭자했다. 나는 작대기를 들고

헛 매질을 하여 떼어 놓았다. 나흘 전에 점순이는 울타리 엮는 내 등 뒤로 와서 더운 김이

홱 끼치는 감자를 내밀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밀어 버렸다. 이상한 낌새에 뒤를 돌아본

나는, 쌔근쌔근 하고 독이 오른 그녀가 나를 쳐다보다가 나중에는 눈물까지 흘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다음날 점순이는 자기 집 봉당에 홀로 걸터앉아 우리 집 씨암탉을

붙들어 놓고 때리고 있었다. 점순이는 사람들이 없으면 수탉을 몰고 와서 우리 집 수탉과

싸움을 붙였다. 하루는 나도 우리 집 수탉에게 고추장을 먹이고 용을 쓸 때까지 기다려서

점순네 닭과 싸움을 붙였다. 그 보람으로 우리 닭은 발톱으로 점순네 닭의 눈을 후볐다.

그러나 점순네 닭이 한번 쪼인 앙갚음으로 우리 닭을 쪼았다. 점순이가 싸움을 붙일 것을

안 나는 우리 닭을 잡아다가 가두고 나무하러 갔다. 소나무 삭정이를 따면서 나는 고년의

목쟁이를 돌려놓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점순이가 바윗돌 틈에 소복이 깔아 놓고 앉아서

닭싸움을 보며 청승맞게 호드기를 불고 있다. 약이 오른 나는 지게막대기로 점순네 큰

수탉을 때려 죽였다. 그러자 점순이가 눈을 흡뜨고 내게 달려든다. 점순이는 자기 말을

들으면 일러바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그리고 뭣에 떠다 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너 말 마라?"

"그래!"

조금 있더니 요 아래서,

"점순아! 점순아! 이년이 바느질을 하다 말구 어딜 갔어?"

하고 어딜 갔다 온 듯싶은 그 어머니가 역정이 대단히 났다.

점순이가 겁을 잔뜩 집어먹고 꽃 밑을 살금살금 기어서 산 아래로 내려간 다음 나는 바위를

끼고 엉금엉금 기어서 산 위로 치빼지 않을 수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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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정(金裕貞 : 1908 ~ 1937 : 30세)

  강원도 춘성군 실례마을(현재 - 강원도 춘천시 신동면 증리 실례마을)에서 태어나 짧은

  생애동안에 많은 아름다운 작품을 남겼는데 대표작은 “동백꽃”, “봄 봄”, “금 따는 콩밭”,

  “안해”, “소낙비”, “봄과 따라지” 등등 그 외에도 많이 있습니다.

* 경춘선 열차(청량리-남춘천)을 타고 가면 종점인 남춘천역 바로전의 역 이름이 전에는

  “신남역”이었는데 지금은 “김유정역”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철도역 중에서는

  유일하게 사람이름을 역 이름에 붙인 경우입니다.

  그곳에 가면 “김유정 문학촌”이 있고 매년 추모제와 문학제가 열립니다.

- 또한 이곳에서는 소설의 테마가 되는 “생강나무”를 보실 수 있는데 함께 비교해 보라고

  “산수유나무”도 심어 놓았습니다.

- 춘천 “의암호” 옆의 “옷바위” 위에 “김유정”님의 시비(詩碑)가 세워져 있습니다.

# 2010년 말에는 경춘선복선전철(신상봉-춘천)이 개통될 텐데 아련한 추억의 열차가

  등산배낭의 사람들로 북새통이 되지나 않으려는지...

  그런데 현재 운행하고 있는 중앙선복선전철(청량리-용문)은 이미 휴일이나 평일이나

  아침부터 저녁까지 배낭 멘 분들이 가득한데 1/3 이상이 아줌마들이더군요. 굉장합니다.

# 현재의 경춘선열차는 당초의 “춘천역”이 교통흐름을 방해하고 춘천시의 외곽에 있다는

  이유로 폐쇄하고 “남춘천역”까지만 운행했었는데 이번에 복선전철을 다시 만들면서

  “춘천역”을 다시 살린다고 하는데 물론 위치는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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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강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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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주중관]

정말 산수유와 흡사하군요, 색깔과 형태가요.. 선배님 소개에 필 받아 구례 산수유 마을을 들렸는데, 정말 장관이더군요. 노란 산수유 꽃으로 덮힌 산과 마을 곳곳하며, 개울과 정다운 돌담 등.. 너무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산수유 차도 마셨는데, 붉으스레한 색깔에 맛은 시더군요. 몸에 좋다니..ㅎㅎ 감사합니다.

[김인환]

예~~~ 정말 비슷해서 멀리서 보면 헷갈립니다. 본문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산수유와 생강나무 그리고 매화와 벚꽃의 구분은 자주 보시는 분들은 금방 구분이 되지만 자주 보시지 않는 분들은 가까이 가셔야 구분이 됩니다. 어느 것이나 모두 이른 봄의 꽃부터 여름과 가을의 열매까지 우리를 즐겁게 해 주고 있으니 너무나 고마운 일입니다. 말씀드린대로 산수유차나 산수유술은 몸에 좋으니까 많이 드시면 좋은데 뭐 우리 주위의 모든 먹거리가 다 몸에 좋으니까 골고루 맛보시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