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Owens등이 쓰고 저와 다른 여러 교수님이 공역한 의사소통장애: 전 생애적 근거기반 조망 책이 시그마프레스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저의 역자서문으로 이 책을 소개합니다.
역자서문
스티븐 핑커는 그의 책, <단어와 규칙> 중에서 말한다. “단어와 규칙은 서로 다른 원리에 따라 작동하며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학습되고 사용된다. 심지어 뇌에서조차 서로 다른 부위에 거주한다. 둘 사이의 국경 분쟁은 언어들을 수세기에 걸쳐 형성하고 개조하며 언어를 소통의 수단뿐만 아니라 말장난과 시(詩)의 매체로, 그리고 영원한 매력을 지닌 보물로 만든다.”고.
언어병리학, 언어치료학은 단어와 규칙, 의미와 문법, 내용과 형식(발음, 구문)뿐만 아니라 화용이라는 사회적 의사소통을 포함하여 그것을 행위로 나타내는 인간이라는 대상에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말로 하는 소통이든 글로 하는 소통이든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갖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하고 치료를 모색하게 되는 것이 이 학문이다. 과학으로서의 학문에다 ‘인간’과 ‘장애’라는 변수가 더해진 오묘한 탄생! 우리는 이 학문의 숲으로 걸음을 디디며 나무와 하늘, 호흡과 소리,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의 뇌와 언어를 깊이 바라보는 여행길에 오르게 된 것이라고나 할까?
역자들은 오랜 기간 직접 임상에서 일해 온 현직 교수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언어병리학과 언어치료 분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임상에서 연구하여 얻은 것 중 하나는 ‘언어병리학’, ‘언어치료학’, ‘의사소통장애학’이란 학문이 응용학문이고, 학문 그 자체가 목적인 순수학문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응당 우리 학문의 지향점은 건강하고 아름다운 의사소통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의사소통장애를 예방하고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갖는 사람들을 돕는 것이 되어야만 한다. 사실 전공하는 학생들은 치료 실제에 바탕을 둔 여러 과목에 더해 관찰과 실습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의사소통장애의 치료 실제에 반영되지 않는 것은 사실 공허할 뿐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전 생애적 조망, 근거기반 실제를 중시했다는 점에서 의사소통장애를 개론서로 소개하려는 우리의 소망에 근접했음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Owens 교수 등이 2007년에 저술한 개정판(제 3판)을 이 책의 역자 중 일부(김화수, 김성수)가 시그마프레스를 통해 이미 공역으로 출판했었다. 이번 5판에서는 많은 부분이 개정되었는데 당시 ‘전 생애적 조망’이란 부제가 ‘전 생애적 근거기반 조망’으로 수정되었고, 2개의 장이 정리되어 다른 장으로 편입되었으며 내용에서 새로운 연구들이 추가되어 많은 부분을 새로 번역해야만 했다. 저자들이 주장한 근거기반의 실제에 근접하기 위해 우리는 각각의 영역에 대하여 치료실에서의 임상장면, 그리고 한 명 한 명의 의사소통장애를 가진 사람을 떠올리며 작업했음을 고백한다. 이 책이 언어병리학에 입문하려는 학부 및 대학원생들에게는 의사소통장애개론이나 언어병리학개론서로, 의사소통장애의 각 영역을 정리하고 싶은 언어치료사들에게는 복습서로, 언어재활사 국가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수험서로, 일반인에게는 의사소통과 의사소통장애의 기본 지식에 가까이 갈 수 있도록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말이다.
저서나 역서를 펴내며 늘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지식과 지혜의 길로 안내하는 학문의 스승(많은 책의 저자들을 포함하여), 동료교수, 후배 및 후학들, 그리고 가족에게 가슴 속에 담고 있었던 감사의 말을 전하는 것이 그것이다. 우리의 현재가 혼자 이룩한 시간일 리 없다.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사람들의 언어와 의사소통으로 형성된 습관(문화), 깊은 생각, 미래에 대한 꿈은 우리에게 새겨진 다채로운 무늬이자 영원히 빛나는 선물이기 때문이다. 신경의학자이자 문학적인 글쓰기로 대중과 소통했던 올리버 색스의 <온 더 무브>의 한 문장(조너선 밀러가 올리버 박사에게 보낸 편지 중 일부)을 인용하며 글을 마치려고 한다.
“우리가 날쌔게 또는 우아하게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은 사고와 언어를 다루는 쪽이 될 거야. 우리의 과학 사랑도 따지고 보면 순전히 문학적이었지.”
2018년, 문천지 곁에서 역자 대표 김화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