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17장의 첫 본문은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직접 하신 설교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일세기 후반기의 교회지도자들이 예수님의 입을 빌어 교회공동체의 생활강령을 말한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1~4절을 보겠습니다.
1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죄짓게 하는 일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죄짓게 하는 사람에게는, 화가 있다.
2 이 작은 사람들 가운데 하나를 죄짓게 하는 것보다, 차라리 자기 목에 연자맷돌을 매달고 바다에 빠지는 것이 나을 것이다.
3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여라. 다른 제자가 죄를 짓거든 꾸짖고, 회개하거든 용서하여 주어라.
4 그가 네게 하루에 일곱 번 죄를 짓고, 일곱 번 네게 돌아와서 '회개한다'고 하면, 너는 용서해 주어야 한다."
이 본문은 공동체 구성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이 당사자들의 문제로 그치지 않고 공동체 전체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기에 용서와 화목에 대해 강조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어서 5~6절을 보겠습니다.
5 사도들이 주께 말하기를 "우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 하니,
6 주께서 말씀하셨다. "너희에게 겨자씨 한 알 만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이 뽕나무더러 '뽑혀서, 바다에 심기어라' 하면, 그대로 될 것이다.
이 본문은, 앞의 본문에서 신도들을 책망한 교회지도자들이 그들의 믿음을 다잡아주고 격려하기 위해 수록한 말씀일 것입니다. 이어서 7~10절을 보겠습니다.
7 너희 가운데서 누구에게 밭을 갈거나, 양을 치는 종이 있다고 하자. 그 종이 들에서 돌아올 때에 '어서 와서, 식탁에 앉아라' 하고 그에게 말할 사람이 어디에 있겠느냐?
8 오히려 그에게 말하기를 '너는 내가 먹을 것을 준비하여라. 내가 먹고 마시는 동안에, 너는 허리를 동이고 시중을 들어라. 그런 다음에야, 먹고 마셔라' 하지 않겠느냐?
9 그 종이 명령한 대로 하였다고 해서, 주인이 그에게 고마워하겠느냐?
10 이와 같이, 너희도 명령을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우리는 쓸모 없는 종입니다. 우리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여라."
일세기 후반 교회공동체의 구성원들 가운데, 자기가 봉사하는 일에 비해서 대접이 소홀하다고 불평하는 사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문제에 대해서 ‘우리는 대가를 생각하지 말고 그저 종의 자세로 일해야 한다.’고 다짐하는 내용일 것입니다.
이어지는 본문은 누가의 고유 자료로, 예수께서 나병 환자 열 사람을 고쳐주시고 제사장에게 보내셨는데, 가는 동안에 모두 나았다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열 사람 중에 오직 한 사람만 예수님께 돌아와서 감사 인사를 드렸는데, 그 사람이 사마리아인이었다고 본문은 말합니다. 이 본문은 복음이 이방 세계로 확산되어가던 일세기 후반기에, 유대계 그리스도인들의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해 당시 교회지도자들이 예수님의 입을 빌어서 말한 창작으로 보여집니다.
이어지는 본문은 하나님의 나라와 종말의 징조에 대한 내용입니다. 20~21절을 보겠습니다.
20 바리새파 사람들이 하나님의 나라가 언제 오느냐고 물으니,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하나님의 나라는 눈으로 볼 수 있는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
21 또 '보아라, 여기에 있다' 또는 '저기에 있다' 하고 말할 수도 없다. 보아라,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 있다."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 있답니다. 공동번역에도 ‘하느님 나라는 바로 너희 가운데 있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개역개정판에는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 라고 되어 있고, 영어성경 CEV에는 ‘God's kingdom is here with you.’ ‘하나님의 왕국은 바로 여기, 너희와 함께 있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바로 여기, 너희와 함께 있다’는 이 본문의 말씀은, 하나님의 나라를 공간적으로 이해하지 말고 관계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너희 가운데 있다.’ 그러니까 ‘너희가 서로 사랑하는 공동체를 이루고, 사랑이 넘치는 사회를 만들면, 그곳이 바로 하나님의 나라다.’ 라는 말씀입니다.
저는 천국과 지옥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저 하늘 위에, 그리고 땅 속 깊은 곳에 공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마음속에 존재한다고 믿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사랑을 심으면 우리 마음에도 천국이 이루어지고, 우리 사회에도 천국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우리가 증오와 갈등을 심으면 지옥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우리 마음에도, 우리 사회에도 지옥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 천국과 지옥은, 예수님 말씀처럼, 겨자씨와 같이 아주 작게 시작되지만 큰 나무와 같이 크게 자라나게 될 것입니다.
이어지는 본문은 종말의 징조에 대한 것인데, 마태복음에 기록된 내용과 거의 같습니다. 설명이 필요하신 분은 마태복음 24장 강해를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