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음식점은 어디?'
'그리고 그 음식점의 메뉴는 무엇?'
한국음식을 입에 대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단순한 호기심에 알게 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음식점은 역시 서울의 중심인 종로에 있고 메뉴도 역시 한국의 남녀노소가 다 즐겨먹는 '설렁탕' 입니다.
무려 100년이 넘게 한 곳에서 설렁탕을 만들고 있는 곳에 전격 방문해봤습니다.
자~ 지금부터 저와 함께 시간여행을 떠나봅시다!
현대적인 고층빌딩들이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는 종로의 중심에서 골목으로 살짝 들어갔더니 풍경이 갑자기 일변합니다.
세월에 낡았지만 건물자체에서 왠지 모르게 풍기는 위엄에 압도되어 저는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건물을 멍~하고 보면서 생각에 빠졌습니다.
마치 웜홀같은 나무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 순간 2009년에서 1909년으로 됩니다.
저를 제외하고 모든 것이 흑백으로 보입니다. 역시 착각이겠죠?(^.^)
손님의 대부분은 역시 할아버지, 할머니입니다.
저는 여기서 아기손님, 40대손님은 여기서 어린이손님, 50대손님은 여기서 학생손님,
60대이상이 되야 어느정도 단골 어른 손님으로 인정받는 분위기입니다.
설렁탕에 꼭 필요한 파는 넉넉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한국 어느 설렁탕집을 가도 평범하게 볼 수 있는 파조차 왠지 모르게 다르게 느껴집니다.
가게가 100년이 넘어서 그런가 봅니다(^.^)
100년의 세월을 이겨낸 설렁탕이 드디어 눈 앞에 도착했습니다.
한국대표 숟가락인 인삼숟가락도 함께 왔습니다(^.^)
그리고 서울식 깍두기와 김치도 설렁탕의 맛을 서포트해주기 위해 나섰습니다.
일단 파를 대량으로 넣습니다.
파 따위 대충 털어넣어도 되지만 오늘따라 손길이 조심스러워집니다.
국물 맛을 먼저 봅니다.
순간 싱겁다고 느꼈지만 이제까지 먹은 설렁탕이 자극적인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좀 더 깊은 맛을 위해 소금을 약간 넣어봅니다.
이제 아주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나기 시작합니다. 당연히 조미료맛은 없습니다.
원래는 김치에 밀리지만 설렁탕과 함께라면 깍두기에 먼저 손이 갑니다.
역시 설렁탕의 베프(베스트프렌드)는 깍두기입니다.
얼굴살이 아플정도로 추운 서울의 겨울 날씨에 뜨끈뜨끈한 설렁탕에 깍두기 하나 올려 먹으니까 행복 그 자체가 밀려옵니다.
아무 말없이 숟가락질을 하고 있는 저에게 한국친구는 맛있냐고 물어봅니다.
하지만 저는 쉽게 답을 할 수 없습니다.
100년을 이어온 설렁탕의 맛을 한국에 이제 겨우 9년을 보낸 한 외국인이 어떻게 감히 평가할 수 있겠습니까?
빈 뚝배기의 바닥을 인삼숟가락으로 몇 번 긁어보다가 그만 포기하고 일어섭니다.
웜홀같은 나무대문 밖으로 이제 2009년이 보입니다.
자~ 이제 시간여행을 끝내고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가게를 빠져나와 하늘을 올려다 보니 종로타워와 가게건물이 한눈에 보입니다.
네. 저는 지금 100년을 사이에 두고 서있습니다.
설렁탕의 맛만 생각하면 일부러 이곳을 찾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냥 분위기 자체로도 행복해지는 곳에서 식사하고 싶다면 한번쯤 가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最古음식점을 다녀와서.... 사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