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불의식(灌佛儀式)의 유래와 의미
해마다 음력 사월 초파일, 부처님오신날에 사찰이나 종단에서 거행하는 법회 순서에 빠지지 않는 의례 중 하나가 관욕의식입니다.
관욕(灌浴)이란 청정한 감로수로 탄생불상인 아기부처님의 몸을 씻는 의식으로, 관불(灌佛) 또는 욕불(浴佛)이라고도 합니다.
이는 불자들은 물론이거니와 일반 사람들이 불교와 인연을 맺어 속세의 때, 번뇌의 때를 씻고, 깨끗하고 맑은 생활을 하겠다는 다짐과 서원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또한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모든 번뇌와 삿된 마음을 부처님께 의지해 감로수로 씻어냄과 동시에 부처님의 행을 받들어 수행하겠다는 자기 자신과의 약속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불자들은 관불의식을 행하면서 내 안의 자성부처님을 목욕시키듯, 자신의 번뇌와 욕심의 때를 다 씻어버리고 맑고 청정한 몸과 마음으로 비움과 나눔, 깨달음과 자비실천을 발원하는 것입니다.
관불의식은 일찍이 인도에서부터 행해졌는데 녹야원에 남아 있는 옛 조각품 중에 탄생불의 머리에 용왕이 향수를 붓고 있는 모습이 표현되어 있는 것만 보아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 수 있습니다.
경전에서는 아홉 마리의 용이 물을 뿜어 태자를 씻겨주었다고 하고, 또 천녀들과 범천(梵天)이 냉수와 온수를 번갈아가며 태자를 씻어주었다고 전합니다.
이토록 상서로운 싯다르타 태자의 첫 목욕은 세속의 목욕과는 다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목욕할 때에도 단순히 몸만 씻는 것이 아닙니다. 번뇌 망상은 물론이요 지난날의 잘못도 씻어 낸다는 마음으로 합니다.
그러나 목욕과 관욕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습니다.
목욕은 누구든지 스스로 할 수 있지만, 관욕이나 관정 등은 결코 스스로 행하거나 자의적으로 할 수 없습니다.
단(壇) 위에 오르는 것은 그만한 자격을 갖추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그 자격을 갖추었을 때, 비로소 스승과 천신과 세상 만물이 함께 축복하는 잔치를 벌입니다. 그리고 그 증표로서 향수를 머리에 부어 만천하에 알리는 것이 바로 관정입니다.
갓 태어난 싯다르타 태자를 씻기는 것을 목욕이 아니라 관욕이라 하는 것은 바로 위대한 성인으로 이 땅에 오셨기 때문입니다.
《보요경(普曜經)》에 의하면 “석가모니 부처님이 탄생하셨을 때 제석천왕과 대범천왕이 갖가지 향수로 목욕을 시켜드리고 아홉 용이 하늘에서 태자의 몸에 향수를 뿌려 목욕한 아기 부처님은 심신이 청정해졌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수행본기경(修行本起經)》에는 “부처님이 태어나자 천지가 크게 진동했으며 모든 하늘 사람과 신들이 와서 시위를 했고 두 용신이 덥고 찬 두 줄기의 물을 쏟아 내리어 몸을 씻겼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관세불형상경(灌洗佛形像經)》에는 “4월 8일에 부처님을 목욕시키면 다생에 독기가 모두 소멸되고 만물이 다 잘 자란다”고 하였습니다.
이는 4월에 만물이 다시 생하고 독기(毒氣)가 아직 나타나지 않을 뿐 아니라 춥지도 덥지도 않아 시기적으로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설하고 있습니다.